307 SW HDi의 국내 출시 만 2년 만에 후속인 308 SW HDi가 소개되었다. 308은 푸조 라인업의 새로운 세대인 ‘8’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로, 그 중 5도어 해치백과 왜건스타일의 CUV인 SW가 이번에 국내에 상륙했다. 푸조가 자랑하는 디젤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308SW HDi는 이전 모델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상당부분 개선하고 장점은 더욱 강화해 패밀리카 및 다용도차량 소비자들에게 한층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글 :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
사진 : 민병권, 푸조(한불모터스)
푸조의 307SW는 흔히 생각하는, 세단에서 가지치기 된 왜건과는 사뭇 다른 비례를 가졌다. 상대적으로 키가 큰 모델을 베이스로 휠베이스(축간거리)를 늘린 결과다. 뒷좌석 도어보다 뒤로 빠진 후륜과 의의로 짧은 리어 오버행, 왜건이라기엔 높고 미니밴이라기엔 낮은 지붕높이 등이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뿐이 아니다. 307SW는 7인 승차가 가능한 데다 각 시트를 개별적으로 접거나 분리해낼 수 있고 위치까지 바꿀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실로 다양한 공간활용을 가능케 했다. 여기에 지붕까지 유리로 덮음으로써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매력들을 갖추게 된 것이다. 2002년 데뷔한 307SW는 지난 6년 동안 90만대가 팔린 성공작으로, 이후 407SW와 207SW의 탄생을 낳은 푸조 SW시리즈의 효시이다.
푸조 307SW가 국내에 처음 들어온 것은 2003년 가을. 공식수입원인 한불모터스가 푸조 브랜드를 재상륙 시킬 때 후발대 역할을 맡으면서였다. 왜건에 MPV 성격을 가미한 307SW는 처음부터 정확한 비교상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차로 받아들여져 307 해치백보다 주목 받았지만 판매는 썩 신통치 않았다. 수입차시장이 성숙하지 못해 대중적인 모델이나 다양한 차종을 흡수할만한 여건이 되지 못했다는 점도 이유로 들 수 있겠지만 해치백보다 크고 무거운 ‘+알파’의 차체를 움직이기에는 당시 유일한 선택이었던 가솔린 엔진이 심리적으로 그리 미덥지 못했던 탓도 크다.
푸조 308SW와 307SW(우측)
확실히, 307SW가 제대로 평가 받기 시작한 것은 2006년 10월, 디젤 모델이 추가되면서부터였다. 푸조가 자랑하는 HDi 디젤엔진을 얹어 +알파만큼의 충분한 힘을 내면서도 연비부담은 덜게 되었고, 외관까지 새롭게 (더욱 수입차스럽게?) 페이스리프트 됨으로써 본래 307SW만이 갖고 있었던 매력들이 뒤늦게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307SW는 2007년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푸조차 2,712대 중 1,007대를 차지해 단연 효자모델로 떠올랐으며, ‘수입 디젤 최다판매’의 영예도 가져갔다.
진화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걸까? 왜건이 멸종하다시피 했던 우리나라이기에 307SW의 활약은 더욱 빛이 난다. 필자도 이 차로 아이들을 학교에 바래다주는 동네 미씨의 모습을 보며 군침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차가 마음에 들었다는 얘기이니 오해 마시길) 물론 불만도 없진 않았다.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비 오너’의 입장에서는, 구형 차체에 새로운 패밀리룩을 덧입힌 탓에 조화가 부족한 얼굴이라든지, 수수하다 못해 눈이 불편한 뒷모습, 지나치게 소탈한 실내가 항상 아쉽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새로 나온 308SW에서는 그 세가지가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개선되었다.
일단 외관을 보자. 308SW는 푸조의 최신 디자인 트렌드에 맞게 전체적으로 완전히 새로 디자인되어 더 이상 옛 것과 새것이 공존함에서 비롯되는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앞,뒤,옆 할 것 없이 눈에 보이는 모든 면에 프랑스 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멋스러운 스타일이 베어 서로 조화를 이룬다. 308의 외관은 과감하고 공격적이며 미래지향적이다. 신차발표회 때 베일에 가려진 모습을 보고는 컨셉카의 공개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을 정도로 육감적인 라인을 갖고 있기도 하다.
