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중형세단 정석으로 불리는 캠리는 한국토요타에 상당히 중요하다. 국내 3000만원대 수입 중형세단 시장에서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폭스바겐 ‘파사트’ 등과 경쟁하는 대표 모델이기 때문이다.
올뉴 캠리 2.5 가솔린 XLE 모델을 타고 서울에서 충청남도 당진을 다녀오는 왕복 400㎞ 거리를 시승했다. 이번 시승은 캠리 특유 정숙성과 주행 안전성 등 ‘기본기’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외관은 기존 모델과 닮은 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많이 달라졌다. 4세대 아발론에서 시작된 대형 그릴 모양 범퍼는 올뉴 캠리에도 적용됐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토요타 준중형차 코롤라와 비슷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DRL)은 LED 램프를 적용해 디자인과 기능을 모두 잡았다.
옆 모습은 기존 캠리와 비슷하다. 지붕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C필러(지붕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차체 뼈대) 각도를 완만하게 뽑아내서 전통 세단 느낌을 살렸다. 뒷모습은 렉서스 중형세단 ES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구성된 후미등은 깔끔한 뒷모습을 완성시켰다.
실내는 기존 캠리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앙조작부분(센터페시아) 구성은 공조기, LCD 터치스크린과 인포테인먼트 조작 버튼, 공조기 조작버튼 등이 새로 배치됐다. 중앙수납함(센터콘솔)은 500ml 음료수 10여개를 넣을 만큼 넉넉했다. 캠리가 패밀리 세단임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운전석 계기판 부분(클러스터페시아)은 기존모델보다 향상됐다. 속도계와 RPM 계기판 사이에 4.2인치 TFT LCD 모니터가 장착돼 연비, 인포테인먼트 등을 한눈에 보고 조작할 수 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850㎜, 전폭 1820㎜, 전고 1470㎜다. 토요타가 경쟁모델로 내세우고 있는 현대차 그랜저, 쏘나타보다는 작다. 하지만 실내 공간은 경쟁모델에 뒤지지 않을 만큼 넉넉하다. 뒷좌석은 신장 180㎝ 남성이 앉아도 무릎공간이 충분히 보장될 만큼 넓다.
아쉬운 점도 있다. 조수석에 전통시트가 적용됐지만 앞뒤로만 움직일 뿐 상하로는 조작이 불가능했다. 올뉴 캠리가 전량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되는 ‘미국식 차량’이다 보니 운전대(스티어링휠) 크기가 국내 운전자들에게 조금 큰 편이었다.
주행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차량을 출발시켰다. 시동을 켜는 순간 토요타 기술력이 진가를 발휘했다. 저속에서 시동이 걸렸는지 느끼지 못할 만큼 조용하다. 토요타와 렉서스가 세계 시장에서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인 ‘정숙성’도 갖췄다. 시속 60㎞를 넘기 어려운 시내 주행에서는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고속 주행에 접어들어 시속 100㎞를 넘어서자 엔진음이 조금 들렸다. ‘정숙성’ 하나 만큼은 동급 최고였다.
토요타가 올뉴 캠리를 개발하면서 소음 및 진동(NVH)에 최대한 집중한 덕분이다. 문과 창문으로 들어오는 외부 소음을 차단하도록 개선됐다. 심지어 사이드 미러도 공기흐름을 더 효과적으로 통제해 흔들림과 소음을 저감하도록 새롭게 디자인됐다. 발 밑 카페트도 소음 흡수 효과가 30% 더 높은 소재가 사용됐다.
직렬 4기통 2.5리터 DOHC 듀얼 VVT-I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고 출력 181마력, 최대토크 23.6kg.m 달리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수치상으로 동급 차량들에 비해 결코 밀리지 않는다.
올뉴 캠리는 전륜과 후륜 서스펜션을 전면 개선, 기존 캠리보다 단단해졌다. 코너를 돌거나 가속방지턱을 넘을 때 ‘출렁’인다는 느낌이 거의 안들었다. 급커브 구간에서도 쏠림 현상이 많이 개선됐다. 구불구불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코스에서도 중심을 잘 잡았다.
연비는 우수했다. 언덕길, 시내주행, 고속주행 등을 번갈아가며 운전한 결과 실주행 연비가 13.9㎞/ℓ로 나타나 공인연비(11.5㎞/ℓ)보다 우수한 효율성을 나타냈다.
올뉴 캠리 2.5 가솔린 XLE 모델은 3390만원에 판매된다. 경쟁모델로 내세운 쏘나타 풀옵션 모델과 그랜저 2.4 기본형 모델 가격이 30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경쟁력 있다. 그랜저는 기본형은 3000만원선이지만 옵션을 장착하면 3500만원까지 오른다.
류종은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