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더위가 시작되면서 학업에 지친 어린이와 수험생들의 건강을 각종 보양식으로 챙겨주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아이의 뼈 나이와 체질을 무시하고 개념없이 보양식을 지속적으로 먹이게 되면 뼈 나이 증가를 가져오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풍부한 단백질과 몸에 좋은 영양소가 많다고 무조건 권하기 보다는 성장예측 검사를 통해 아이의 뼈 나이부터 확인 한 후 뼈 나이에 맞는 보양식을 공급해주는 것이 좋다.
성조숙증을 진료하는 서정한의원 성장클리닉 박기원 원장이 성장기 보양식을 소개했다.
박 원장에 따르면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은 성질이 시원하고 담백한 음식이 몸에 맞다. 열 많은 아이들 가운데 키가 작은 아이들은 비위(脾胃)가 좋은 반면 신장과 방광이 약한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 키 성장을 주관하는 기관 중 으뜸은 신장이라 보고 있어 선천적으로 열이 많으며 키가 작은 아이들은 신장 건강을 보할 수 있는 음식을 찾아 주는 것이 좋다.
따라서 열이 많은 체질인 아이들의 복날 음식으로는 전복죽이 알맞다. 전복의 찬 성질이 몸속의 과도한 열을 식혀주기 때문이다. 전복은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며 비타민과 칼슘, 인 등의 미네랄 또한 풍부해 영양학적으로도 성장기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반대로 열이 많은 아이들이 피해주어야 할 보신음식은 삼계탕이다. 여름의 무더위에 열성 음식인 삼계탕을 과도하게 많이 먹는 것은 그야말로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대(腎大) 비소(脾小)하여 소화기관이 약한 아이는 열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여름에도 따뜻한 음식을 통해 보양을 하는 것이 좋다. 이열치열이 딱 맞는 체질이라 보면 쉽다. 따라서 이런 체질인 아이들은 삼계탕이 제격이다. 닭고기는 근육섬유가 가늘고 연하며 지방이 근육조직에 적절히 섞여 골고루 발달해 있기 때문에 맛이 담백하고 소화흡수도 잘 된다.
영양학적으로 닭고기는 필수 아미노산이 많은 완전 단백 식품이라 아이들의 성장 발육에 매우 좋으며, 특히 닭의 날개 부위에 많은 뮤신이라는 끈적끈적한 성분은 성장을 촉진하고 운동기능을 증진시키며 살코기 부위에 많은 단백질의 흡수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 삼계탕에 닭과 함께 들어가게 되는 부재료인 인삼, 황기, 대추, 찹쌀 등의 약재는 모두 소화기관을 보할 수 있는 약재로 부족한 기운을 보충해 주는데 월등한 약효가 있다.
아무 음식이나 복스럽게 잘 먹으면서 활동적인 아이들은 키도 잘 큰다. 반면 음식을 먹는 것을 즐기면서도 움직이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살이 찔 수밖에 없다. 몸에 체지방이 과다하게 쌓이면 성장호르몬 내성도 증가 할 뿐 아니라 성호르몬 분비 시기도 앞당겨지기 때문에 뼈 나이가 많아지며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도 빨라져 키가 작게 된다.
먹는 것이 귀했던 그 옛날 씌여졌단 「동의보감」에도 비대한 사람은 마른 사람보다 튼튼하지 못하다는 경고가 있다.
이런 아이들은 육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기운의 순환이 느려지고 성인병이 많이 발생할 뿐 아니라 성조숙증까지 올 수 있어 주의를 할 필요가 있으며, 체질에 맞는 권장 보양식으로는 버섯전골을 들 수 있다.
버섯은 칼로리가 매우 적으면서도 대부분의 비타민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고, 철분과 비타민 B₂의 작용으로 조혈작용(혈액을 만드는 작용)을 촉진하고 혈액의 흐름을 도와준다. 또 비타민 D 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뼈를 튼튼하게 해 주기도 한다. 버섯 특유의 감칠맛을 주는 구아닐산이라는 성분은 혈액의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작용을 함께 해 성호르몬이 콜레스테롤 대사과정의 부산물로써 너무 이른 시기에 잘못 만들어 지는 것을 예방하기도 한다.