사실 얼굴이 좀 부담스럽긴 한데, 그 ‘수입차스러운’ 분위기는 307을 훌쩍 뛰어넘는다. 헤드램프 사이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없애는 대신 범퍼의 입모양 흡기구를 눈 밑까지 쫙 찢어놓은 이 ‘펠린 룩’의 구성은 307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부터 다시 한차례 진화한 것으로, 도드라지는 뾰족 코가 (푸조의 상징인)사자보다는 오히려 상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헤드램프는 앞바퀴 위까지 젖혀져 있고 한껏 앞으로 전진한 앞유리 끝 단과도 그리 멀지 않다.
푸조 307SW와 푸조 207SW(은색)
코끝에서 시작된 V형상은 보닛과 지붕을 타고 뒷면까지 이어지고, 지붕은 D필러를 향해 살짝 아래로 쳐져 멋을 더한다. D필러 또한 아래쪽이 앞을 향해 꺾인 스타일로, 대담한 굴곡을 자랑하는 뒷유리 및 테일램프와 연결된다. 측면에 속도감을 더하는 캐릭터 라인이나 우아한 굴곡들도 매력적이다. 휀더부분을 수직으로 자른 부분의 형상은 207은 물론 308 데뷔 이후의 컨셉카들에서도 여전히 발견되고 있는데, 207만큼 튀지 않게 어우러지고 있는 점이 좋다. 307SW와 마찬가지로 앞 휀더는 플라스틱(Noryl)재질, 보닛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307SW에서 가장 큰 불만이었던 뒷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멋지게 바뀌었다. 특히 후측면에서 바라본 모습이 백미다. 측면의 어깨선에서 범퍼로 이어져 내리는 테일램프나 테라스 해치백처럼 불거진 뒷유리 아랫부분 등 충분히 멋을 부리면서도 테일게이트가 열리는 개구부 밑단은 최대한 낮추어 뛰어난 적재용이성을 실현하고 있다. 실용적인 차도 이렇게 멋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저번에는 왜 몰랐을까?
푸조 308SW의 테일게이트 플립업 글래스 (해외사양)
전자식 잠금해제 스위치가 달린 테일게이트는 그 크기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부드럽게 여닫혀 조작에 부담이 없다. 해외사양에서 볼 수 있는 플립 업 글라스(트렁크와는 별도로 뒷 유리만 열 수 있는 사양)는 적용되지 않았는데, 측면까지 침범한 뒷유리의 곡률이 워낙 크고 매끄럽게 처리되어 있다 보니 막상 실차를 보면 ‘에이, 이렇게 생긴 유리가 어떻게 열려?’하고 믿지 않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원가절감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스타일과 기능을 동시에 살려낸 푸조의 승리…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만나볼 수 없지만 증거는 여기에 사진으로 첨부한다.
308SW의 트렁크 바닥 턱은 동급에서 가장 낮은 548mm에 불과하다. 꼬마아이들도 걸터앉기에 좋은 높이로, 대신 스페어 타이어는 숨을 곳이 없어져 범퍼 뒤쪽에 매달린다. 307SW와 308SW를 나란히 세워놓고 테일게이트를 열어 비교해보면 그 안쪽이 놀랄 만큼 닮았다. 실내외 생김새가 완전히 다르고 크기까지 차이가 나는데 왜 그럴까? 이제야 얘기지만 308의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307과 같다. 대폭의 개량이 이루어진 탓에 다른 부분에서는 그것을 인지할 수 없지만 SW의 경우 유독 적재함 인근에서는 그 느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또 어떠한가? 처음부터 잘 만들었다면 굳이 바꿀 이유도 없을 터. 좌우 벽면에는 전원소켓과 그물을 친 수납함, 고정용 멜빵, 가방걸이가 배치되어 있고, 평상시에는 보조 실내등으로 사용되는 탈착식 손전등도 딸려있다.
