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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상승 시도는 무리수, 쉐보레 캡티바 2.0

발행일 : 2012-02-10 09:29:49
▲ 쉐보레 캡티바 2.2 <▲ 쉐보레 캡티바 2.2>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2011년, 한국지엠은 GM대우 시절의 윈스톰을 일부 개량해 쉐보레 캡티바로 출시하면서 2.2 디젤과 2.4 가솔린 엔진만을 내놓았었다. 2.2든 2.4든 고객의 선택 폭을 넓혀주겠다면야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장의 주력인 2.0 디젤을 갖춘 상태에서의 얘기다.

브랜드도 바뀌고, 차명도 바뀌었으니 윈스톰과 달라진 분위기를 내려 했던 것은 이해한다. ‘아, 그럼 2.0 디젤은 조금 뜸 들였다가 내놓으려나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한국지엠 관계자는 기자들 질문에 ‘2.0은 안 나온다’고 딱 잘라 말했었다. 작년 4월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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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안 나온다던 그 2.0이 1년도 안돼 시장에 나왔다. 이제와 다시 물으니, 성능이 더 좋은 2.2로 ‘리얼 SUV’로서의 이미지를 다져놓은 후 보급형으로 2.0을 내놓아 실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었다고 말이 바뀌었다. 하기야, 장사 하루 이틀 하는 사람들은 아니니까. 하지만, 캡티바로 다시 태어나기 전부터 윈스톰의 판매가 중단되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2.0 SUV시장에서의 공백이 너무 길었다.

이 급의 SUV시장은 2.0리터가 80%를 차지한다. 반면 2.2리터의 시장규모는 월 1,500대 밖에 안 된다. 지난 해 4월 출시된 캡티바는 2011년 한 해 동안 2,140대를 팔아 그 중에서도 10%를 점유하는 데 그쳤다. 앞모습 빼고는 윈스톰과 그리 달라 보이지도 않는 차에게 2.2 엔진만으로 새로운 이미지가 부여되기를 바란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싼타페와 쏘렌토R이라는 쟁쟁한 경쟁모델들을 상대하면서 이렇다 할 가격 메리트를 제시하지 못한 것도 약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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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1년여 만에 시장에 돌아온 2.0 디젤을 통해 한국지엠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이다. 그런데, 비로소 캡티바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 고객들이 그 매력을 미처 발견하기도 전에 경쟁사의 최신모델에 관심을 빼앗기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일단, 숫자로 주어진 조건이 조금 갸우뚱하다. 2륜 구동, 자동변속기 기준, 고급형- LT모델의 가격이 2,826만원으로, 지난 해 발표된 2.2 LT의 2,941만원과 비교해 크게 내렸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경쟁모델 중 싼타페와 비교하면 158만원, 사양을 고려하면 98만원 정도 캡티바가 더 저렴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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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티바는 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이 기본사양에 포함되면서 가격 상승 요인이 있었고, 이를 인증 과정에 반영해 제원상 무게도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 해 발표된 2.2의 무게보다 이번 2.0의 무게가 80kg이나 높게 나온 이유란다. 어쨌거나 ‘리얼 보급형’ 캡티바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소식일 수 있겠다.

레알…아니, ‘리얼SUV’임을 주장하는 차가 4륜 구동 모델을 배제한 것도 트집거리가 될 수 있다. 시장 수요를 생각하면 2륜 구동 모델을 내놓는 것이 당연하지만, “4륜 구동이 필요하면 2.2를 사세요”라는 자세는 반감을 살 수도 있겠다. ‘리얼SUV’니까 말이다. (참고로, 시승기를 작성하는 현 시점에서는 쉐보레의 가격표에서 캡티바 2.2가 빠지고 2.0만 기재되어 있는 상태다. 2.4는 예전에 빠졌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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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20도 이하로 내려갔던 날, 캡티바 2.0을 단체 시승했다.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은 대부분 눈이 녹은 상태였지만, 오전에 탔던 후륜 구동 세단은 멀쩡해 보이는 노면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쭉쭉 미끄러졌고, 눈이 덜 녹은 길가에서 무심코 가속페달을 밟았다간 아예 트위스트를 추기 일수였다.

