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밀 줄은 모르고 마냥 수수하기만 한 시골 범생이 같던 파사트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학과 성적도 뛰어나고, 운동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거기다 얼굴까지 예쁜, 요즘 부쩍 많이 쓰이는 말, 엄친아, 엄친딸. 폭스바겐이 선보인 CC는 정말 엄친아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매력적인 모델이다. 글, 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예쁜 차’ CC는 해외에서 데뷔 당시 ‘파사트 CC’로 먼저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가 국내에 들어오면서는 그냥 ‘CC’라는 이름만 달고 데뷔했다. 수 많은 학생들의 부러움을 사는 캠퍼스 커플의 줄임말이랑 같기도 하지만, CC는 ‘컴포트 쿠페’의 줄임말이다. 다시 말해 CC는 쿠페라는 예기다. 요즘, 엄밀히 따지면 쿠페가 아니지만 너도 나도 쿠페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모델들이 많다 보니, CC 또한 쿠페라고 외치고 나왔어도 뭐 그리 큰 논란이 일지는 않은 듯하다. ‘그래 너도 쿠페라고 봐 줄께’라고 체념이라도 한 듯…… 쿠페가 아니면서 쿠페라고 주장한 모델들을 살펴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C클래스 스포츠쿠페’가 먼저 떠오른다. C클래스의 해치백 모델이지만 이름에서 아예 스포츠쿠페라고 못을 박고 나왔었다. 국내에도 C230K 스포츠쿠페가 판매됐었다. 반면 4도어 쿠페의 원조라 할 수 있는 CLS는 쿠페를 표방하지만 이름에 쿠페라고 쓰진 않았다. 흔히 자살문이라고 하는 작은 뒷 문을 가진 RX-8은 정통 스포츠 쿠페 RX-7의 후속이면서 작은 문을 하나 더 달고 나온 정도이니 뭐라고 불리든 쿠페로 봐 주는 게 그리 어렵진 않다. 폭스바겐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시로코를 쿠페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엄밀하게 따지면 해치백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오늘 시승하는 CC는 아예 이름에 쿠페를 달고 나온 예다.
CC는CLS처럼 4도어 쿠페를 표방한다. 4개의 문을 가지고 있어 편리할 뿐 아니라, 멋진 스타일을 자랑하는 쿠페형상을 하고 있어 스타일과 편의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베이스가 된 파사트보다 길이와 너비를 31, 36mm 늘이고, 높이는 50mm 줄였다. 길고 넓적하면서 지붕은 더 낮으니 당연히 비례가 스포티해 질 수 밖에. 흔히 하는 말로 자세 나오는 비례를 갖추었다. 다만 휠베이스는 그대로 두고 전장만 늘이다 보니 오버행이 다소 길어지면서 옆에서 봤을 때 역동성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굳이 직접 비교해 보지 않으면 예쁜 여배우의 작은 키가 눈에 띄지 않는 것처럼 CC는 첫 눈에 예쁜 차로 다가온다. 거기다 뼈대 있는 폭스바겐 집안의 베스트셀러 파사트를 기본으로 했으니 기본기 역시 의심할 여지가 없다.
우선 예쁜 앞모습의 핵심은 볼륨감 있는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우아해진 헤드램프다. 파사트의 심심했던 일체형 그릴의 바깥 부분을 두툼하게 처리한 후 예리한 조각칼로 도려낸 것처럼 볼륨감 있게 처리했고, 사각형에 원을 덧붙여 단순하면서 어색했던 파사트의 헤드램프 역시 곡선을 강조한 우아한 스타일로 바꾸었다. 마치 멋없고 시커먼 뿔테에 두꺼운 렌즈를 끼운 안경을 쓰고 다니던 공부 잘하는 학생이 어느 날 얇은 압축렌즈에 날렵하고 멋진 무테 안경으로 바꿔 쓰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이다. 거기다 CC는 헤드램프 아래쪽에 LED 방향 지시등으로 멋을 부리기까지 했다.