308SW는 여전히 7인승의 시트 배열을 갖고 있다. 하지만 5인승과 7인승 중 선택이 가능했던 307SW와 달리 이번에 국내에 들어온 308SW는 5인승으로만 판매된다. 시트 2개에 대한 추가 비용 부담이나 용도를 생각했을 때, 대다수의 고객들은 아쉬움을 갖지 않을 부분일 것이다. 3열 좌석용의 안전벨트 구멍이나 바닥의 고정부분은 물론 마감 처리되어 출고된다.
2열 시트가 똑 같은 크기의 의자 세 개로 독립되어있기는 307SW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개별적인 폴딩/더블폴딩/탈착이 가능하다. 뒷좌석에 3명씩 태울 일이 없다면 가운데 시트를 제거하고 나머지 두 개를 좀더 가까이 붙여 두 사람이 넉넉한 공간을 갖게 할 수도 있다. 등받이를 접으려면 끈으로 된 손잡이를 잡아당겨야 해서 다소 어색하지만 취급은 간편하다. 보는 사람이 없을 때 생수통을 바꿔 엎을 수 있는 정도의 힘을 가진 여성이라면 탈착 역시 그리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2인분 치고는 좀 많은가? 어쨌든 이 짐이 다 들어간다!
2열 시트를 모두 제거하면 그야말로 승용 밴이 되어버리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적재용량은 일반 승용차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2열 시트를 그대로 두고 적재함 커버 아래까지만 싣는다고 쳤을 때 674리터(해치백은 430리터), 모두 제거하고 천정까지 실었을 경우에는 2,149리터의 짐을 실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바닥이 낮고 지붕은 높아 짐 부리기가 수월하고, 동반석 등받이가 접히기 때문에 최대 3.1미터짜리 짐까지 넣을 수 있다. 1열보다는 2열이, 2열보다는 3열의 좌석이 높게 배치된 극장식 바닥구조로 인해 2열과 3열의 바닥이 평편하게 이어지지 않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실제 사용하기에 불편하다기 보다는 좌석 고정부분들과 함께 시각적으로 복잡해 보인다는 면이 더 크다.
모듈화된 시트 구성으로 인해 뒷좌석은 그리 편치 않다. 해치백보다 휠베이스가 10cm나 길고 307SW보다 폭까지 넓어져 공간은 넉넉한 편이지만 탁 트인 3인용 벤치 시트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서로 부딪기는 세 개의 쌍둥이 시트가 어색하지 않을 수 없다. 바깥쪽에 앉으면 다리가 안쪽으로 모아지는 느낌이고, 가운데 좌석은 센터터널 때문에 발 놓기가 애매하다. 어차피 그럴 바에야 가운데 좌석을 떼버리고 나머지 두 시트를 안쪽으로 한 칸씩 이동시켜두는 편이 낫겠는데, 그렇게 되면 팔걸이의 부재가 아쉬울 것 같다. 선입견 때문인지 자꾸만 아이들용 구성으로 보이는 뒷좌석이다.