뼈 나이가 빠른 남학생이라면 두부전골이 보양식이다. 두부 100g에 들어 있는 열량은 79kcal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두부는 콩단백질인 글리시닌, 알부민을 응고시켜 만든 것으로 단백질이 풍부하다. 하지만, 섬유소는 낮아 영양가 있게 두부를 섭취하려면 비타민과 섬유소가 풍부한 야채나 과일와 같이 섭취하는 것이 더 좋다.
지방 함유량은 18%정도인데, 대부분이 불포화 지방산이며, 그 반 이상이 최상급의 리놀레산이다. 또 리놀레산이 안정적으로 작용하는데 필요한 비타민E도 충분히 들어있어 동물성 지방의 과잉섭취로 인한 콜레스테롤을 깨끗이 씻어 내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 비타민B가 풍부하여 피로회복을 도우며, 칼슘이 뼈를 튼튼히 하게 해주기 때문에 남자 아이들이 보양식으로 좋다.
한약재로는 ‘우’, ‘토지’라 불리는 토란은 몸의 열을 내리고, 위와 장을 보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토란은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꿈을 많이 꾸는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마음이 허하면 근심하거나 놀라거나 괴상한 꿈을 많이 꾸고, 심장이 허하면 혼백이 들떠 복잡한 꿈을 꾸게 된다. 꿈을 많이 꾼다는 것은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므로, 마음의 기운이 허하면 불면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에 토란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토란이 식품으로 주목을 받을만한 이유 중의 하나는 특이한 천연물 성분으로 멜라토닌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멜라토닌의 분비가 적어지게 되면 피로와 온갖 스트레스로 쉽게 잠이 못드는 불면증이 생기게 되며, 수면 부족으로 낮 시간까지 피로를 느껴 건전한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갱년기 여성이나 노인들이 잠이 없는 것도 멜라토닌의 분비가 적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시집가 출가외인이 된 여인들에게 일 년에 한번 추석 명절만은 친정 나들이가 허용됐다. 이 때 친정어머니는 방문한 딸과 사위를 위해 토란탕을 준비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이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어머니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무병장수의 대표적인 식품으로 꼽히며 백년 손님인 사위를 대접하는 요리가 될 수 있는 것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일종인 멜라토닌이 풍부해 숙면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근심 걱정이 나이에 비해서 너무 많아서 깊은 잠을 못자는 경우가 많은데 토란을 이용한 죽을 이용한다면 깊은 잠을 잘 수 있어 좋고 TV시청과 컴퓨터 장시간 활용으로 인하여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된 최근 학생들에게 더없이 좋은 보양식이다.
우리는 과거에 비해 풍요로워진 밥상, 풍족한 먹을거리. 이 모든 것을 제공 받는 것은 현대 문명에 의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식탁에 오를 가축들은 빨리 자라고 비닐하우스에서는 철에 맞지 않는 과일과 야채들이 계속 생산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단순히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으로 여겨도 되는 것일까?
제철이 아닌 과일이나 야채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인공적인 빛, 온도, 습도, 영양 등이 제공된다. 생육조건들을 모두 억지로 맞춰 재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농산물은 제철에 알맞은 환경에서 자란 식품들보다 각종 영양소들의 함량이 현저히 적다.
뿐만 아니라 제철 식품에 비해 농약이 과도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유기농 식품 코너를 제외한 일반 시중 코너에서 팔리는 채소와 과일들은 대부분 농약을 대량 살포해 재배한다.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 성장촉진제, 낙과 방지제 등 그 종류도 수없이 많다.
따라서 제철음식을 먹도록 해주는 것이 그 어떤 보약보다도 좋다.
사춘기 이후 남학생은 장어구이, 추어탕, 잉어즙 등의 스테미너식, 고단백식은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또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다하여 주는 고칼로리의 사골국물, 곰탕 등을 2~3주 연속해서 주는 것은 좋지 않다. 단, 별식으로 한두 번 먹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학생은 사춘기 이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사춘기 이후에는 여성호르몬 유사물질인 이소플라본 함량이 높은 콩류는 많이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이진영 기자 (ljs@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