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싼타페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싼타페 더 스타일’은 볼 살을 살짝 뺀 다이어트 효과 정도로 디자인의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최신형 R 엔진과 자동 6단 변속기의 적용 등 성능이 향상된 파워 트레인으로 승부하고 있다.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멋진 스타일은 살짝 더해진 다이어트 만으로도 신선함이 커졌다. R 2.0 엔진은 무난한 정도의 성능을 발휘하지만 R 2.2 엔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글, 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싼타페가 등장한 지 벌써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데뷔와 함께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싼타페는 5년 뒤 2세대로 진화했고, 다시 4년이 흘러 페이스 리프트가 이루어졌다. 지금의 싼타페가 매력적인 스타일과 넉넉한 공간 등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첫 싼타페의 매력 역시 만만치 않았었는데, 불과 5년 만에 세대 교체로 물러난 것은 역사적인 운명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부분이다. 싼타페 데뷔 당시 화려한 곡선을 자랑하는 디자인과 함께, 미국의 도시 이름이자, 국내에선 커피 음료의 이름으로, 또 일본의 유명한 배우 미야자와 리에의 누드집 이름으로도 사용됐던 싼타페라는 이름 역시 큰 화제가 됐었던 기억이 난다.
싼타페 더 스타일의 외형적 변화는 TV 광고에서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잘 설명되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범퍼 좌우, 리어 램프, 휠 등에서 구형의 잔해 부스러기가 모래처럼 바람에 날려가고 새로운 스타일이 남게 되는 광고 덕분에 바뀐 부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눈 망울이 선명해 지고 볼 살이 빠지면서 세련되고 샤프한 느낌이 살짝 더해졌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가운데 핀 들의 면적이 넓어지고 바디 컬러가 적용되었다.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도 크롬 파츠가 더해지면서 선명한 인상을 제공하고, 범퍼와 듀얼 머플러도 새롭게 단장됐다. 알로이 휠도 듀얼 5스포크로 바뀌면서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시승차에는 노플랜지 18인치 휠과 235/60R18 실리카 타이어가 장착되었다. 실버 컬러의 새로운 루프 랙도 더해졌다.
인테리어에서도 큰 변화는 없이 부분적으로 재질의 변화나 가벼운 디자인 터치의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2세대 싼타페의 데뷔 당시와 비교하면 많은 첨단 편이 장비들이 더해져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것이 큰 변화다. 엔진 스타트, 스탑 버튼과, ECM 룸미러에 통합된 하이패스 기능, USB와 아이팟을 연결하는 단자 등은 모두 데뷔 당시엔 없었던 기능들이다. 스마트 키 시스템은 도어를 열 때와 잠글 때 모두 도어 핸들의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며, 뒤 해치 도어에도 버튼이 마련되어 있다.
눈으로 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은 센터 페시아 아래쪽을 감싸면서 데시보드 하단으로 뻗어나가는 패널에 카본 느낌을 적용한 것과 알칸타라와 가죽을 함께 사용한 투톤 가죽 시트 등인데, 이들은 마침 시승차에 장착되어 있는 LUXE 에디션이다. 투톤 시트는 보기에도 훨씬 고급스럽고 시트에 밀착되는 느낌이 훨씬 좋아서 만족도가 높지만 카본 느낌의 패널은 기대만큼 스포티하지 않아 별 감흥이 없다. 중간급 트림에는 운전석 파워시트가, 고급 트림에는 동승석에도 파워시트가 적용되며, 운전석에는 2명의 메모리 기능도 제공된다.
시트는 7인승 구성이다. 하지만 3열에 사람이 앉을 경우에는 화물 공간은 완전히 사라진다. 3열까지 사람이 앉은 상태에서 여행을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3열을 접어 둔 5인승 구성으로 다니게 될 것 같다. 2열과 3열 폴딩 기능은 단연 최고 수준이다. 원터치로 깔끔하게 접히면서 평평한 바닥을 만들어 준다. 2열 시트는 슬라이딩 기능은 없지만 등받이 각도가 여러 단계로 조절돼 2열 여행자들의 편의를 고려하고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은 2세대 싼타페가 나오면서부터 있던 그대로다. 그럼에도 아직 일부 수입 SUV들은 이 정도로 완벽한 폴딩 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큰 개발비가 드는 것도 아닌데, 그 만큼 세심하지 못하단 증거다. 싼타페 더 스타일에는 2열에도 시트 히팅 기능이 더해졌다.
