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6로 벤츠, BMW와 빅3를 이루겠다.”
제임스 김 한국GM 대표는 얼마 전 캐딜락 CT6 발표회에서 이런 목표를 밝혔다. 그동안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 존재감이 없던 캐딜락으로서는 다소 거창한 공약으로 들릴 수 있다.
특히 최근 좋아진 제품을 내놓고도 별다른 성과가 없던 터라 왠지 미덥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최소한 캐딜락 CT6를 직접 타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인천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마련된 CT6 시승회는 그러한 의구심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2인 1조로 진행되는 건 여느 시승회와 다를 바가 없었는데,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동승자가 운전할 때 뒷좌석에 타도록 했다는 점이다. ATS나 CTS와 달리 뒷좌석을 배려한 이 차의 콘셉트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CT6의 외관은 캐딜락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녹아 내면서도 과하지 않게 잘 절제했다. 렉서스 수준으로 다듬어진 꼼꼼한 마무리도 돋보인다. ATS와 CTS가 그렇듯이 이 차도 상당수 기능이 손가락을 스윽 터치해서 조절하도록 했다. 익숙해지면 꽤 편하고 보기도 좋지만,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나 기계조작에 서툰 이들에게는 오히려 불편할 수 있겠다.
파워트레인은 V6 3.6ℓ 340마력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고, 네 바퀴(AWD)를 굴린다. 공회전은 매우 조용하고 출발 후 엔진 회전도 매우 부드럽다. 마치 렉서스 LS에 탄 착각에 빠질 만큼 안락감이 뛰어나다. 독특한 시트형상도 승차감을 높이는 비결이다. 특히 앞좌석만큼 승차자를 잘 감싸주는 뒷좌석 시트가 인상적이다.
기어 레버는 매우 짧은 편인데, 손에 잡히는 파지감이 좋은 데다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어 만족스럽다.
네 바퀴굴림의 특성상 급가속 때의 반응은 2% 부족하다. 6800rpm에서 나오는 최고출력이나 5300rpm에서 나오는 최대토크도 다소 높은 편이다. 중저속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차들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CT6에서는 흠이 되지 않는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정숙성, 매끄러운 엔진 반응이 중요한 이 시장의 특성에 CT6는 매우 잘 대응해 만들었다는 인상이다.
최근 캐딜락 모델들의 높은 주행안전성도 CT6에 잘 구현돼 있다. 특히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이 보여주는 안정적인 주행감각은 물렁거리는 미국차들의 예전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다.
CT6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은 무려 34개의 스피커를 차 안에 배치했다. 제대로 만들었다면 소리가 안 좋을 수가 없는 구성이다. 한 시간 동안 달린 이번 시승에서는 파워트레인 성능 체크에 집중한 터라 아쉽게도 오디오 성능은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뒷좌석의 안락함은 이 차의 중요한 강점 중 하나다. 10인치 스크린으로 영상을 감상할 수 있고 시트에는 마사지 기능이 내장돼 장거리 운행에도 피로를 덜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차의 크기나 위상으로 볼 때 경쟁상대로 지목되는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다고 하긴 힘들다. 특히 S클래스나 7시리즈 롱 보디 모델의 압도적인 뒷좌석 공간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알루미늄 합금으로 다이어트 한 차체는 경쟁차보다 가벼운 1840~1950㎏의 중량을 나타낸다. 그러나 연비는 도심 7.2㎞/ℓ, 고속도로 9.9㎞/ℓ로 BMW 740Li X드라이브의 8.4㎞/ℓ, 11.9㎞/ℓ에 못 미친다. 벤츠 S400 4매틱 롱버전(7.6㎞/ℓ, 11.3㎞/ℓ)과 비교해도 뒤지는 건 마찬가지다.
CT6는 예전의 미국차가 아니다. 섬세한 마무리부터 뛰어난 정숙성과 안정된 주행감각, 첨단 편의장비까지 흠 잡을 게 별로 없는 차다. 7880만~9580만원의 가격도 경쟁차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앞서 지적한 낮은 연비를 해결한다면 상품성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엔진/미션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