옆모습에서는 낮아진 지붕과 날렵하게 뒤로 떨어지는 지붕선이 영락없는 쿠페를 연상시킨다. 사이드 미러에는 방향 지시등이 내장되었고, 옆구리를 흐르는 캐릭터 라인은 역동적이다. 디자인이 우아한 더블 5 스포크 알루미늄 휠은 늘씬한 쿠페 바디에는 좀 작은 느낌이 든다. 안락성과 연비를 고려해 17인치가 적용되었다. TDI라면 모를까, 퍼포먼스에서 앞서는 TSI에는 18인치 휠과 타이어를 신어도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CC가 쿠페임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터치로 4개의 도어를 모두 프레임이 없는 도어로 세팅했다. 도어가 두껍고 프레임리스인 것은 CLS와 같은 터치다.
뒷모습은 앞모습의 화려함에는 못 미치는데 이는 어찌 보면 폭스바겐의 전통인 듯 보이기까지 한다. 페이톤도, 골프도, 투아렉도 모두 뒷모습은 심심하기 그지 없다. 그런 걸 감안하면 CC의 뒷모습은 오히려 예쁘게 봐 줄 만하다. 트렁크 리드 끝 부분은 스포일러처럼 처리했고 리어 램프는 색이 단조롭긴 하지만 헤드램프와 디자인의 유전자를 같이 한다. 뒷모습 중앙에 자리잡은 커다란 폭스바겐 엠블렘은 윗부분을 눌러서 회전시키면 트렁크가 열린다. 트렁크는 용량이 크고 반듯해 유용하지만, 뒷창문이 쿠페 형태를 이루기 위해 뒤쪽까지 길게 뻗어 있어 입구가 다소 좁은 것이 흠이다. CC의 앞 번호판은 긴 신형 번호판을 달게 되어 있는데 뒷범퍼 아래 번호판 거치대는 두터운 구형 번호판을 달게 되어 있어 의아하다.
CC의 실내는 파사트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센터페시아의 실버 패널 형상뿐 아니라 데시보드 전체가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우드그레인 대신 메탈그레인을 사용한 것 외에도 부분적으로 여기 저기 차별화를 꾀했다. 우선 스티어링 휠이 근육질 형상에 다양한 버튼들로 화려하게 치장됐다. 신형 골프의 것과 같아 스포티한 느낌이 좋다. 그 속의 계기판도 바뀌었다. 훨씬 보기에 편한 느낌이다. 개성이 너무 강했던 도어 안쪽 패널도 CC는 단정하게 정리했다. 듀얼 에어컨 조절 패널 새롭게 디자인했다. 그런데 시트 히팅 버튼은 에어컨 조절 패널에 있고, 시트 쿨링 버튼은 시트 앞 부분에 따로 마련되어 있어 처음엔 조금 헛갈린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탄탄한 주름과 두툼한 사이드 볼스터가 매력적인 스포츠 시트다. 파사트 바리안트 스포츠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데 자세히 살펴보면 약간 업그레이드 된 듯하다. CC(컴포트 쿠페)를 SC(스포츠 쿠페?)로 몰아도 전혀 걱정 없을 만큼 몸을 잘 잡아준다. 특히 독일차 특유의 단단한 쿠션이 장거리 운전에도 쉽게 피로해지지 않을 것 같은 믿음을 준다.