파란색 띠로 화려하게 치장했던 데뷔 당시의 계기판은 심플하면서 세련되게 변했다. 스티어링 휠의 리모컨 버튼들에는 손가락 끝으로 살짝 눌러 놓은 듯한 패턴이 더해졌다.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 진 것은 의외다. 정지해 있을 때도 한 손가락으로 쉽게 스티어링 휠을 돌릴 수 있었던 것이 현대차인데, 새로운 싼타페는 두 손으로 돌리기에도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다. 한 때 유행처럼 적용되었던 페달 높이 조절 기능은, 스티어링 휠에 텔레스코픽 기능이 있을 경우 별 효용이 없는 장비였었는데, 다행히 이제는 없어졌다. 엑셀 페달은 오르간 타입으로 바뀌었다.
싼타페 더 스타일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파워트레인이다. 쏘렌토 R에 가장 먼저 적용했던 최신 R 엔진이 싼타페에도 적용된 것이다. 변속기는 자동 6단이 결합되었다. R 엔진은 2.0과 2.2 두 가지 배기량으로 구성되는데, 과거 휘발유 엔진이 1.8과 2.0으로 구성되었던 것과 비슷한 구성이다. 다만 배기량이 2리터를 넘으면서 국내 자동차세 요율이 바뀌므로 배기량은 200cc 차이가 나지만 자동차세는 200cc 이상으로 차이가 나는 점이 2.2 엔진 모델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혹시 자동차세 요율 변화 기준이 배기량 2.2를 기준으로 바뀌게 될지 궁금해진다.
R 2.0 엔진은 최고출력 184마력/4,000rpm, 최대토크 40.0kg.m/2,000rpm, R 2.2 엔진은 최고출력 200마력/4,000rpm, 최대토크 44.5kg.m/2,000rpm 를 발휘한다. 연비는 각각 15와 14.1km/L다. 리터당 출력 면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디젤엔진이자 유로 5 배기 기준을 통과한 엔진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엔진이다. 말 그대로 현대의 엔진 개발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결과물이라 할 만하다. 사실 R 엔진이 발표되었을 때, 디젤 엔진까지 세계적인 수준으로 개발해낸 현대에 대해 적잖이 놀랐었다.
시승차는 2WD e-VGT R 2.0으로 자동 6단 변속기가 장착되었다. 실제적으로 가장 많은 판매가 이루어질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수동 변속기도 5단이 아닌 6단이 제공되는데, 수동 변속기를 선택하는 이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이 아쉽다. 투톤 가죽시트로 화려하게 꾸민 실내로 들어가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예열을 한다거나 시동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떠는 일등은 이제 옛 것이 되었다. 역시 기대 이상의 빠른 시동과 진동 없고 조용한 실내가 디젤 엔진임을 잊게 만든다. 다만 엔진의 음색에서 다른 톤과 주파수가 디젤 엔진임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차의 외부에서 듣는 엔진음은 아직까지 가솔린 엔진만큼 조용하진 않다. R 엔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출발해 보면 초기에 살짝 굼뜬 반응을 보인다. 엑셀에 대한 반응이 항상 1박자 느려, 엑셀을 충분히 깊게 밟아 주지 않으면 기대만큼 강하게 출발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기대 이상으로 넉넉한 힘이 차체를 밀어준다. 6단으로 잘게 쪼개진 신형 변속기도 힘을 보태 급가속은 경쾌한 수준이다. 변속은 35, 60, 95, 130, 175km/h에서 각각 이루어지는데, 각 단에서의 변속 시 회전수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1단과 2단에서는 약 4,200rpm에서 변속되는데, 3단 이상에서는 4천rpm이 조금 넘어서 변속이 이루어진다. 레드존은 4,500rpm이다. 직선 구간에서 얻은 최고속도는 6단 3,400rpm에서 190km/h였다. 차체를 감안했을 때 중고속에서 기대 이상으로 뻗어나가는 힘이 대견스러웠다.
