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미니에서는 뒷좌석에 들어갈 때 앞문을 열고 앞좌석을 젖힌 뒤 몸을 잔뜩 숙여야 했지만, 컨트리맨에서는 여느 승용차처럼 뒷문을 열고 당당히 올라탈 수 있다. ‘미니’답지 않게 공간도 꽤나 넉넉하다. 뒷좌석은 좌우가 두 개로 독립된 2인승 시트가 기본인데, 벤치처럼 이어진 3인승 시트도 별도 비용 없이 선택할 수 있다. 독립시트는 여느 미니와 마찬가지로 방석의 받침 부분이 타이트한 느낌. 앉은 자세는 나쁘지 않지만 발을 놓는 곳에 불룩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 것은 조금 신경 쓰일 수 있다.
앞문 부분에서 끝났던 미니 특유의 타원형 도어 트림은 이제 B필러를 거쳐 뒷문까지 연결된다. 타원형 트림의 안쪽 색상을 치장해주는 ‘컬러라인’ 옵션을 선택하면 이를 더욱 강조할 수 있다. 미니의 뒷좌석에 앉아 앞좌석의 토글 스위치를 옮겨온 것 같은 윈도우 스위치를 만지는 기분은 참 묘했다.
앞좌석과 뒷좌석 공간을 연결해주는 또 하나의 요소는 중앙을 관통하는 레일이다. 뒷좌석 바닥 위를 철교처럼 지나가는 이 알루미늄 레일은 애초에 설계된 대로만 써야 했던 중앙-바닥 콘솔에 대한 통념을 깨고, 사용자가 원하는 구성요소를, 원하는 위치에 배치할 수 있게 했다. 팔걸이, 수납함, 선글라스 케이스, 음료 홀더, 휴대기기 거치대, 가방걸이, 응급처치킷 등등 다양한 부속들을 필요에 따라 탈착 하거나 교체할 수 있고, 슬라이딩 시킬 수 있다.
미니가 이 센터레일의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모한 결과, 벽난로(!), 노래방 시스템, 아이패드를 활용한 뒷좌석 승객용 게임판이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앞으로 또 어떤 기발한 아이템이 등장할지 기대가 된다. 레일 안쪽으로는 색상을 바꿀 수 있는 무드 조명이 켜지고, ‘컬러라인’을 선택하면 도어트림과 마찬가지로 레일의 바닥 색상에도 엑센트를 줄 수 있다. 레일의 앞쪽 끝부분에는 AUX, USB 단자가 위치하고,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 교각(?)에는 전원 소켓이 숨겨져 있다.
시승차는 앞좌석 사이로 아이폰 도킹 시스템을 내장한 팔걸이가 설치되어 있어서 뒷좌석과의 연결감은 덜했는데, 벤치시트를 선택한 경우에도 레일은 앞좌석 부분에서 끊기게 된다. 즉, 미니가 심혈을 기울인 중앙 레일 시스템을 제대로 맛보려면 뒷좌석이 2인승 시트라야 한다. 비행기 슬로틀 모양으로 생긴 주차브레이크 레버도 레일 활용에는 약간 거치적거린다. 뒷좌석 사이에는 팔걸이가 없으므로 앞좌석 것을 뺏어오고 싶어질 수 있지만, 팔걸이만큼은 단단히 고정되기 때문에 생각처럼 안된다.
센터레일은 컨트리맨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고 분명 흥미로운 요소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실용성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시트의 활용성, 레일이 좌우 이동을 제약하는 문제 외에도 탈부착 아이템들이 재미있는 만큼이나 장난감스럽게 만들어진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결국엔 –뒷좌석에 3명을 태울 일이 없더라도-3인승 시트가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조금 낯설 수 있는 뒷좌석과 달리 운전석 공간은 영락없는 미니로 디자인됐다. 다만, 운전석 위치가 기존 미니보다 7cm 높아져서 타고 내리기 한결 편해졌고, 시야가 좋아져 삽질 가능성이 줄었다. 그래도 막상 운전해보면 SUV보다는 껑충한 해치백의 느낌이다. 특히 주위를 달리는 다른 해치백들과 비교하니 그렇다.
시트 자체는 다른 미니들과 다르지 않은 듯 한데, 실제로는 컨트리맨 전용 시트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등받이 각도 조절 레버가 -다른 미니들과 달리- 보통 차처럼 바깥쪽에 달려있다. (요추받침 조절레버는 여전히 안쪽에 있다.) 쿠퍼S의 기본 사양인 스포츠 시트는 역시나 군살을 반성하게 한다.
그 사이 다른 미니들도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실내가 비슷한 분위기로 바뀌긴 했지만, 처음 접할 당시 검정색 위주로 꾸며진 컨트리맨의 실내는 꽤 고급스러워진 인상을 줬었다. 다른 미니들과 차별화된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의 표면 패턴은 여전히 색다르다. 커다란 중앙 속도계를 양 측면의 송풍구와 하나로 묶은 형상이 미키마우스를 연상시키는 등 컨트리맨 만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일부 구성 품들은 기존 미니들과 공유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의 버튼 배열에는 차이가 있다. 뒷유리창을 여닫는 스위치가 에어컨 조작부 아래의 토글스위치를 2개나 차지하게 되면서, 그 아래쪽으로 이를 만회하기 위한 일반적인 버튼들이 한 줄 더 생겼다. 여기에는 전방-후방 안개등, 유리창 잠금, 스포츠모드, 오토 스타트 스톱, 그리고 주행안정장치 버튼이 자리했다. 이와 함께 변속기 앞쪽에 삐죽 솟아 있었던 버튼들은 사라졌다.
시승차의 변속기 뒤쪽으로 배열된 ‘삐죽 버튼’ 2개와 다이얼은 ‘미니 커넥티드’ 조작용이었다. 내비게이션 화면을 아이폰과 연동해 트위터나 웹라디오 등의 기능을 차 안에서 쉽게 쓸 수 있도록 해주는데, 조작법은 BMW의 아이드라이브와 비슷하다. (관련기사 참조) 10개의 스피커와 480와트 앰프로 구성된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도 풍족함을 느끼게 해주는 장비다.
트렁크기본 적재 공간은 350리터로, 그리 넓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뒷좌석을 앞으로 13cm씩 전진시킬 수 있고, 등받이도 90도로 세울 수 있다. 물론 그 이상이 필요하다면 등받이를 아예 접으면 된다. 2개의 독립시트는 사이가 비어 있기 때문에 트렁크 공간과도 그대로 뚫려 연결된다.
트렁크 바닥은 이중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게 좀 특이하다. 중간 바닥을 들어올려서 앞으로 젖히면 뒷좌석 공간과 트렁크 공간을 나누는 격벽 역할을 하도록 위치가 고정되고, 아래쪽으로는 훨씬 낮은 바닥이 드러난다. 시트를 기본 위치에 둔 채로 유모차를 실을 수 있다더니, 이것을 두고 하는 얘기인 모양이다. 뒷좌석을 접으면 -수평으로 접히지는 않지만- 적재공간은 1,170리터까지 확장된다. 뒷좌석 등받이를 접을 때 쓰는 끈은 바깥쪽이 아닌 안쪽- 즉, 레일쪽-으로 위치하고 있어서 쓰기 불편하다.
글 / 민병권 (RPM9.COM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