사실 파사트는 그 뛰어난 성능과 품질에 비해 내 외관의 디자인이 너무 수수한 것이 단점이었는데, CC는 몰라 보게 예뻐진 외관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실내 또한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도 더 예뻐 보이기까지 한다. 외모를 보고 첫눈에 반해 그만 콩깍지가 쓰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대형 파노라마 루프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넓은 면적을 커버하는 유리 지붕이 주는 개방감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루프가 슬라이딩으로 열리지는 않고 다만 살짝 틸팅만 될 뿐이다. 지붕의 형태상 슬라이딩 기능을 넣을 수 없었는데 아우디 A5와 같다. 최근에 시승한 Q5가 넓은 지붕을 가지고 있으면서 슬라이딩도 가능했던 것과는 구조적으로 차이가 난다. 차라리 푸조들 처럼 아예 열 수 없는 통유리였다면 오히려 군말이 없을 텐데 괜히 틸팅 기능을 넣어서 더 쓴 소리를 듣게 된 것 같아 보여 안쓰럽다.
지붕이 낮고 C필러가 예리하게 누운 쿠페 스타일이 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건 단연 뒷좌석 공간이다. CC는 뒷좌석을 분리형으로 처리해 두 명이 탑승하도록 하고 있는데 다리 공간에서는 부족함이 없지만 아무래도 지붕은 조금 낮아 어른이 뒷좌석에 앉는다면 살짝 머리가 닿을 정도다.
CC에는 어댑티브 새시 컨트롤 시스템인 DCC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다. 아우디 A4, A5, Q5와 같은 기능이지만 컨트롤 패널은 모양이 다르다. 기어 레버 우측에 ‘스포츠/컴포트’ 버튼이 마련되어 있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스포츠, 노멀, 컴포트가 바뀐다. 서스펜션의 감쇄력 뿐 아니라 스티어링과 엑셀의 응답성도 동시에 변하게 되면서 전혀 다른 느낌의 주행을 즐길 수 있다.
노멀 모드에서는 주행 상황에 따라서 자동적으로 감쇄력을 조절해 주는데, 노멀 모드에서도 대체로 살짝 단단한 느낌이 든다. 좀 더 안락한 주행을 원하면 적극적으로 컴포트 모드를 권장한다. 컴포트라 하더라도 독일차 특유의 탄력은 여전히 살아 있는 편이어서 웬만한 주행에서는 운동성능의 저하가 없다. 반면 스포츠 모드가 되면 기대 이상의 단단한 하체에 스티어링의 예민함과 즉각적인 엔진 반응이 어우러져 충분히 다이나믹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시승차는 강력한 직분사 터보 엔진과 팁트로닉 변속기의 조합이어서 스타일링에 어울리는 통쾌한 달리기가 가능하다.
CC에는 2.0 TSI, 2.0 TDI, 그리고 V6 3.6 4모션 3가지가 마련된다. 골프 GTI와 같은 200마력 가솔린 TSI 엔진은 팁트로닉 6단과 조합되고, 골프 GT TDI와 같은 170마력 디젤 엔진을 얹은 2.0 TDI에는 6단 DSG가 얹힌다. 이 두 2.0 모델은 가격도 동일하다. 선택이 어려울 것 같다. 스타일과 어울리는 강력한 달리기를 원한다면 TSI가, 페밀리 세단으로서 여유와 경제성을 원한다면 TDI가 답이겠다. 사실 TDI의 달리기도 만만치는 않다.
시승차는 2.0 TSI다. 최고출력 200마력/ 5,100~6,000rpm과 최대토크 28.6kg.m/ 1,700~5,000rpm를 발휘하며 6단 팁트로닉과 어울려 0~100km/h 가속 7.8초, 최고속도 210km/h(속도제한)를 자랑한다. 그 퍼포먼스는 GTI를 통해 익히 경험한 바다. 수치 만으로도 알 수 있지만 터보 엔진의 매력은 배기량을 훌쩍 뛰어 넘는 폭발적인 파워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리터급에 해당하는 넉넉한 토크는 거의 모든 주행영역에서 여유를 누릴 수 있다. GTI에 비하면 다소 무거운 차체 때문에 살짝 반응이 더딘 듯하지만 단지 무게 때문이 아니라 큰 차체가 주는 안정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CC는 충분 이상의 폭발적인 파워를 자랑하며 순간 이동을 가능케 한다. 특히 DCC를 스포츠로 바꾸고 변속기를 S 모드로 옮기면 퍼포먼스가 작렬한다. 레드 존이 6,000rpm이지만 S모드에서는 6,500rpm에서 변속이 이루어진다. 평소에 가족과 함께 다닐 땐 전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가 가끔 혼자만의 달리기를 즐기고 싶을 때 CC는 유감없이 달리기 실력을 뽐낼 수 있다.
