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3분기 누적 실적을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많이 팔고도 덜 남기는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주요 시장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대기아차는 해외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신차 투입을 늘리면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지만 국내외 시장 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계속되는 부진...앞길이 깜깜하다
현대기아차가 지난 주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현대차는 전년 동기보다 7.5% 늘어난 345만대를 전세계에서 판매했고, 기아차는 2% 늘어난 207만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에서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5.9% 늘어난 65조3700억원을 기록했고, 기아차는 0.4% 줄어든 35조8300억원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국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과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게 현대기아차 자평이다. 그러나 속마음은 편치 않다.
현대차는 중국(29.1%), 인도·아프리카 등 기타(7.1%) 지역에서만 판매량이 늘었을 뿐 유럽(-7.3%)은 물론 안방인 국내에서도 0.6%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54만8000대를 팔며 전년보다 1.6%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되레 5.0%에서 4.7%로 하락했다. 기아차는 중국에서만 20.1%로 큰폭 성장했고 나머지 미국(-4.3%), 국내(-3.1%), 유럽(0.3%), 기타(0.3%) 등 모든 지역에서 판매량이 전년보다 줄거나 미미한 성장만 기록했다. 중국에서 과거사 갈등에 따른 일본차 부진의 반사이익을 얻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세계에서 현대기아차가 맥을 못추는 모양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전체 판매량은 늘었지만 남는 것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3분기까지 영업이익 6조285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9% 줄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9.6%로 한자릿수대로 떨어졌다. 기아차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 2조527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9%나 줄었다.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이익이 많이 남지 않는 소형·경차 판매 의존도가 높은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준중형 및 소형·경차 판매 비중은 현대차가 지난해 60%에서 올해 61%로 늘었고, 기아차도 52.5%에서 52.7%로 증가 추세다.
◇해외 생산능력 확대·신차 투입으로 회복 가능?
현대기아차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부진 원인을 공급부족과 환율하락, 유럽 경기침체 등 외부 요인으로 돌렸다. 이에 따라 국내 파업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환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해외 공장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중국 3공장 라인 증설과 브라질 공장 3교대 전환 등을 통해 연간 생산능력을 현 465만대에서 491만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기아차도 내년 상반기 내 중국 3공장을 가동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 유럽에, 기아차는 카니발과 쏘렌토 등 인기차종을 미국에 투입해 부진을 벗어나기로 했다.
이성신 BMR 컨설팅 대표는 “현대기아차가 미국을 중심으로 올해보다 내년에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을 더 많이 내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 빅3와 일본 업체 역시 만만치 않게 신차를 많이 내기 때문에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