앞뒤거리와 등받이 각도의 조절도 가능한 것으로 되어있는데, 편한 자세보다는 필요 시 앞쪽으로 이동시켜 적재공간을 더 늘리는 쪽에 주안점을 둔 설정인만큼 허벅지를 받쳐줘야 할 방석 부분이 낮고 짧다는 느낌은 어쩌지 못할 것이다. 307SW는 가운데 시트만 접어서 등받이를 테이블처럼 쓸 수 있었는데, 그 기능(플라스틱 커버)이 없어진 대신 카펫이 깔린 단단한 등판으로 짐을 올려두기에 더 좋은 구성을 취했다. 1열 등받이에 달린 접이식 테이블도 한결 어른스러워졌다. 도어 창문에는 햇빛가리개를 걸 수 있고 센터콘솔 뒤편으로는 송풍구가 마련되어 있다.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도 뒷좌석 손님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이다. 평소엔 올려다 보지도 않던 하늘을 왜 차에서 찾냐며 시니컬하게 굴던 사람마저도 308SW의 뒷좌석에 앉아보면 탄성이 절로 나올법하다. 여느 차들과 달리 B필러의 천정부분을 가로지르는 대들보가 없어 앞뒤 통짜로 연결된 유리지붕의 개방감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307SW에서 1.4제곱미터였던 면적이 1.68제곱미터로 늘어났는데, 두 차를 나란히 세워놓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308SW의 유리지붕은 뒤로 30cm가 더 연장돼 뒷좌석 승객의 머리 위까지 미치는 것이다. 면적은 27%가 늘어났지만 두께를 줄임으로써 무게는 오히려 5kg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유리면적이 넓으면 햇빛을 받았을 때 그만큼 더 뜨거울 것이고, 그걸 막기 위해 틴팅을 해버리면 유리지붕의 의미자체가 퇴색되는 것 아닐까? 괜찮단다. 이 안전접합 유리는 기능성 필름을 삽입한 세 장의 유리로 구성돼 에너지 전달을 17%로 낮춰준다는 것이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라면 전동식으로 여닫히는 불투명 햇빛가리개를 치면 그만이다.
어쨌든, 유리지붕은 여전히 뒷좌석 승객용이다. 시트를 뒤로 눕히지 않는 이상 앞좌석 승객의 상방 시야는 지붕과 앞유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보가 가로막기 때문이다. 대신 운전자의 시야에는 1.48제곱미터의 앞유리에 한 가득 펼쳐지는 전방 도로상황이 제공된다. 눕다시피 전방 배치된 앞 유리 끝 단을 쫓아 모서리를 깊게 파고든 옆 창은 고정된 부분(쿼터 윈도우)과 열리는 부분이 나뉘어져 있고 사이드미러는 운전자 가까이, 도어에 달려있다. 헤드콘솔에는 각 좌석의 안전벨트 착용 모니터링 화면이 적용되어 있는데, 뒷좌석의 경우 처음부터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주행 중에도 경고가 작동하지 않아 의아했다. 착탈식 시트인 만큼 착용여부에 대한 신호교신은 WIFI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마지막 불만요소였던 실내 디자인과 품질도 대폭 개선되었다. 대시보드를 뒤덮은 직물패턴 마감재의 부드러운 감촉도 좋고, 액센트로 들어간 금속 장식이나 크롬 링 등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메탈룩으로 페인트 처리된 센터페시아나 에어컨 조작부는 여전히 미흡한 듯 하지만 부품의 마무리나 단차 같은 부분은 아쉬운 부분을 찾기 어려워졌다. 화려한 외양에 비하면 디자인은 여전히 수수한 쪽이지만 값싸게 보인다거나 문화적 이질감이 느껴진다던 것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대시보드 중앙 상단의 액정화면 그래픽은 307과 차원이 다른 차임을 나타내는 본보기라 하겠다. 해외사양을 보면 내비게이션의 팝업 모니터도 이곳에 설치되는데, 한국시장용 시스템도 곧 소개될 전망이다. 외관처럼 ‘V’모티브를 적극 활용한 실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의외로 가죽 마감된 주차브레이크 손잡이의 스포티함이다. 반면 오디오/크루즈컨트롤의 조작버튼들을 뒤편으로 숨겨놓고 혼자 고상한 척 하고 있는 스티어링 휠이라든가, 전혀 세련되지 못한 리모컨 일체형 (잭나이프형) 시동키는 조금 아쉽다.
해외샤양에서 볼 수 있는 밝은 회색톤의 실내가 적용되었더라면 전체적으로 훨씬 높은 점수를 주었을 것 같은데, 만약 그랬다면 애 딸린 집에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유아용 시트 고정부위인 ISOFIX는 운전석 외의 나머지 좌석 모두에 마련되어있고 대시보드 가운데 송풍구에는 내장형 방향제가, 글로브박스 쪽에는 가방걸이가 있어 여성들로부터의 득점기회를 높이고 있다.
