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지는 1993년 전 세계 최초로 출시된 ‘도심형 SUV’로 기아자동차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끌어올린 간판 모델이다. 지금까지 글로벌 누적판매는 총 370만대를 넘어 기아차 레저용 차량(RV) 중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K 시리즈가 디자인 혁신으로 세단 시장에서 기아차 선전을 이끌었다면, RV 모델 대표주자는 단연 스포티지인 셈이다.
스포티지가 2010년 3세대 이후 5년만에 풀체인지를 통해 4세대 모델로 돌아왔다. 출시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은 디자인부터 주행 성능까지 겉과 속이 한마디로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 서울 광장동 W호텔부터 남춘천 로드힐스GC를 왕복하는 130㎞ 구간에서 신형 스포티지의 변신을 체험했다.
신형 스포티지 디자인은 ‘볼륨감’으로 압축된다. 역동적이고 강력한 에너지를 모티브로 혁신적이고 대담한 변신을 이뤄냈다. 전면부는 유선형 후드 라인에 헤드라이트를 이전 모델보다 높게 배치시켜 역동성을 부여했다. 전면 디자인을 놓고 프리미엄 브랜드를 베낀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측면부와 후면부 디자인은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휩쓴 스포티지 정통성이 잘 살아있다. 전반적인 느낌은 ‘이전보다 빵빵해졌지만, 결코 튀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그만큼 스포티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충분하다. 쉽사리 질릴만한 디자인은 아니다.
시승에서 신형 스포티지의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주행 성능과 승차감이다. 시승한 모델에는 R2.0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186마력, 최대토크 41.0㎏·m로 최고출력은 이전 모델보다 2마력 높아졌지만, 최대토크는 같다. 수치상으로는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출발부터 중저속 영역에서 치고 나가는 힘이 뛰어나다. 스포티지가 이렇게 역동적인 모델이었나 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숙성이다. 디젤 엔진음은 마치 가솔린 세단을 모는 것처럼 부드럽게 전달된다. 일체형 대시패드를 적용해 엔진 투과음을 개선하고 흡차음재를 보강해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최소화했다. 최근 1년새 연이어 출시되고 있는 현대·기아차 디젤 모델의 소음진동(N.V.H) 대책 설계는 한마디로 일취월장이다. ‘조용하고 힘 좋은’ 수입 디젤 세단에 밀려 시장을 잠식당하던 현대·기아차가 절치부심한 결과다.
고속도로 구간에서는 스포츠 주행 모드로 한마디로 마음껏 밟았다. 추월시 급가속과 제한속도를 훨씬 뛰어넘는 주행속도에도 힘이 모자라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실주행 연비도 공인연비(13.8㎞/ℓ, 19인치)에 크게 뒤지지 않는 결과를 나타냈다. 범퍼 측면부 구멍을 통해 휠 주변 공기 흐름을 자연스럽게 변화시켜 공기 저항을 감소시키는 휠 에어커튼과 리어스포일러 에어블레이드 등 공력 성능을 개선하는 디자인이 연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
신형 스포티지는 지난달 15일 국내 출시와 때맞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도 동시에 공개됐다. 자동차 기술 본고장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터쇼에서도 스포티지는 존재감을 뽐냈다. 스포티지는 모터쇼에서 공개된 신차 순위에서 4위(아우토빌드 평가)를 차지하며 기염을 토했다. 디자인과 혁신성, 기술 평가에서 쟁쟁한 모델을 제쳤다. 신형 스포티지가 글로벌 시장에서 ‘SUV 명가’ 기아차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문가 평가인 셈이다. 신형 스포티지는 우리도 ‘티구안’에 버금가는 글로벌 명품 SUV를 탄생시켰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신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