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카사업본부 신설 왜?
LG전자가 카사업본부를 신설한 것은 LG그룹 전체의 자동차 사업 컨트롤타워 필요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LG전자를 정점으로 그룹 내 자동차 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LG그룹은 그동안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 LG CNS 등이 각자 체제로 전문성을 키워왔다. 이 기술을 자동차 한 대에 통합하기 위해선 조정자가 필요하다. LG CNS의 차량 설계 및 엔지니어링 전문 자회사 V-ENS를 7월 1일자로 LG전자가 흡수 합병하는 것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각자 개발하던 부품을 차량 한 대에 맞게 성능과 크기, 디자인 등을 조율하기 위해선 설계 및 엔지니어링 능력이 필수다.
전자 산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자동차 분야에 접목하는 작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고,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개막을 앞두고 있다는 자신감도 카사업본부 신설의 중요한 이유로 분석된다. LG그룹을 포함한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긴밀히 협력하면 향후 수년 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글로벌 친환경차 시스템 1인자 오른다
LG전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최고의 글로벌 친환경차 부품 및 시스템 업체가 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내포돼 있다. 현재 LG그룹은 배터리에서 모터에 이르기까지 친환경차에 필요한 부품을 일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적으로도 이 같은 능력을 갖춘 업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일본에도 배터리나 모터, 센서 등 부분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있으나 LG처럼 관련 시스템을 글로벌하게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LG는 GM과 전기차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고 다음 달 독일 BMW 본사에서 `LG 서플라이어 테크데이 2013`을 개최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 생산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친환경차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듯
LG그룹이 자동차 부품 사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국내외 자동차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연매출 3조원 수준의 자동차 부품 업체가 등장하면서 글로벌 업체 순위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3조원(약 26억5000만달러) 규모의 매출은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OEM 매출 순위에서 60위권에 포진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0조원의 매출을 올린 현대모비스와 5조원을 기록한 만도에 이어 3대 자동차 전문 부품업체가 탄생하는 셈이다.
국내 친환경차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는 다른 어느 차량보다 부품 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배터리와 충전지, 모터 등 전기구동 시스템 효율화가 이뤄지면 자연스레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국내 친환경차 경쟁력도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부품 업체와는 경쟁보다 공생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성신 비엠알컨설팅 대표는 “현대모비스는 부품을 조달해 모듈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만도는 차량운행보조시스템(ADAS)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며 “LG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한 부품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기존 업체들과의 사업 영역이 크게 충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