전반적으로 일상적인 주행방식에서는 다소 부족함을 느끼지만, 과감하게 가속하면 기대 이상의 가속감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힘은 원할 때 쓰기 위해 비축해 두고, 평소엔 연비를 좋게 하도록 한 설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1단과 2단에서 변속 시 약간의 울컥거림이 있는데, 강하게 가속할 때는 이런 현상이 사라진다. 시승 도중 잠깐 R 2.2 엔진을 장착한 싼타페 더 스타일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같은 R엔진이지만 2.0과 2.2 엔진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보였다. 과연 200cc의 차이가 맞는 것일까 궁금할 정도였다. 2.0을 타고 있던 중이라 더 크게 느껴 질 수도 있었겠지만 2.2 모델은 상당히 경쾌하게 가속해 나갔다. 초기에 엑셀을 깊이 밟지 않아도 충분히 매끄럽게 가속되는 실력에 전혀 스트레스가 없었다. 2.0 모델에서 저속 변속 시 발생했던 울컥거림도 2.2 모델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일상적인 영역에서 부족함 없이 경쾌한 주행이 가능하며 급가속 시에는 보다 강력한 파워를 즐길 수 있었다. 2.2 모델은 200km/h를 기록했다.
뛰어난 성능과 높은 연비를 실현한 R 엔진과 함께 싼타페 더 스타일에는 에코 드라이빙 시스템도 장착되었다. 에코 드라이빙은 트립 컴퓨터를 통해 켜고 끌 수 있는데 ‘TRIP’ 버튼 옆에 있는 ‘리셋’ 버튼을 길게 눌러 주면 ON과 OFF가 번갈아 선택된다. 에코 드라이빙이 선택되면 차량 전체적으로 주행 특성이 연비 위주로 바뀌어 급가속 등이 제한된다. 엑셀을 깊이 밟아도 밟은 것만큼 엔진이 응답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가속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주행마저 더디게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상황만 통제를 하게 된다. 에코 드라이빙 모드에서는 계기판 하단에 위치한 ECO 표시등이 녹색과 회색, 그리고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현재의 주행특성을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일상적인 가속이나 주행상황에서는 회색이다가 급가속이나 계속해서 엑셀을 깊게 밟고 있는 상황 등에서는 ECO 표시등이 빨간색으로 바뀐다. 그리고 부드러운 가속상황과 내리막길, 수시로 엑셀을 떼는 상황 등에서는 표시등이 녹색으로 바뀌어 현재의 운전 상황이 연비를 좋게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주머니 사정과 지구 환경을 함께 생각한다면 녹색 ECO 표시등이 최대한 오랫동안 켜지도록 운전하면 된다. ECO 표시등은 트립 컴퓨터가 다른 정보를 표시할 때도 계속해서 나타나지만 순간 연비가 표시되는 화면에서는 ECO 표시등이 나타나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타입으로 승용차의 주행감각을 살리고 있다. 특히 많이 출렁거렸던 과거의 SUV들과는 확실히 구별될 정도로 깔끔하게 세팅했다. 충분히 부드러우면서 롤이 심하지 않고, 안정감도 충분히 높다. 2.2 엔진과 결합되면 전반적인 주행 느낌에서 승용차 감각에 크게 뒤지지 않을 만큼 세련되어진다. 안전 장비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EBD-ABS와 VDC, 운전석과 동승석 에어백, 1열 액티브 헤드레스트가 모두 기본으로 제공된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VDC 개입은 비교적 빠른 편으로 코너에서 약하게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는 시점부터 즉시 개입한다. 패밀리 중소형 SUV로 부족함이 없었던 싼타페는 ‘더 스타일’을 더하면서 외형의 큰 변화 없이 상품성을 높였다. 매력적인 최신형 디젤 엔진과 다양한 첨단 편의, 안전장비들이 대거 더해지면서 가격도 따라서 올라가 버려 거의 럭셔리 SUV 수준이 되어 버린 점이 아쉽긴 하지만, 디젤 엔진을 주축으로 하는 중소형 SUV 만들기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반갑다, R 엔진. 특히 2.2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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