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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 터보, 끝까지 밟아보니

경이로운 성능의 2.0, 쏘나타 터보 시승기

발행일 : 2011-07-22 01:17:58

현대자동차는 쏘나타에 국내 세단 모델 최초로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이로써 쏘나타는 MPi방식 2.0리터 쎄타2 엔진의 (기본) 쏘나타, 쏘나타 하이브리드, 쏘나타 터보라는 세 가지 색을 갖게 됐다. 이들은 외관 디자인도 조금씩 다르다. 장애인 및 영업용으로 나오는 LPi모델을 제외하면 ‘세 가지 엔진, 세 가지 얼굴’의 쏘나타가 존재하는 것. 엔진은 제 각각이지만 배기량은 2.0리터로 모두 동일하다는 점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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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쏘나타 터보는 고성능의 이미지 리딩 모델 성격을 타고났다. 메이커 스스로 조심스럽게 ‘스포츠세단’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젊어서는 쿠페를 탔지만(혹은 타고 싶었지만) 결혼을 해서 가족을 이루고 나이가 들어 세단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된 이들이 대리만족을 느낄만한 차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혼자 운전할 때는 여유로운 성능을 만끽할 수 있는 차라는 것인데, 여기서의 포인트는 ‘스포츠’가 아니라 ‘여유로운’이다.

기존과 같은 배기량의 엔진에 터보를 달았다고 하면, 아직은 스포츠 모델부터 떠올리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의 터보는 종전보다 배기량을 낮추되 성능을 동등하게 유지하는 ‘다운사이징’의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쏘나타 터보 역시, 상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스포츠 모델이 아니라 기존의 ‘대배기량 쏘나타’를 대체하기 위한 모델로서 다운사이징에 의미를 두었음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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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서 말하는 대배기량(편의상의 표현이다) 쏘나타는 순전히 미국시장을 위해 존재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로사정과 문화 탓에 기왕이면 높은 배기량을 선호하는 미국시장을 위한 모델이었지, 애초에 배기량이 커질수록 세금 등 각종 부담이 늘어나는 우리나라 시장을 위한 모델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NF쏘나타 시절의 3.3모델, 혹은 YF쏘나타의 2.4모델이 국내 시장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던가. 그리고 그들은 어떤 하체를 갖고 있었던가.

직접 운전해본 쏘나타 터보의 하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터보 모델의 ‘특성’에 맞게 서스펜션 일부를 손보긴 했지만, 그것이 ‘스포츠 튠’이라고 할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개발자들의 설명이다. 터보라고 해서 핸들링 성능에 중점을 두고 튜닝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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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에는 대용량 디스크를 적용하긴 했다. 하지만 시승차는 직진 급제동 때 좌우로 휘청거리는 현상이 고속은 물론 상대적으로 낮은 속도에서도 발생했고, 반복되는 제동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이 금새 무겁게 밟혔다. 18인치 휠을 끼운 시승차는 저속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힘이 좀더 많이 들어가는 듯 했고, 승차감은 그에 비해 부드러웠다.

이 18인치 휠은 2012년형 쏘나타 2.0 MPi 모델에서도 동일한 디자인 그대로 선택할 수 있다. 터보 모델에서도 스포티팩을 옵션으로 추가해야 이 18인치 휠이 적용된다고 한다. 따지고 보니, 일반 쏘나타와 터보는 실내외 차이가 크지 않다. 터보라는 영문로고가 들어간 것 외에는 그릴과 양쪽으로 돌출된 배기구만 다르다. 기존 쏘나타와 비교하면 바뀐 부분이 꽤 되지만, 이는 2012년형으로 넘어오면서 공통 적용된 부분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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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는 225/45R18사이즈를 끼웠다. 제품은 솔루스 KH25로,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것과 같다. 스포츠 주행보다는 승차감과 연비 등을 더 챙겼다는 얘기다. 슬라럼을 하듯 차의 방향을 이리 저리 바꿔가며 주행해보니 타이어만 적절한 제품으로 교체해도 차의 느낌은 꽤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비얘기가 나왔으니 쏘나타 2.4GDi와 비교를 좀 해보자. 쏘나타 터보의 등장과 함께 단종신세가 된 2.4GDi의 공인 연비는 13km/L. 그런데 터보의 연비는 12.8km/L로, 오히려 못하다. 엔진 배기량을 낮췄다고 생색을 내고 있지만, 연비가 이래서는 다운사이징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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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둘의 성능을 비교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쏘나타 터보의 성능은 2.4 GDi는 물론 그랜저에 얹힌 3.0 GDi까지 넘어서기 때문이다.