오후에 탄 앞바퀴 굴림의 캡티바는 물론 달랐다. 한쪽 바퀴만 눈길을 달리는 상황에서 급하고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고, 그런 노면 위에서 가속페달을 밟아대도 ESC가 브레이크와 동력 계통을 잘 제어해 차가 똑바로 진행되도록 해주었다. 올시즌 타이어를 끼우고도 부분부분 눈으로 덮인 오르막을 무리 없이 올라가는 모습이 기특했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4륜 구동이 아니라도 충분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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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지난 해 시승했던 2.2와 같은 19인치 휠에 동일한 타이어(한국타이어 옵티모 H428)을 끼웠다. 하체 설정은 유럽에 수출되는 캡티바와 같고, 내수용은 국내 실정상 사계절용 타이어를 끼운 다는 차이만 있다고 한다. 파워스티어링은 여전히 유압식을 고수하고 있다. 타이어 사이즈는 235/50R19. 동급 최대를 자랑하는 휠 크기와 편평비가 TV광고 내용처럼 핸들링과 성능을 뽐내려는 듯 하다.

생긴 것만 봐서는 성능이 포르쉐 카이엔 뺨칠 기세라고 했던 유럽 전문지의 언급이 생각난다. 물론 캡티바는 그런 차가 아니다. 편안한 승차감을 포기하지 못한 설정이라 바퀴 사이즈가 부담스럽지 않다. 운전도 편하다. 운전대와 바퀴가 따로 노는 듯한 격리감이나 불안함 없이 적당한 힘으로 적당히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기대보다는 빠르게 반응한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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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가 못 생긴 것, 윈스톰 데뷔 때의 모양 그대로라 낡은 느낌을 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윈스톰 시절과 비교하면 대시보드, 센터콘솔 등의 실내 디자인이 크게 바뀌었는데, 운전대 때문에 효과가 반감되는 듯 하다. 운전대 리모컨으로 공조장치의 풍량과 풍향을 조절할 수 있게 한 것은 특이한 사양이다.

승차감도 좋지만 더 돋보이는 것은 정숙성이다. 이 부분만큼은 윈스톰과 차원이 다른 차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엔진 자체가 바뀌기도 했지만 뜯어보면 상당한 양의 방음대책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다만, 풀 가속으로 회전수가 높아질 때에는 디젤 특유의 갈라지는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요즘에는 이런 소리조차 억제하는 디젤엔진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비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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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하는 앞차를 추월할 때는 0.2리터 줄어든 배기량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보면 2.2도 힘이 충분하다는 인상은 아니었다. 정숙함이 체감 성능을 떨어뜨리기도 했고, 6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특히 킥 다운을 위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모르는 척 그냥 부드럽게 전진하는 느긋함이 할말을 잃게 했었다. 적어도 이번 2.0에서는 그러한 답답함은 나타나지 않았다.

