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한 ‘올뉴 K7’은 렉서스 ‘ES350’을 경쟁모델로 지목하며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 등 고급 제원은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 못지 않다. 국산차 최초로 전륜 8단 자동변속기도 장착했다. 다만 실제 주행에서 크렐(KRELL) 사운드 시스템과 고속 주행 안정성은 아쉬움을 남겼다.
2일 올뉴 K7 3.3GDi 노블레스 스페셜 풀옵션 차량을 타고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강원도 춘천 라데나컨트리클럽(CC)을 다녀오는 총 162㎞ 코스를 시승했다. 이번 시승에서는 약 40㎞ 시내주행과 약 120㎞ 고속도로 주행에서 실제 주행감각, 고속 안정성, 연비 등을 점검했다.
외관은 올뉴 K7 광고 카피 ‘소프트 카리스마’를 그대로 구현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존 호랑이코 모양을 날카롭게 다듬고 음각 형태 세로막대를 장착했다. 헤드램프는 알파벳 ‘Z’ 모양 주간주행등(DRL)을 적용, 시동을 켜는 순간 올뉴 K7 존재감을 드러냈다. 4구 큐브 타입의 LED 안개등에는 공력성능 향상을 위한 에어커튼을 함께 적용해 세련미를 더했다.
측면부는 준대형 세단에서 흔치 않은 ‘롱노우즈숏테일’ 형태다. 이는 주로 스포츠카에 사용하는 라인으로 운동성능을 강조하는 디자인이다. 그 덕분에 올뉴 K7은 전장이 4970㎜에 달하지만 굼뜨지 않아 보인다. 후면부는 크롬 가니쉬와 ‘Z’ 모양 테일라이트를 적용해 간결하게 마무리했다. K9, 올뉴 스포티지 등에 적용한 패밀리룩이다. 뒷범퍼는 볼륨감을 강화했고 듀얼 머플러를 장착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기존 K7보다 한 단계 진화했다. 센터페시아(중앙조작부분) 상단부에는 8인치 내비게이션이 중앙에 위치하고 양쪽에는 송풍구가 설치됐다. 아래에는 비상등 버튼이 크게 설치됐다. 내비게이션과 비상등 위치는 안전성을 고려한 인테리어다. 중앙에는 아날로그 시계가 설치됐는데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다. 공조기 조작버튼과 인포테인먼트 조작 시스템은 시인성이 좋다.
실내에 적용된 소재도 고급스럽다. 전 좌석에 마름모꼴 패턴 퀼팅 나파가죽 시트를 적용했다. 천장에는 스웨이드 소재를 사용했고 곳곳에 가죽으로 마감 처리했다. 암레스트는 양문형 콘솔로 구성,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을 더했다. 뒷좌석은 성인 남성 세 명이 앉아도 넉넉했다. 휠베이스가 동급 최대 길이인 2855㎜에 달하기 때문이다. 무릎 공간 역시 신장 180㎝ 남성이 앉아도 많이 남는다. 다만 앞좌석만큼 고급스러운 느낌은 덜하다.
실내 정숙성은 올뉴 K7 최고 장점이다. 시동을 걸어도 엔진 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W호텔을 출발해 시내구간을 주행할 때도 정숙한 실내는 운전자와 동승자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시속 60㎞ 이하 속도에서는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이는 올뉴 K7에 처음 장착된 8단 자동변속기 덕분이다. 변속 시점을 세분화해 시속 80㎞에 도달하기 전에 8단까지 변속된다.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은 주행감각과 연비개선에 도움을 준다.
고속도로에서는 올뉴 K7 가속력을 시험해봤다. 장착된 람다Ⅱ 3.3 GDi엔진은 최고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35.0㎏.m 힘을 발휘한다. 8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해 시속 100㎞까지 시원하게 가속이 가능했다. 고속에서 치고나가는 힘도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행 안정성은 기대에 못미쳤다. 고속에서 차체가 떠 있는 느낌이 들어 체감 속도가 실제 속도보다 빠르게 느껴졌다. 고속에서 조향감각도 불안했다. 차선을 바꾸거나 급커브를 돌 때 조향하는 각도와 실제로 틀어지는 각도 차이가 컸다.
주행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크렐 오디오 시스템이다. 기아차는 크렐이 미국에서 떠오르는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아큐라 RLX(국내명 혼다 레전드)에도 적용됐다. 하지만 올뉴 K7에 적용된 크렐 오디오는 중저음 구현 능력이 부족했다. 트렁크 전체를 울림통으로 사용하다 보니 음이 흩어진 탓이다. 기아차는 최근 몇 년간 ‘오감 마케팅’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제작 단계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올뉴 K7은 준수한 외모와 다양한 편의사양을 갖춘 호감형 차량이다. 스마트크루즈콘트롤(SCC)는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과속단속 구간에서 알아서 속도를 줄이기도 했다. 이번 162㎞ 시승에서 얻은 최종 연비가 12.8㎞/ℓ에 달할 정도로 연비도 우수하다. 다만 4450만원에 달하는 준대형 세단이 고속 안정성이 부족한 것은 향후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다. 113만원짜리 옵션인 크렐 오디오 시스템도 올뉴 K7과 궁합을 다시 한 번 맞춰봐야 할 듯 하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