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초 국내에 출시된 BMW의 신형 3시리즈(F30). 1년 반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선 15종의 3시리즈가 판매되고 있다. 구형 모델로 유지되고 있는 컨버터블과 M3, 최신의 그란투리스모를 제외하고도 그렇다.
3시리즈 세단의 경우 주력인 320d만 해도 ‘기본형’ 외에 출력을 낮추는 대신 효율을 높인 ‘ED’와 모던/럭셔리/스포츠 ‘라인’이 있고, 가솔린 엔진의 320i에도 기본형과 세 가지 라인이 존재한다. 328i, 그리고 액티브하이브리드3도 있다. 왜건 모델인 ‘투어링’은 엔진이 320d뿐이지만 기본형, xDrive, M스포츠 에디션(M Sport Edition)의 세 가지로 나뉜다. xDrive는 4륜구동 버전이다. 세단의 320d에도 xDrive 모델이 있다.
많이 파는 회사의 여유랄 수도 있지만 이것도 무기다. 소비자 입장에선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충족시키고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아무튼, 시승차는 320d 투어링 중 M스포츠 에디션이다. 가격은 5,800만원. 기본형 320d세단의 4,760만원은 물론, 스포츠 라인의 5,400만원보다도 비싸다. 단순히 짐칸이 큰데 대한 추가 비용은 아니다. 기본형 투어링은 5,020만원이니 짐칸 값은 260만원인 셈. M스포츠 에디션은 3시리즈 스포츠라인에 고성능 차 M3의 이미지를 입힌 것이라고 BMW는 설명한다. 400만원의 추가 비용으로 M 스포츠 패키지와 짐칸을 모두 챙길 수 있다면 괜찮은 거래가 아닌가 싶다.
이 ‘패키지’가 적용됐다는 것은 앞, 뒤 범퍼와 측면 하단 장식은 물론 알로이 휠과 실내 사양까지 ‘M의 것’, 즉 스포티하고 강한 것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더 단단한 스프링과 댐퍼 및 스태빌라이저로 구성된 M서스펜션이 적용돼 높이가 10mm 낮아지며, 전용 색상인 ‘에스토릴 블루 메탈릭’을 선택해 더욱 차별화할 수도 있다.
‘짐차’라는 편견을 쉽게 뭉갤 만큼 화려하고 스포티한 이 차가 여느 320d와 같은 184마력 디젤 엔진을 얹은 것이 마뜩찮을 수도 있지만, 정 그렇다면 출력과 토크를 ‘23d’ 수준으로 높여주는 200마력짜리 ‘파워 킷’을 추가하면 될 일. 20d의 힘과 8단 자동변속기만으로도 0-100km/h 가속 7.1초, 최고속도 226km/h의 성능을 발휘하지만, 그러면서도 17.5km/l의 연비를 제공하지만, 그래도 뭔가 더 나아야 한다고 생각된다면 말이다.
외관 못지않게 차별화된 실내가 그런 욕심을 더욱 부추긴다. 뻘건 가죽 마감, 헥사곤 패턴의 알루미늄 장식, 옆구리 조임을 전동 조절할 수 있는 스포츠 시트, 여기저기 박힌 M엠블럼도 좋지만 M스티어링 휠이 압권이다. 모양만 멋진 것이 아니라 손에 붙는 가죽질감까지 침이 고이게 한다. 엔진 소리까지 더 스포티하게 들리는 것은 기분 탓이리라.
M스포츠 서스펜션, 그리고 앞 225/45R18, 뒤 255/40R18의 타이어가 제공하는 정확하고 빠른 조향 반응과 핸들링을 즐기다 보면 뒤가 더 무거워진 차를 타고 있단 사실은 거의 잊게된다. 요철을 만나 트렁크 쪽에서 찌그덕 거리는 잡소리가 나기 전까진. 과속방지턱에서 강하게 튀는 후륜은 짐을 가득 실었을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짐차의 태생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그렇다 해도 스포츠 서스펜션과 타이어 조합을 생각하면 승차감은 의외로 좋은 편이다. 세단엔 없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있어 비가 올 땐 ‘아하~ 이렇게 타는 거구나’ 할 수도 있다.
짐칸 커버 아래까지를 기준으로 하는 기본 적재용량은 세단보다 불과 15리터 큰 495리터. 세단과 B필러 이후가 다를 뿐, 차체 크기는 똑같으니 그럴 수 있다. 대신 40:20:40으로 분할되는 뒷좌석 등받이를 모두 눕혔을 때의 최대 적재용량은 1,500리터다. (참고로 쉐보레 크루즈 왜건은 1,478리터, 현대 i40는 1,719리터다. VDA기준.)
적재함 바닥엔 세로 방향으로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레일 대신 좌우에 각 두개씩의 고정점을 마련한 어댑티브 패스닝 시스템(adaptive fastening system)을 적용했다. 이를 구성하는 알루미늄 레일은 길이 조절이 돼 대각선 고정이 가능하고 두 개의 스트랩으로 화물을 묶을 수 있다. 쓰지 않을 때는 적재함 커버와 함께 바닥판 아래에 깔끔하고 조용하게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바닥판 아래에는 이 부분 말고도 깊은 수납공간이 더 있다.
그래도 짐 실을 공간이 더 필요하다면 이번 달 안에 사면 유리하다. 7월말까지 3시리즈 투어링이나 5시리즈 투어링을 사면 120만원 상당의 루프 박스 패키지를 덤으로 준다니 말이다. 시승차와 같은 M스포츠 패키지의 요란스러움이 부담스럽다면 기본형 투어링을 사면된다. 굳이 M스포츠 에디션이 아니더라도 3시리즈 투어링은 성능, 경제성, 실용성, 프리미엄을 골고루 만족시킬 수 있는 차다. 그런데, 막상 M스포츠 에디션에서 일반 투어링으로 옮겨 타보니 그렇게 허할 수가 없더라.
글,사진 / 민병권 RPM9기자 bk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