쏘나타 2.4GDi는 201마력, 25.5kg.m,

그랜저 3.0GDi는 270마력, 31.6kg.m,

쏘나타 2.0GDi터보는 271마력, 37.2kg.m이다.

토크 면에서도 특정 회전수에서 최대수치를 내는 자연흡기 엔진과 달리 쏘나타 터보의 쎄타2 2.0터보 GDi는 -최신의 터보 엔진들이 흔히 그렇듯이- 1,750rpm부터 4,500rpm까지 플랫한 최대토크를 내기 때문에, 성능만 보자면 지금 당장 그랜저의 엔진을 대체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정도다. 물론 보수적으로 보자면 6기통 엔진의 감성에 대한 미련이 남겠지만, BMW조차도 기존의 3.0리터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새로 개발한 2.0리터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245마력, 35.7kg.m)으로 교체해 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는 전혀 무리가 아니다.

참고로, NF쏘나타 3.3은 233마력이었고, 현재의 어코드 3.5는 275마력, 34.6kg.m (연비 9.9km/L)이다. 현대차 연구소 측에서 ‘V6 3.5 MPi 대체용’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수긍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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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터보 엔진은 수치야 그럴 듯 하더라도 일상에서 많이 쓰게 되는 저중속에서 힘이 약하다거나 반응이 한 박자씩 늦어 ‘터보 랙(turbo lag)’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쏘나타 터보에는 1,4번 실린더와 2,3번 실린더의 배기유로를 분리해 배기간섭을 줄인 트윈스크롤 터보가 적용됐다. 그만큼 응답성이 좋다.

저중속 영역의 토크는 위에서 얘기한 대로 문제가 없다. 다만, 실제 운전에서는 계기판 상으로 2,500rpm 언저리가 돼야 ‘토크빨’이 느껴진다는 정도의 차이다. 수동 모드에서 기어를 고정해놓고 오르막을 오를 때, 3,500rpm 내외에서 회전수가 고정되다시피 한 채로 속도계만 상승하는 것은 다소 신경 쓰였다. 어쨌든 기존 쏘나타에서 옮겨 탄다면 ‘경이롭다’라는 표현을 절로 쓰게 될 수준으로 힘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현대차가 제시한 쏘나타 터보의 0-100km/h 가속은 7초다.

2.4GDi보다는 2초, 2.0MPi보다는 3초가 빠르다.

그리고, 강력한 만큼이나 부드럽고 조용하기도 하다. 현대차 측은 적어도 (6기통이 주는 감성적인 만족감은 어떨지 몰라도) 소음과 진동 수준만큼은 6기통 엔진과 동등하게 맞췄다고 주장했다. 밸런스 샤프트도 집어넣었고, 실제의 엔진회전도 기어가 자동으로 시프트 업 되는 6,000rpm남짓까지 쭉 부드럽다. 같은 엔진을 탑재한 스포티지R 터보를 시승할 때는 작게나마 터보 임을 연상시키는 엔진룸 소음들이 있었는데, 무더위 속에 진행된 이번 시승에서는 에어컨 소리 때문인지 그마저도 묻힌 듯 했다. 개인적으로는 6기통에 대한 미련을 이제는 버려도 되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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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 본체는 엔진룸에서 차의 뒤쪽을 향해 배치된 배기 매니폴더에 일체형 하우징으로 들어가 있다. 이 부분을 스테인리스 스틸 주조 일체형으로 처리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한다. 배기가스는 최고 950도까지 감당하며, 웨이스트 게이트는 전동식이다. 최대 과급압은 1.4바, 압축비는 9.5로 되어있다.

