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토요타가 새로운 모델을 들여왔다. 미국에서 생산하고,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미니밴 시에나를 북미를 제외한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선 보인 것이다. 그런데 토요타는 미니밴이라는 용어 대신 ‘퍼스트 클래스 리무진’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렉서스 RX350을 들여 오면서 ‘크로스오버 세단’이라고 주장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어쨌든 기존의 승합 혹은 화물차의 느낌이 강한 미니밴 보다는 가족과의 행복한 나들이나 VIP의 사무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는 리무진으로 자리매김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주장이다.
글, 사진 / 박기돈 (RPM9 팀장)
간단하게 특징을 살펴보면, 럭셔리 리무진에 어울리도록 디젤 엔진 대신 조용한 4기통과 V6 가솔린 엔진을 준비했다. 2열 슬라이딩 도어와 뒤 해치는 전동으로 여닫힌다. 3열 시트는 V6 모델의 경우 전동(2.7 모델은 수동)으로 눕혔다 폈다 할 수 있다. 앞모습은 캠리를 닮은 헤드램프와 크롬으로 덮은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존재감을 나타낸다. 옆모습과 뒷모습은 비교적 무난하다.
결국 넓은 실내 공간과 2열에 편안하게 몸을 눕힐 수 있는 오토만 시트를 장착한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렉서스 LS 뒷좌석에 처음 장착되어 호평을 받았고, 현대 에쿠스에도 장착되면서 그 이름이 많이 친숙해진 오토만 시트는 등받이를 뒤로 최대한 눕히고, 시트 앞 쪽 다리 받침을 올린 후 그 받침을 길게 뻗으면, 항공기의 1등석에 버금가는 편안한 자세를 연출할 수 있다. 눕히고 늘이는 모든 작동은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하지만 크게 불편하진 않다. 수동이냐 자동이냐 보다는 눕힐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인 것이니까. 그리고 펼치는 것 뿐만 아니라 앞 뒤로 슬라이딩 이동 거리가 65cm에 이르러 완벽한 리무진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만약 화물 공간을 넓히려면 2열 시트를 접어 세운 후 앞으로 붙이고, 3열 시트를 바닥에 눕혀 넣으면 된다. 이도 부족하다면 아예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떼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에나는 부득이한 경우에 화물용으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럭셔리한 리무진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
자동으로 여닫히는 슬라이딩 도어는 열리는 면적이 상당히 넓다. 손잡이를 당겨만 주면 자동으로 열리는데 닫을 때도 같다. 리어도어는 버튼으로 작동시킨다. 3열 시트는 6:4로 나뉘어져 있어 각각 접을 수 있다. 위쪽 프레임에 있는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전동으로 완전히 접혀 바닥에 수납까지 마무리해 준다. 원터치로 작동이 된다면 더 좋을 것 같긴 하다. V6 모델의 3열 시트는 전동식이지만, 4기통 2.7 모델에는 수동식이 얹힌다. 접고 펼치는 빈도가 높지 않다면 굳이 전동식이 아니어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2열이 리무진의 진수를 보여주는 한편, 운전석과 센터페시아 등도 상당히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와 데시보드를 사선으로 잘라낸 비대칭 디자인이 역동적이면서 신선하다. 그레이 패널 위에 토요타/렉서스 특유의 버튼과 다이얼 등이 깔끔하게 배열되어 있다. 붉은 빛이 도는 우드가 비대칭 라인으로 인해 더 고급스럽게 보인다.
시인성이 좋은 계기판은 가운데 속도계를 배치하면서 역시 비대칭 디자인을 채택했다. 속도계 좌측에 작은 트립컴퓨터 화면을 배치한 것도 독특하다. 데시보드 상단에는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정보를 제공한다. 전용 네이게이션이 준비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미니밴의 용도와 어울리게 수납공간은 다양한 형태로 많이 마련되었다. 특히 대형 센터 콘솔은 서랍을 열듯이 펼치면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해 가족과 함께 나들이 할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센터 콘솔 앞 쪽에도 손가방 등을 둘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앞 좌석에는 센터 페시아 하단과 센터 콘솔 앞쪽에 모두 4개의 컵홀더가 마련되어 있다.
시에나는 2열 시트에 앉는(혹은 눕는) 것이 가장 상석이긴 하지만, 의외로 운전석도 상당히 편하고 좋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 시야 확보에 유리하면서도 승합이나 화물차 같은 느낌보다는 럭셔리 SUV를 탄 느낌이 든다.
차체 크기는 5,085×1,985×1,815mm에 휠 베이스 3,030mm로 기아 그랜드 카니발과 폭은 같고, 길이가 조금 짧다. 직접적인 경쟁이 될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와 비교하면 폭은 조금 넓고, 길이는 조금 짧다.
엔진은 4기통 2.7리터와 V6 3.5리터 두 가지가 준비된다. 2.7 엔진은 최고출력 189마력/5,800rpm과 최대토크 25.7kg.m/4,100rpm를 발휘한다. 시승차에는 최고출력 266마력/6,200rpm, 최대토크 33.9kg.m/4,700rpm을 발휘하는 V6 3.5 VVT-i 엔진과 자동 6단 변속기가 장착되었다. 연비는 각각 10.5와 9.4km/L다. 기어 레버는 플로어가 아닌 운전석 쪽 경사면에 장착되었다. 스텝게이트 방식에 수동모드가 더해졌다.
달리기 실력에서는 여유로운 부드러움이 돋보인다. 힘이 넉넉하다 보니 출발부터 무척이나 부드럽다. 현실적으로 디젤 엔진이 충분히 부드러워지고, 조용해 졌다고 하나 연료비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면 여전히 가솔린 엔진의 여유와 정숙성은 탐나는 부분이다.
100km/h로 정속주행할 때 회전수는 1,700rpm 정도로 상당히 낮다. 대 배기량의 넉넉한 토크로 모든 상황에서 여유 있게 주행할 수 있어 엑셀을 과격하게 밟을 일이 없다. 하지만 굳이 수동모드까지 서 가면서 다이나믹하게 달려 보고 싶다면 말릴 이유도 없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3.5리터 엔진답게 충분히 강력한 달리기도 가능하다.
저속에서 무척이나 가벼운 스티어링 휠은 처음에 생소하게 다가오지만, 부드러운 만큼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 준다. 물론 고속으로 올라가면 안정감은 높아진다. 중고속에서 충분히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다면 시에나 같은 차엔 가벼운 스티어링 휠이 잘 어울린다. 여성이 운전한다 해도 전혀 부담이 없을 정도다.
승차감은 마냥 부드러운 쪽은 아니다. 저속에서도 적당히 노면 충격을 전달하는 편이다. 카니발이 후륜 서스펜션에 독립식을 적용한 반면, 시에나는 토션 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시에나에 표준으로 장착된 ‘Toyota Star Safety System’에는 성능이 향상된 차체 자세 제어 장치 VSC, ABS, 전자식 제동력 분배장치 EBD, 브레이크 어시스트, 트랙션 컨트롤 등이 포함되어 있어, 능동적 안전을 책임진다. 그리고 무릎 에어백을 기본으로 장착했고, 사이드 에어백은 1, 2, 3열을 모두 커버할 수 있도록 넓게 펼쳐진다.
최근 국산 미니밴들도 리무진을 개발해 판매하면서 안락한 이동 수단으로서의 리무진이 더 이상 세단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신 편의 장비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서 다소 열세를 보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서 얼마든지 꾸밀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차별화된 2열의 오토만 시트를 앞세워 럭셔리 미니밴 시장에 도전장을 낸 시에나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