푸조 308SW의 실내 (해외사양)
직물 메쉬와 가죽이 섞인 시트는 307때도 나름 스포티한 형상이었지만 이번에는 대각선이강조된 재봉선 덕분에 훨씬 화려한 인상을 준다. 가죽의 시각적 질감이 그 형상만 못해 아쉽긴 하지만 코너링 때의 지지력은 생긴 것 만큼이나 우수하다. 핸들링이 좋은 차는 시트도 잘 받쳐줘야 한다고 누가 그랬는데, 308SW는 잘 하고 있는 셈이다. 307때는 1열 시트에 접이식 팔걸이가 달려있었는데 308에 와서는 센터콘솔에 암레스트 겸용 수납함이 생기면서 사라졌다. 이처럼 잘빠진 시트에 팔걸이라니, 안될 말이다. 등받이 각도 조절 레버가 불편한 위치에 불편한 방식으로 달린 것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헤드레스트는 틈이 벌어지면서 뒤통수까지의 거리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엔진은 2.0 디젤 ‘HDi’이고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를 쓴다. 최고출력이 4,000rpm에서 138마력, 최대토크는 2,000rpm에서 32.6kgm이고 오버부스트 시에는 34.7kgm까지 올라간다. 307때와 같은 내용이고 기어비도 동일하다. 그런데 차체가 커졌으면서도 연비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 푸조 측 발표에 따르면 308SW의 연비는 대부분 버전에서 307SW보다 향상된 것으로 되어있는데, 우라니라 공인연비상으로도 307SW HDi가 1,475kg에 14.4km/L였던 것이 308SW HDi는 1,485kg에 15.6km/L로 높아졌다. (307때처럼 해치백과 SW의 연비는 동일하다.) 커진 차체에 비해 무게 증가 폭이 적은 것은 고강성/경량소재의 확대 적용 덕분이다.
움직임은 가뿐하다. 반응이 빠르지는 않지만 가속페달의 가벼운 조작에도 여유 있는 토크로 응답해주어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을 수준이다. 자동변속기는 수동조작시 말을 잘 듣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변속이 부드럽고 스포츠모드도 제공한다. 유럽에서는 이 차에 1.4리터 가솔린과 수동변속기를 조합해서도 타고 있으니 그에 비하면 호사스럽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추세가, 비슷한 힘을 내는 더 낮은 배기량의 엔진을 얹는 것이다 보니 2.0 HDi는 308 라인업에서 유일한 2.0급 엔진으로 남았다. 2.0가솔린이 1.6 터보로 대체된 탓이다. 물론 토크는 2.0 HDi쪽이 가장 높다. 0-100km/h 가속에는 11.7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197km/h이다.
2.0 HDi의 제원상 수치는 최신 디젤들에 뒤쳐진다. 하지만 그보다는 시동을 걸 때부터 시작해 통상적인 시내주행은 물론 과격한 주행에서도 시종일관 부드럽게 느껴지는 구동계 반응이 인상적이다. 수동모드에서도 회전수가 4,500rpm에 이르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이루어지는데, 4,000rpm정도까지는 회전에 부담이 없다. 일전에 탔던 비슷한 크기의 모 수입디젤 승용차가 끊임없이 ‘나 4기통 디젤이오!’를 외쳤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게 다가왔다. 다소 아쉬움이 느껴졌던 307HDi와 비교해도 소음과 진동 면에서 상당히 성숙해져 있다.
구동계가 같다고 보면 308에 와서는 그만큼 차단을 잘 해내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다. 그 반대급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구동계 소음진동이 줄어든 만큼 주행소음 쪽에 더 신경이 쓰이게 됐는데, 시승차가 초기물량 100대에 무상 장착된다는 225/45R17 사이즈 콘티넨탈 콘티 스포트 컨택3 타이어를를 끼우고 있었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겠다. 307때의 17인치 휠 사양에 비하면 트레드 폭이 20mm나 늘었고, 제품자체도 모처럼 마음잡고 천천히 다니고자 했던 엄마아빠들의 속도본능을 자극할만한 스포티한 설정이다.
