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모델은 이쪽이에요. 앞에 파란색 엠블럼이 박혀있는데, 혹시 처음 보셨어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토요타 `올 뉴 스마트 캠리` 시승행사장에 늘어선 여러 대 캠리 중 하이브리드 모델을 찾기가 어려웠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두 가지 모델이 마련됐지만, 겉으로는 모두 똑같이 생겨서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말 그대로 낑낑대고 있었다. 이를 알아챈 현장 스텝이 다가와 친절히 구분법을 알려줬다. 엠블럼 차이에 따라 모델을 구분할 수 있는, 너무나 쉬운 방법을 듣고 난 뒤 한동안 말을 잃었다. 기자가 경험이 짧아 몰랐던 부분이다.
지난 19일, `2015 올 뉴 스마트 캠리`를 타고 신라호텔 제주를 출발, 곽지과물해변과 제주마방목지를 거쳐 돌아오는 약 120km 구간을 달렸다. 행사는 오전과 오후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고, `2.5 가솔린 XLE`와 `2.5 하이브리드 XLE` 모델을 모두 탈 수 있었다. 한 차에 세 명씩 조를 이룬 탓에 운전석과 조수석, 뒷좌석을 번갈아가며 체험할 수 있었다.
먼저, 손을 갖다 대면 금방이라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큰 라디에이터 그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발론과 같은 패밀리 룩이다. 2,000여개 부품을 새로 디자인한 부분 변경 모델이지만, 풀 체인지에 가깝다. 기존 버전이 깔끔한 인상을 줬다면, 새 모델은 곳곳에 포인트를 가미해 개성을 살렸다.
새로운 캠리는 무게 중심이 낮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풍기도록 디자인됐다. 새롭게 적용된 LED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 옆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입체적인 주름, 그리고 새로 디자인한 리어 범퍼와 콤비네이션 램프 등이 이같은 인상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크기는 4,850x1,820x1,470mm(길이x너비x높이), 휠베이스는 2,775mm로, 2년 전에 선보인 7세대 모델보다 길이가 45mm 늘었다.
▲주행 - 조용한 하이브리드 모델 VS 경쾌한 가솔린 모델
가장 먼저 탄 모델은 `2.5 하이브리드 XLE`다. 먼저 조수석에 앉아 본격적인 시승길에 올랐다. 신라호텔에서 곽지과물해변으로 가는 첫 구간이다. 뒷좌석에 앉은 선배 기자가 "머리가 흔들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날 진행된 발표행사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의 `멀미`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조수석에선 느끼기 어려웠다.
오전이었지만 거리에 차가 많았고, 과속방지턱과 이동식 카메라가 빈번히 등장해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또 전기모터를 충전하는 배터리가 트렁크 부분에 장착된 점이 승차감에 영향을 준 걸로 보인다.
다른 부분은 만족스러웠다. 충분히 속도를 낸 건 아니었지만 평지는 물론, 언덕길에서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차가 힘겨워하거나 심하게 흔들리지 않았다. 과속방지턱을 빠른 속도로 넘었을 때도 덜컹거림이 오래가지 않았다. 토요타는 새 모델 앞·뒷바퀴에 들어가는 서스펜션을 개조했다고 한다. 또 코일 스프링 비율과 완충장치 댐핑 특성을 바꿔 핸들링과 승차감을 개선했다고 자신했다. 그렇지만 이전 세대 모델과 직접 비교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운전석에서 본 하이브리드 모델 특유의 계기반도 인상적이었다. 왼쪽엔 엔진회전수 대신 `충전(CHG)`과 `에코(ECO)`, `파워(PWR)` 구간으로 나뉘어 하이브리드 시스템 출력과 에너지 충전상태를 표시한다. 운전 중 계기반을 보고 있으면 가급적 `에코` 또는 `충전` 구간에 맞춰 보다 친환경적으로 운전하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바른 운전 습관을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전력과 연료 소비를 절약하는 `ECO 드라이브 모드`와 전기 모터 만으로 주행하는 `EV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EV모드는 시속 40km 속도로 약 7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날은 사용해보진 못했다.
오후엔 `2.5 가솔린 XLE`로 갈아타고 같은 코스를 돌았다. 가솔린 모델을 타보니 하이브리드 버전이 아주 정숙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 모델 특성상 처음 시동을 걸었을 때와 출발할 때 엔진음이 잘 들리지 않았고, 주행 중에도 아주 조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솔린 모델이 소란스러웠다는 건 아니다. 바람 소리도 거슬리지 않았고, 높은 속도로 달릴 때 옆사람과의 대화도 불편함이 없었다.
길도 익숙해졌고, 마침 거리에 차도 적어 오전보다 운전이 편했다. 이번엔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아 시속 120km까지 속도를 내봤다.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갔다. 제동 성능도 만족스러웠고, 핸들링도 경쾌했다.
공인연비를 기준으로 가솔린 모델은 ℓ당 11.5km(도심 10.2km/ℓ, 고속도로 13.6km/ℓ), 하이브리드는 ℓ당 16.4km(도심 17.1km/ℓ, 고속도로 15.7km/ℓ)다. 이날 연비를 확인했을 땐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 각각 ℓ당 10.3km와 11.7km로 나타났다. 성능을 체험하는 시승행사였다는 점과 함께, 패밀리 세단이라는 제품 콘셉트를 고려한다면 무난해 보인다. 그렇지만 가솔린 모델에 에코 모드가 탑재되지 않아 아쉬웠다.
그리고 운전 중 속도를 갑자기 높이거나 멈출 때마다 수치가 달라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주행거리가 짧았고, 토요타의 연비 측정 시스템이 정교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함께 탄 선배들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퍼포먼스 보단 안정적인 승차감에 무게를 둔다면 더 높은 수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실내는 꽤 널찍하다. 평소에 주로 타는 차가 소형차여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운전석에선 각종 조작 장치가 운전자 중심으로 배치돼 운전이 수월했고, 앞좌석 컵홀더와, 오버헤드 콘솔, 코인박스 등 곳곳에 마련된 크고 작은 수납공간을 열어보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게다가 이날 성인 남성 세 명이 탔음에도 실내공간은 넉넉했다. 뒷좌석 등받이에 편한 자세로 기대어 앉을 때도 조수석에 앉은 사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토요타 캠리는 오랜 기간 소비자에게 `무난한 차`라는 평을 들어왔다. 디자인과 퍼포먼스,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심심한 차로 여겨질 수도 있다. 토요타는 이런 점을 바꾸려 노력한 것 같다. 새로운 캠리는 더욱 역동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국토요타 요시다 아키히사 사장은 신차 발표회에서 새로운 캠리와 함께 2015년 10%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 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고전했던 토요타가 `확 바뀐` 새 모델을 통해 역전을 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주=차재서 RPM9 기자 jsch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