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전기차는 주행 중 이산화탄소 및 유해 배출가스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친환경 차라는 점과 전기료가 휘발유 혹은 경유 값에 비해 훨씬 싸다는 점이 많이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넉넉하지 못한 주행거리, 비싼 자동차 값 등 아직 상용화하기에는 극복해야 할 문제도 많이 있는 것으로 인식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일반 시판이 이제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과연 어떤 브랜드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를 일반 시판용으로 내 놓을지, 또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여러 브랜드의 전기차 개발 일정을 종합해 보면 가장 먼저 일반 시판용 전기차를 내 높을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는 르노삼성이다. 르노삼성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서 개발한 전기차 SM3 Z.E.(Zero Emission)를 내년 말쯤 국내에서 정식 시판할 것 예정이다. SM3 Z.E.는 작년부터 유럽에서 르노 ‘플루언스 Z.E.’ 라는 이름으로 시판을 시작한 상태여서 자동차의 완성도 면에서만 본다면 국내에서 시판하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주변 인프라가 얼마나 갖추어지느냐에 따라 그 시기와 사업의 성패가 달라 질 수 있다.
지난 11일 르노삼성자동차는 SM3 Z.E.를 시승하고 르노삼성의 전기차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진행상황을 브리핑하는 행사를 가졌다. 그 행사에서는 당연히 SM3 Z.E. 시승을 통한 완성도를 평가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지만 앞서도 말한 것처럼 현재 전기차의 시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기차의 완성도보다 주변 인프라의 확충인 만큼 르노삼성의 시판 전략에 대한 브리핑과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전기차 관련 자료에 대한 설명이 더 큰 호응을 얻었다.
우선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 전기차 SM3 Z.E.는 완성도 면에서 지금까지 타본 전기차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가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퀵 드롭 방식을 채택하기 위해 차체 뒷 부분을 13cm 늘렸으며, 안전을 위하여 차체 강성도 대폭 확충하였고, 소형차가 아닌 준중형차를 기본으로 한만큼 넉넉한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70kW 전기 모터와 24kW 대용량 배터리를 채택했다.
최고속도는 135km/h 이상이 가능하고, 0~50km/h 가속 시간이 4.3초로 SM3 가솔린의 5.9초보다 더 뛰어난 가속력을 자랑한다. 이미 많이 알려진 것처럼 전기모터는 출발과 동시에 최대 토크를 발휘하므로 실제 주행에서도 초반 응답성이 더 뛰어남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가솔린 차량의 저단 킥 다운과 비교했을 때는 다소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 항속거리는 182km를 구현해 1일 주행거리는 충분히 커버 할 수 있지만, 매일 충전해야 하는 불편함은 여전한 수준이다.
한편 준중형차를 베이스로 한 만큼 타사의 소형 전기차 대비 넉넉한 실내공간이 장점이며, 발란스가 뛰어난 승차감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엔진 소음과 진동이 전혀 없어 저속에서는 탁월한 정숙성이 돋보이지만, 중속 이상의 속도로 주행할 경우에는 노면 소음과 풍절음 등이 일반 차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한다.
그렇다면 과연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의 답인지, SM3 Z.E.의 시판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를 살펴보자.
전기차는 정말 친환경차인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주행 중에는 당연히 공해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CO2를 비롯한 공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르노삼성이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전기 생산설비 평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기차가 1km 주행하는 데 필요한 전기를 생산할 때의 CO2 발생량이 62g으로 휘발유 1.6리터 엔진 차량의 1km 주행 시 CO2배출량 184g과 디젤 엔진의 136g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화력과 원자력 발전을 주력으로 한 한국의 발전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전기차가 더 친환경적이라는 것이 확인된 셈이며, 향후 풍력, 태양열 등 신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율을 더 높인다면 친환경성 역시 더 높아지게 된다. 아울러 소음 공해 측면에서는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르노삼성은 내년 말경 SM3 Z.E.의 일반 시판을 시작해서 월 800여 대의 판매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밝혔는데 SM3 Z.E.를 구입하면 실제로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까? 차량 가격이 비싼 만큼 초기 구입비용은 많이 들더라도 몇 년 이상 타면 유지비에서 이득이 발생해야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것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르노삼성은 SM3 Z.E.의 가격을 기아 레이가 현재 정부에 납품하고 있는 가격인 4,500만원 이하로 책정할 계획이다. 여기서 개별소비세, 부가세, 공채, 소득세 등의 세제 혜택을 1,000만원 이상으로 기대하고 있어, 실제 구입 가능한 차량 가격은 3,000만원 초반이 된다. 이 경우 약 6년을 주행 하면 유지비에서 1,400만원 정도 절약이 가능해 2,000만원 수준에서 구입할 수 있는 휘발유 차량에 비해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6년이라는 기간이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어서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겠지만, 전혀 실현 불가능한 가격은 아니라는 것도 납득이 된다.
그리고 르노삼성은 초기 구입 비용을 낮추기 위해 배터리에 대해서는 리스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배터리를 리스로 돌릴 경우 차량 가격은 2,000만원 초반에 형성되며, 이 경우 운행 전기료와 리스료를 합한 유지비가 약 18만원 수준으로 가솔린 차량에 비해서 약간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보험료는 가솔린 차량 대비 더 쌀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6년 이상 탈 경우 더 경제적이고, 그 전까지는 일반 가솔린 SM3와 비슷하거나 약간 비싼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조용하면서도 친환경적이고, 특히 매연은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차, 주행 감각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매일 충전을 해 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전기차를 가솔린 차량과 비슷한 비용에 구입해서 운용할 수 있다고 할 때, 당신은 전기차 SM3 Z.E.를 구입하겠는가? 당신이 굳이 환경론자는 아니더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 크거나, 실험정신이 강한 얼리어답터라면 비교적 쉽게 ‘예’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조금은 관망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이 보인다. 하지만 르노삼성이 제시한 이 정도의 시나리오만으로도 전기차가 기대 이상으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는 사실은 이제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