308SW는 구형대비 차체 강성이 15% 향상된데다 무게중심은 10mm가 낮아졌고 서스펜션도 개량되었다. 앞뒤 트레드가 2~3cm씩 넓어진데다 기본 타이어 사이즈도 단면 폭을 넓혀 307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운동성능을 이어나가고자 했다. (푸조는 308SW에 최대 225/40R18 사이즈의 타이어까지 제공하고 있다.) 308의 출시와 함께 연비향상에 중점을 둔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 타이어를 전면에 내세우긴 했지만 그것도 1.6급 저출력 사양에나 해당되는 얘기이고, 기왕 여유있는 엔진을 택했으면 그에 걸맞게 즐기라고 독려하고 있는 듯 하다. 국내에 들어온 푸조들에서 피렐리 P제로 로쏘 등 눈에 띄는 타이어들이 자주 발견되는 것과도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차량 성격과 승차감, 연비 등을 고려하면 역시 기본의 215/55R16 타이어가 나은 선택이겠지만, 어쨌든 시승차는 과분한(?) 타이어의 선전에 힘입어 다채로운 와인딩 코스를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한계를 넘겨 언더스티어가 일어나는 것은 예상했던 수준보다 한참을 더 몰아붙이고 나서였다. 역시 푸조 다운, 그리고 크고 무거운 왜건답지는 않은 핸들링이다. 이쯤 되면 크고 둔탁해 보이는 스티어링휠이나 평범한 구동계가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SW는 기본적으로 더 많은 승차인원과 화물 적재를 감당해야 하는 만큼 해치백과는 스프링, 댐퍼, 마운팅 등의 설정을 달리 하고 있는데,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해도 자잘한 요철에서는 단단한 반응을 보이고, 뒷좌석 승차감은 떨어지는 편이다.
307보다 안전성이 향상된 308은 유로NCAP 전면, 측면 충돌테스트에서 별 다섯 개의 최고 점수를 획득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 탑승자 및 보행자 보호 부문에서도 동급 최고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308SW에는 동급최초인 무릎에어백을 포함해 7개의 에어백이 장착되고, 뒷좌석 프리텐셔너와 패키지 옵션으로 묶인 뒷좌석 측면 에어백을 더하면 9개로 늘어난다. 차선이탈 경보장치와 액티브 바이제논 헤드램프 같은 안전장비도 제공되지만 국내사양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ESP는 적용되어 있다. 운전자 설정을 통해 주간주행등(강한 미등)을 점등시킬 수 있고, 급제동시에는 자동으로 비상등이 켜진다. 3세대 DPF 시스템으로 미세먼지를 걸러 유로4기준치의 1/25만큼만 배출하며 국내기준 CO2 배출량이 173g에 불과한 것, 소재 재활용률이 99%로 세계 최고 수준인 것도 자랑이다.
푸조의 공식수입원인 한불모터스는 올 7월에야 유럽시장에 풀린 308SW를 10월에 국내에서 출시했을 정도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9월에는 수입차 최초의 전용 PDI센터를 오픈했고, 내년 봄에는 아시아 최대규모의 푸조 서비스센터를 서울 성수동에 오픈하는 등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도 열심이다. 지난 해 판매한 2,712대는 전년대비 81.3% 성장한 것으로, 중추적 역할을 했던 307SW가 훨씬 높아진 상품성을 가진 308SW로 대체 됨에 따라 선전이 예상된다. 가격은 3,500만원이었던 것이 3,960만원으로 인상되었는데, 종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인상폭 자체는 합당하게 여겨진다. 다만 어려운 시장상황이 관건일 뿐이다.
< 작성: 2008년 11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