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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탔던 전기차, 현대 블루온 타보니

현대 첫 전기차 블루온, 완성도는 합격점, 인프라는 과제

발행일 : 2010-09-15 09:31:05

지난 9일 청와대에서 공개된 국내 최초의 양산형 고속전기차 현대 블루온을 14일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직접 테스트 해 보았다. 정부가 직접 나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창하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친환경차, 특히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점에 발표된 현대의 전기차는 여러 모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승행사를 통해서는 전기차 자체의 완성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평가하는데 그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시판 가능한 수준의 경제성을 갖추는가와 사회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가 하는 것이다.

글 / 박기돈 (rpm9.com 팀장)

MB 탔던 전기차, 현대 블루온 타보니

블루온은 현대가 해외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는 경차 i10을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효율성을 고려할 때 작은 차일수록 전기차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현대차 유일의 경차인 i10을 베이스 모델로 선정한 것이다. 플랫폼이 같고 외관이 거의 동일하다고는 하지만 전기차와 일반 엔진 차는 구조적으로 큰 차이가 나는 만큼 200kg 정도되는 배터리를 앞좌석과 뒷좌석 중간 바닥에 배치하기 위해 차체 바닥을 변경하고, 일반 i10에 비해 175kg 정도 늘어난 중량을 감당하기 위해 서스펜션도 보강했다.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일반 엔진차는 주행 중 엔진소음으로 인해 노면 소음과 풍절음 등이 상당부분 묻히게 되지만,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전혀 없기 때문에 기타 소음이 지나치게 크게 들리는 점이 문제가 되어 이런 소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MB 탔던 전기차, 현대 블루온 타보니

외관은 기존 i10의 페이스리프트 버전과 거의 동일하다. 전기차임을 표현해주는 일부 데칼들이 차이가 난다. 현대차는 i10 페이스리프트 버전을 곧 있을 파리 모터쇼를 통해 최초로 공개할 예정인데, 어찌하다 보니 국내에서 블루온을 통해 먼저 공개하게 된 셈이다. i10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모델이라 사이즈와 모습이 다소 생소하긴 하지만 라디에이터 그릴에 헥사고날을 적용하고 헤드램프도 내부에 물결무늬가 들어 있는 최신형으로 변경하다 보니 많이 익숙한 느낌이다. 플루이딕 스컬프쳐스가 적용된 수준은 아니지만 최신 현대차의 패밀리 룩을 충실히 따른 모습이다.

MB 탔던 전기차, 현대 블루온 타보니

실내도 페이스리프트된 상태여서 국내 기준으로 경차에 해당하는 차종이지만 상당히 세련되었다. 센터페시아를 2단으로 나누었고, 글로브 박스 위에는 푸른색 볼륨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전자동 에어컨과 iPod, AUX 단자 등도 갖추었다. 변속 레버는 일반 자동 변속기와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모터의 회전을 줄여주는 감속기만 모터에 연결되어 있어 주행 중 변속은 일어나지 않는다. 단수로 말하자면 1단인 셈이다. D아래 E와 L모드가 나열돼 있는 점이 다르다.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81ps(61kW), 최대토크 21.4kgm(210Nm)를 발휘해 가솔린 차량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동력 성능을 갖추었다. 제원상 가속 성능은 정지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13.1초가 걸려 일반 소형 승용차 수준으로 우수한 편이다. 참고로 미쓰비시가 양산하고 있는 아이미브의 제로백 가속은 16.3초가 걸린다. 한번 충전으로 주행가능한 거리는 최대 140km/h에 이르고, 최고속도는 130km/h에 이르므로 도심형 출퇴근 차로 사용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MB 탔던 전기차, 현대 블루온 타보니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는 국내 SK에너지에서 생산한 리튬이온 폴리머 전지를 사용한다. 고용량 파우치형으로 50Ah의 성능을 내며 블루온에는 총 12개 모듈에 88개의 셀이 장착된다. 배터리의 안전을 위해 세라믹 코팅 분리막이 적용되었고, 과충전 시 전류를 차단하는 기능을 갖추어 안전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였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배터리의 수명은 현재 2000회 정도 충전이 가능한 수준이어서 매 충전당 100km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총 20만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향후 3000회 충전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을 하고 있어, 차량 수명과 배터리의 수명은 거의 동일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즉 일반적으로 주행할 때 차를 폐차할 때까지 배터리를 교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충전은 라이에이터 그릴 가운데 엠블렘 안쪽에 마련된 단자로는 일반 가정용 220V 교류 전기로 충전할 수 있으며, 연료 주입구에 위치한 단자로는 직류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MB 탔던 전기차, 현대 블루온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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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는 직선 주로에서 고속 주행과 가속 성능을, 25% 경사로에서 등판 능력을 시험해 보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일반 승용차와 똑같이 생긴 키를 꽂아 돌리면 시동이 걸리는 대신 계기판이 켜지면서 주행 준비가 되었다는 음성 신호가 나온다. 수퍼비전 클러스터가 적용된 계기판은 가운데 속도계가 있고, 왼쪽에 전기 사용과 충전을 표시해 주는 파워게이지가, 오른쪽에는 전기 잔량을 보여주는 SOC게이지가 자리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아반떼 하이브리드에서 경제운전을 잘 하면 꽃잎이 늘어나고 꽃이 피는 그래픽을 선보였던 것처럼, 블루온에는 북극곰이 결혼하고 새끼를 낳는 그래픽이 나타나 경제 운전을 유도한다. 그래픽은 북극곰과 반딧불 두 가지 이미지가 준비되어 있어 고를 수 있다.

기어를 D로 옮기고 엑셀을 밟으면 차가 출발하는데, 이때 아무 소리도 없이 차가 그냥 미끄러져 나간다. 조금 속도가 올라가면 타이어에서 올라오는 노면소음과 바람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달린다는 느낌이 들지만 엔진 소음이 없어 여전히 조용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소리 없이 차가 움직이다 보니 주변의 보행자들이 전기차의 움직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고가 날 염려가 있어, 블루온에도 전자음을 마련했다. 20km/h 이내에서 모터 회전음이나 차임벨을 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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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은 기대 이상으로 빠른 편이었다. 중속에서 재가속할 때 약간의 토크감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변속기가 없다 보니 그냥 엑셀을 끝까지 밟고 있으면 충격 없이 속도가 계속 올라가는 느낌이 재미있다. 직선 1km 정도 구간에서 130km/h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약간의 슬라럼을 시도해 봤는데, 하체 역시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이고 거동이 부드러웠다. 아무래도 가장 무거운 부품인 배터리를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 바닥에 배치하다 보니, 무게중심이 적당히 낮은데다 보강한 서스펜션이 잘 세팅된 듯하다. 등반에서도 중간에 차를 세웠다 다시 출발할 수 있을 정도로 부족한 점이 없었다.

MB 탔던 전기차, 현대 블루온 타보니

결국 전기차 자체의 완성도는 기대에 충분히 부합할 만큼에 이르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포츠카처럼 주행을 즐기는 차가 아니라 출퇴근 시에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필요한 속도를 내면서 필요한 이동 거리를 주파할 수 있는 시티 커뮤터로서의 기능으로는 충분 이상이라는 평가다.

이제 남은 것은 과연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할 만큼 경제성을 갖추느냐의 문제다. 친환경 녹색성장을 주창하고 있는 정부와 제조사의 의지와 세제 지원, 충전소 설치 등 사회적인 인프라 구축에 전기차 보급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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