2.2 버전의 엔진은 제원상 출력, 토크가 현대기아에 모두 뒤졌지만 이번 2.0은 최대토크가 40.8kgm로, 동급 최고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2.2의 최대토크가 그대로 유지된 덕분이다. 최고출력은 163마력으로, 캡티바 2.2, 그리고 싼타페 2.0보다 21마력 낮다. 요즘의 2.0 기준으로는 손색이 없는 수치이기 때문에, 말리부에도 탑재되기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참고로, 유럽시장의 캡티바는 같은 2.2 디젤 엔진으로도 163마력과 184마력의 두 가지 버전이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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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m/h에서의 엔진 회전수는 1,800rpm이다. 변속기 옆의 ECO버튼을 누르면 능동적으로 연료를 절약하는 ‘에코드라이빙’기능이 작동한다. 에코모드를 사용하지 않고 자동차 전용도로와 국도 등을 혼합해 70km 정도를 달린 이번 시승에서는 9.7km/L의 평균연비가 나왔다. 공인연비는 14.1km/L이다. 2.2의 공인연비도 13.9km/L로, 큰 차이는 없다. 그래도 시장은 한쪽으로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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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 자동변속기는 수동 조작 모드를 갖추고 있긴 하지만, 레버 위치가 아래로 처진 느낌이고 팔꿈치가 팔걸이에 걸려 조작은 유쾌하지 않다. 변속레버와 팔걸이 사이 공간은 전자식 주차브레이크가 적용되면서 공간 활용이 훨씬 좋아졌다. 조종간처럼 생겼던 주차브레이크 레버가 사라진 자리에 커다란 컵홀더가 2개 생겼는데, 이 부분을 뒤쪽으로 밀면 아래쪽으로 숨겨진 수납공간이 나타난다. 올란도, 말리부의 시크릿 큐브처럼 ‘감춰 넣기’에 재미가 들린 모양. 재미도 있고 공간이 넓어 실용적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대시보드 상단 수납공간과 티켓홀더, 소물함, 동반석쪽의 수납 그물망 등 신경 쓴 부분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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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 최초 사양인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외에 경사로 밀림 방지, 내리막 속도 유지 기능도 제공한다. 사람이 많이 타거나 짐을 실어 뒤가 쳐진 경우 이를 보완해주는 셀프 레벨라이저도 기본이다. 블루투스는 오디오 스트리밍도 지원한다. 다만, 아직까지 재래식 키만을 적용하고 있는 점, 좌우 독립 온도 조절이 안 되는 점 등은 아쉽다. LT트림인 시승차는 운전석 전동 조절이 된다.

시승차처럼 내비게이션이 적용되지 않은 경우에는 터치스크린 대신 작은 통합화면이 배치되는데, 공조장치와 트립컴퓨터, 나침반 등의 정보를 보여준다. 오디오 액정과 함께 좀더 세련된 화면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으면 한다. 원형 시계 부분도 마찬가지. 통합화면과 시계 사이 자투리 공간에 만들어 놓은 수납칸은 깊이가 얕아서 용도가 애매하다. 실내 마감 재질이나 조립품질은 그냥 그런 수준. 지난 해 2.2 시승 때와 마찬가지로 변속기 앞쪽의 고무받침이 들떠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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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5mm의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바닥 면을 평편하게 만들어 적절한 공간을 뽑아낸 2열 좌석은 약간이나마 등받이의 각도 조절이 가능하고, 필요할 때는 한번에 더블 폴딩으로 접을 수 있어 편리하다. 뒷좌석용 송풍구나 열선 버튼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7인승이라 3열 좌석도 있는데, 머리 공간은 올란도보다 낫지만 다리 공간이 비좁다. `SUV`이다 보니 바닥자체가 높고 울퉁불퉁하다. 어린이 용으로는 손색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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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란도와 마찬가지로 3열 시트도 헤드레스트까지 간편하게 접어 평편한 적재 공간을 얻을 수 있다. 자투리 공간에 수납박스를 만들어 넣은 것도 좋다. 2열과 3열 좌석을 모두 접으면 최대 1,577리터의 화물 적재 공간이 얻어진다. 테일게이트는 운전석 도어의 버튼이나 리모컨을 이용, 유리 부분만 따로 열어 올릴 수도 있다. 물론 뒤로 갈수록 윈스톰의 오너들이 신선하다고 느낄 부분은 없는 것은 안팎이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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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4륜 구동 ‘LTZ’ 트림으로 만났던 2.2와의 외관상 차이는 앞뒤 범퍼의 은색 턱받침과 도어 하단 발판, 안개등 주변 크롬 장식이 사라진 정도이다. 애프터마켓 제품 같았던 안개등 장식은 없는 것이 나아 보인다. 뒷모습만 봐서는 2006년에 처음 나온 윈스톰과 여전히 분간이 어렵다.

갭상승 시도는 무리수, 쉐보레 캡티바 2.0

글/ 민병권 (rpm9.com 에디터)

사진/ 민병권, 한국지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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