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스파크와 오펠 칼은 브랜드는 다르지만 한국지엠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형제 차다. 차량 뼈대를 공유한 것은 물론이고, 엔진 출력과 토크도 같다. 칼은 유럽에서, 스파크는 한국에서 인기 몰이 중이다. 두 차 모두 경차 편견을 깨는 주행 성능과 편의 장치를 갖춘 것이 비결이다. 동시에 각 지역 소비자 취향에 맞는 주행감과 실내 공간을 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 두 차량을 번갈아 시승해봤다.
스파크와 칼은 이번 신차가 나오면서 브랜드 패밀리룩에 맞춰 옷을 갈아입었다. 스파크 전면부는 상위 모델 아베오를, 칼 전면부는 오펠 아담을 연상케 한다. 전면 그릴부와 뒷범퍼 모양, 번호판 위치를 제외하면 전체적인 윤곽은 거의 같다. 뒷좌석 손잡이는 다르다. 뒷좌석 프레임에 숨겨놓은 손잡이는 스파크 트레이드 마크지만 칼은 평범한 손잡이를 채택했다. 둘 다 기존 모델보다 낮아진 차체, 길어진 축간거리가 한층 야무진 느낌을 준다. 누가 봐도 형제 차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디자인이다.
무단변속기(CVT)를 채택한 스파크와 달리 유럽향 수출 모델인 칼은 5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오랜만에 몰아보는 수동변속 차량 이질감이 상당했다. 경사로밀림방지장치 덕분에 오르막길 출발에는 큰 문제가 없다. 시동을 꺼뜨리면 곧바로 다시 시동이 걸린다. 수년 전 수동 차량을 몰 때와 격세지감이다. 그새 수동 차량 기술도 날로 진화했다.
스파크에 장착된 CVT는 변속 충격을 거의 없앴다. 웬만한 가속에서는 높은 RPM을 쓸 필요 없이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간다. 국내에서 흔히 타볼 수 있는 자동변속기 차량과 큰 차이가 없다.
스파크와 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서스펜션 세팅이다. 요철 구간을 지나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스파크가 요철을 ‘넘어’ 간다면 칼은 요철을 ‘밟고’ 가는 느낌이다. 스파크에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운전자 취향을 배려한 설계가 적용됐다.
실내 공간을 봐도 차이가 확연하다. 스파크 실내는 경차를 뛰어넘었다고 할 만큼 화려하다. 크루즈컨트롤과 차로이탈경보장치(LDWS)를 켜고 끄거나 감도를 조절할 수 있는 조작 버튼이 즐비했다.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용 모니터도 널찍해 시인성이 좋다.
운전대 왼쪽에 달린 버튼으로 조작하는 ‘시티 모드’ 기능은 여성 운전자에게 높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시내 구간 혹은 주차장에서 핸들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핸들을 꺾기가 한층 편해지고 세밀한 조향을 하기에도 좋다. 고속 주행을 시작하면 별도 조작 없이도 핸들이 다시 무거워진다.
국산차 최초로 탑재된 애플 카플레이도 색다른 경험이다. USB 연결 방식으로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스마트폰과 연동해 제공한다. 인상적인 것은 내비게이션 응답성이다. 웬만한 거치형 내비게이션보다 응답과 측위가 빠르다. 애플 특유 깔끔한 UI도 보는 재미가 있다. 지도 자체는 아직 투박해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기본적인 주행 성능은 두 차 모두 훌륭하다. 낮아진 차고 때문에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경차 특유의 기민한 가속성과 조향 응답성도 강점이다. 차체로 유입되는 바람소리는 기존 경차보다 현저하게 적다. 작은 차체 때문인지 밑에서 올라오는 노면음은 어찌할 수 없었다. 시속 80㎞만 넘어도 마찰음이 제법 또렷하게 들린다.
〈쉐보레 스파크, 오펠 칼 주요 제원(자료 : 한국지엠)〉
송준영 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