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캐시카이(Qashqai)는 2007년 처음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누적판매량 200만대를 넘어선 닛산의 베스트셀링카 중 하나다. 국내 출시 모델은 올해 초 유럽에 선보인 2세대다. 유럽에서 디자인하고, 유럽에서 만든 정통 ‘유러피언 디젤 SUV’다.
캐시카이는 영국 런던에 2003년 1월 오픈한 ‘닛산 디자인 유럽(Nissan Design Europe)’의 첫 작품이다. 2004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컨셉트카로 처음 소개됐고, 반응이 좋자 닛산은 2007년 1세대 모델을 출시했다. 차명은 이란의 한 유목민족 이름에서 따왔다. 도전정신과 독립성, 거침, 단단함 등을 담고 있다.
2세대는 올해 1월 출시됐다. 1세대 디자인을 계승하면서 이를 세련되게 표현했다. LED 주간 주행등으로 눈매를 다듬고 V-모션 그릴과 부메랑 형태의 리어램프 등 닛산의 최신 패밀리룩을 입었다. 또 신형은 구형보다 길고 넓고 낮다. 와인드-앤-로우(Wide & Low) 디자인을 통해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주행감각은 남다르다. 사뿐사뿐 쉽게 달린다. 배기량 1.6리터 엔진을 탑재한 탓에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지만 ‘기우’에 불과하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자랑하는 소형 디젤엔진이 충분히 이름 값을 한다. 최고출력은 131마력(@4,000rpm)이며, 최대토크는 무려 32.6kg.m(@1,750rpm)에 달한다. 캐시카이의 페달을 밟아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다.
이런 가속감은 캐시카이에 최적화된 엑스트로닉 CVT(Xtronic CVT) 무단 변속기 역할이 크다. 가속 페달을 콱 밟으면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처럼 단계 별로 변속되도록 세팅돼 ‘밟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7단 수동 모드도 매력이다.
경쾌한 발걸음은 급한 커브길에서도 이어진다. 생각했던 것보다 코너링 한계치가 높다. SUV가 아니라 스포츠카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핸들링이 즐겁다. 시시각각 바뀌는 차의 자세와 여러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제어하는 ‘섀시 컨트롤(Chassis Control)’ 시스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이 어떻게 개입하는지 계기반 가운데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Active Trace Control)’은 코너에서 각 바퀴에 실리는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해 주며, ‘액티브 엔진 브레이크(Active Engine Brake)’는 섬세하게 엔진 브레이크를 가함으로써 코너링을 더욱 수월하게 돕는다.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Active Ride Control)’은 굴곡이 심한 노면에서 가벼운 제동을 가해 차체 흔들림을 억제함으로써 안락한 주행을 지원하는 기능이다.
탄탄한 주행성능은 강하지만 유연한 하체가 뒷받침 됐기 때문에 가능하다. 더블 피스톤 쇽업쇼버를 적용, 노면 상태에 따라 감쇠력(Damping Force)을 조절해 자세를 잃지 않는다. 좌우 흔들림은 단단히 잡아준다. 상하 움직임은 두 가지로 느껴진다. 잔 진동은 짧게 걸러주고, 방지턱을 넘는 등 커다란 상하 충격은 부드럽게 흡수해 탑승객에게 전달되는 불쾌한 느낌을 최소화 한다. 보통 SUV는 뒷바퀴가 통통 튀는 느낌을 받지만 캐시카이는 다르다.
뛰어난 실용성도 큰 장점이다. 공인연비는 ℓ당 15.3km(도심 14.4km/ℓ, 고속도로 16.6km/ℓ)이지만, 특별히 급가속을 하지 않는 일상 주행에선 ℓ당 17km이상 기록, 공연연비보다 훨씬 우수했다. 디젤엔진의 힘을 CVT가 빠르고 부드럽게 바퀴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여러 기능 중 인텔리전트 파크 어시스트는 주차에 자신 없는 운전자들에게 매우 반가운 기능이다. 센서로 빈 공간을 감지하며 지나간 다음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빈 공간 옆에 서면 알아서 네모난 가이드가 모니터에 표시된다. 주차공간과 네모를 맞추고, 이때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운전대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최적 각도에 다다르면 박스가 또 보인다. 해당 구역에 들어서서 브레이크를 밟고 후진기어를 넣으면 알아서 운전대를 돌리며 설정한 공간으로 들어간다. 물론 어라운드뷰 모니터를 보며 주변을 살펴야 한다. 자동주차 기록은 일반적인 운전자의 주차 실력보다 빨랐지만. 주차의 달인보다는 느렸다.
캐시카이를 타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화려한 안전 및 편의장비에 비하면 혼 소리가 빈약하다. 우렁찬 “빠앙~” 소리를 기대했지만 들려온 소리는 “뿌~”.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알티마나 인피니티의 것을 적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유럽에서 많이 팔린 덴 이유가 있었다. 튼실하고 유연한 하체를 바탕으로 깔끔한 핸들링이 특기다. 디젤의 거침을 부드러운 무단변속기(CVT)가 상쇄하며 꽤나 독특한 주행감각을 뽐낸다. 일단 타보면 안다. 그동안 느껴온 SUV에 대한 편견을 깨는 차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