도시 고속도로에서라면 S모드가 제격이지만 와인딩에 들어선다면 스티어링 휠에 달린 패들 시프트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언더 스티어 성향을 보이는 차체 거동은 코너를 탈출할 때 부담을 덜어주고 어쩌다 과하게 엑셀을 밟아도 ESP가 역시 잘 잡아준다. ESP라는 게 개입할 때 순간적으로 멍청해 지는 엑셀 반응이 싫긴 하지만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 든든한 보험이 되는 것을 감안하면 참으로 고마운 장비임에 틀림없다. ESP가 기대보다 빨리 개입하는 데에는 17인치 휠과 타이어가 강력한 와인딩 주행에는 다소 부족한 점도 감안된 듯하다.
변속은 55, 95, 145, 195km/h에서 각각 이루어지며 5단으로 변속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210km/h에서 속도 제한에 걸려버린다. 엔진과 차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230km/h 정도까지 풀어 놓아도 좋을 듯한테 아쉬움이 남는다. 기대 이상으로 안락했던 파사트 조차도 고속 안정감이 뛰어 났었는데, 기본적으로 살짝 더 단단한 CC의 서스펜션이 주는 안정감은 파사트를 훌쩍 넘어 선다.
CC에는 오토 홀드 기능이 있어 잠시 정차할 때 브레이크를 계속 밟고 있지 않아도 되므로 편리하고, 티구안에서 선보였던 파크 어시스트 기능이 있어 주차를 어려워하는 운전자도 손쉽게 주차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 코너링 램프는 어두운 밤 골목길에서 시야 확보하는데 유리하다. 그리고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모빌리티 타이어는 주행 중 작은 펑크가 났을 때 순간적으로 타이어 내부의 펑크 방지 물질이 구멍을 메우면서 아무 일도 없는 듯이 계속 주행할 수 있다. 이 조치는 단순한 응급조치가 아니어서 차후에 따로 추가적인 정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 나오는 차들은 고객의 니즈를 잘 반영하고 있어 반가울 때가 많다. 첨단 기능과 안전 장비를 풍부하게 갖춘 소형차 혹은 경차도 등장하고, 평소에 가족과 여유 있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세단도 멋진 스타일을 갖추고 있고, 다양한 주행 조건을 모두 섭렵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도 많이 등장한다.
CC도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 요구들을 잘 수용한 멀티플레이어라 하겠다. 패밀리 세단으로서 부족함 없는 안락함과 공간을 갖추고 있으면서 퍼포먼스를 지향하는 차들과 어울렸을 때도 전혀 기죽지 않을 스타일과 성능을 품었다. 물론 다양한 첨단 장비들이 주는 만족감도 높다. 하지만 가격 부분에서는 좀 더 결단력을 보였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파사트 2.0TSI의 가격이 4,450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더 예쁘고, 더 많은 첨단 기능이 더해진 CC의 가격으로 5,040만원이 그리 무리가 되진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같은 집안인 아우디 뉴 A4와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같은 2.0터보 엔진이지만 A4의 출력과 토크가 더 높다. 장비 면에서 CC는 DCC, 파크 어시스트, 모빌리티 타이어를 갖추었고, A4 다이나믹은 DCC, 버튼 시동 스마트 키, 콰트로를 갖추었다. 거기다 A4가 CC보다 휠베이스가 더 길고 실내도 더 넓다. 가격은 A4 2.0TFSI 콰트로 다이나믹이 5,290만원으로 CC보다 조금 더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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