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에 구축한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가운데 30%는 사용할 수 없는 `먹통`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전기차 이용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충전기 사용을 독려했지만 과다한 전기 요금과 주차장 부족 등의 이유로 일부 관공서에서 외부 출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가 전국에 구축한 완·급속 충전기 907기 중 271기가 외부 사용이 제한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은 충전기 151기 중 68기가 사용이 제한돼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인천과 경기의 충전소 제한율이 각각 42% 39%로 나타났다. 그나마 국내에서 전기차 이용률이 가장 높은 제주도가 200기 중 36기로 20%대로 체면치레 수준이었다.
정부가 전기차 이용자에게 `충전 인프라 정보시스템(evcis.or.kr)`에서 충전기 상태나 위치 정보를 제공하지만, 충전소를 찾아가도 세 곳 중 한 곳은 이용이 힘든 상황인 것이다.
정부는 2011년부터 전기차 이용 활성화를 위해 교통 접근이 뛰어난 500여 지자체·공공기관에 급속 충전기(118기)와 완속 충전기(789기)를 구축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공공기관에서 전기요금과 주차장 부족 등 관리상 어려움을 이유로 최근 EVCIS에 정보 제공을 중단하며 외부인 이용을 막고 있다. EVCIS는 정부로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을 받은 이용자 1748명에게 충전소 정보를 제공하는 유일한 사이트다. 대다수 내비게이션에도 전기차 충전소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실정이어서 이용자 불편함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전기차 이용자 박 모씨(36)는 "내비게이션을 따라 지자체가 운영하는 충전소를 찾아가도 이용이 제한되는 때가 많다"며 "지난해만 해도 서울에서 수원·파주까지 자유로운 운행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도시 외곽까지 이동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같은 고민이다. 충전소를 찾은 이용자가 늘면서 전기요금 등 관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전남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급속 충전기는 매월 기본요금만 12만원으로 부담이 큰데다, 전기차 이용자가 충전소를 주차장으로 활용해 민원발생도 적지 않다"며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고려한 전기요금 체계 등 현실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를 위해 EVCIS를 개편하고 급속 충전기 위주로 관리하겠다는 원론적인 대책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한술 더 떠 완속 충전기는 2015년부터 충전기 보급 중단을 이유로 별도로 관리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환경공단 관계자는 "전기차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일부 운전자가 관공서 충전소를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관공서에서도 전기요금 부담으로 출입을 제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오는 5월까지 사이트를 개편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급속충전기 관리를 강화해 전기차 이용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2015년부터 완속 충전기 보급을 중단하고 20분 전후 충전이 가능한 급속충전기를 공공시설물과 교통 요충지에 구축할 계획이다. 또 일정 규모 이상 아파트나 공동주택의 충전기 설치 의무화, 완성차업체의 충전인프라 구축을 독려할 방침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