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 대회입니다.”
CJ헬로비전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개막전 넥센N9000클래스에 출전 중인 이창우(록타이트-HK팀) 선수의 말이다. 대회를 마친 뒤 팀 피트에서 만난 그는 우선 “감독, 미캐닉, 드라이버, 머신이 어우러져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며 ‘팀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팀 멤버 없이 홀로 경주장에 내려왔지만 머신 트러블 탓에 여러 모로 고생을 했다는 하소연도 덧붙였다.
그는 예선을 마친 뒤의 암울한 상황을 되새기며 말을 이었다. “차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았어요. 휠 너트도 부러졌고, 브레이크까지 문제가 있더군요. 눈 앞이 깜깜했죠.”
이 씨는 오래된 젠트라X를 경주차로 쓴다. 최고출력은 110마력쯤 된다. 함께 경주를 펼치는 아반떼MD(140마력) 등 신차와 비교하면 성능 차이가 크다. 코너는 드라이버의 실력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직선 구간에선 오로지 머신 성능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대회가 열린 KIC의 F1 풀코스는 가속 성능이 좋은 차가 유리한 구조다. 그의 개막전 성적은 21대 중 13위. 예선 18위에서 5계단 높이며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사실 그는 2009년까지 GTM에 출전해온 실력파 레이서다.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뒤엔 또 다른 벽이 있더군요. 완벽하진 않지만, 이런 저런 문제 극복하며 레이스를 즐겨야죠. 일단 완주가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차 문제점 개선해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차를 바꾸는 것도 검토해볼 계획입니다. 그렇다 해도 드라이버로서는 최선을 다할 거예요.” 그의 말에서 비장한 각오마저 느껴졌다.
경주차에 불만이 쌓이면 아우디를 몰고 나올 지도 모른다는 사람들의 우스갯소리가 문득 떠오른다. 사실 프로 카레이서 못지 않은 열정을 보이는 ‘이창우 선수’의 본업은 따로 있다. 아우디코리아 세일즈 트레이닝 담당 과장이다. 차가 좋고, 운전하는 게 좋아서 자동차 회사에 근무한다. 그걸로도 성에 차지 않는지 카레이서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글, 사진/영암(전남)=박찬규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