실린더에 흡입되는 공기의 온도를 낮춰주는 인터쿨러는 운전석 쪽에 세로로 배치되어 있는데, 그냥 세워놓은 것이 아니라 냉각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공기흐름을 유도하는 에어가이드를 함께 설치해 엔진 토크 향상에 도움을 얻었다. 2012년형 쏘나타가 새로운 디자인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적용한 것과 달리 쏘나타 터보가 기존 그릴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신형 그릴이 이처럼 터보 엔진에 요구되는 냉각 효율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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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빈 하우징 일체형 배기 매니폴더를 빠져 나온 배기가스는 통합촉매를 통과하며 배압 및 배기 간섭을 최소화한 배기라인을 통과해 배출된다. 스포티지R도 그랬지만, 마니아들이 기대할지 모르는 그럴싸한 배기음 같은 것은 없다. 그런 기대는 앞서 언급한 대로 주소가 잘못된 것이다. 그 보다는 이 정도 힘의 여유를 가진 차를 이렇게 조용하고 속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반가워 할 일이다.

사실, 출고 후 ‘튜닝’으로 2.0 엔진에 터보를 단다면 271마력은 대수롭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금전 부담은 물론이고 차 자체의 온갖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니, 일반 소비자와는 거리가 아주 먼 이야기다. 물론 쏘나타 터보는 메이커 완제품이 응당 갖춰야 할 내구성도 확보했으니 상품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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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는 6단 자동이 기본이다. 2.4GDi를 통해 처음 선보였던 변속 패들은 플라스틱 느낌이 물씬한 조작감 그대로이고, 손을 쥐는 부분에 가죽을 감쌀 수 없게 디자인된 스티어링 휠도 여전하다. 새롭게 인조가죽부츠가 적용된 변속기 레버는 P에서 아래칸으로 옮길 때의 묵직한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변속 패들은 18인치 휠과 함께 스포티 패키지로 묶여서 2.0 MPi에서도 선택할 수 있게끔 되어있다. 변속기는 수동모드라 할지라도 회전수 한계에 이르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이루어지는데, 킥 다운은 먹히지 않는다. D모드에서 패들 조작으로 수동모드에 진입했을 경우 다시 복귀되는 타이밍은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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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코스는 편도 63km를 주행한 뒤 운전자를 교대해 돌아오도록 짜였는데, 전체구간에서 6.2km/L의 평균연비를 얻었다. 공인연비는 12.8km/L이니, 말하자면 반토막이 난 셈이지만, 짧은 시승이었고 차의 성격상(?) 평소보다 더욱 과격한 운전 위주로 주행했음도 감안해야겠다.

메이커 측은 쏘나타 터보에 대해 “스포츠카의 심장을 얹은 차”라는 과감한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스포츠카의 엔진이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는 한발 양보한다 치더라도, “스포츠카의 심장만 얹은 차”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먼저 등장한 스포티지R 터보가 확인시켜 주었듯이, 이 엔진을 탑재한 일당들은 스포츠카가 아니라 힘의 여유를 가진 상위 버전일 뿐이다. 쏘나타 터보는 제대로 된 스포츠 세단이었다면 양보했을 법한 부분들을 양보하지 않았고, 결국 그것이 쏘나타 터보의 성격을 규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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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건, 우리나라 자동차회사가 세계 최고수준의 엔진을 개발하게 될 만큼 성장했다는 것, 그리고 그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를 역수입 같은 골치 아픈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반갑다.

쏘나타 터보의 가격은 고급형이 2,850만원, 최고급형이 2,960만원으로, 기존 2.4GDi보다 40만원 정도 저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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