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올해 1월 공개한 SM6가 중형차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벌써 4만대가 팔려나가며 이 시장 선두인 현대차 쏘나타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하반기에는 QM6가 이 흐름을 이어받았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지난 9월 22일, 충주호 인근에 르노삼성이 마련한 QM6 시승회에서 이 차를 꼼꼼히 들여다봤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능력을 총동원해 개발한 QM6는 QM5의 후속이다. 이미 시장에 안착해 있는 닛산의 X-트레일, 로그, 캐시카이 등의 파워트레인을 응용하면서 르노의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입힌 르노삼성의 야심작이다.
QM5의 후속이지만 차체는 한 급 위의 보인다. 차체 길이는 150㎜ 늘어났고, 너비는 10㎜, 높이는 30㎜ 줄였다. QM5보다 길고 낮아진 차체는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대시보드는 낯설지 않다. SM6에서 익숙해진 모습인데, QM6만의 디자인 포인트를 만들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8.7인치 S-링크는 시원한 화면과 편한 조작성으로 구매자들이 선호하는 옵션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베젤 부분이 두껍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시장에 선보인 볼보의 신형 XC90의 경우 화면만 터치해 조작하도록 되어 있는데, QM6는 일부 기능이 베젤 부분으로 나와 있다. 그러다보니 시각적으로 다소 답답해 보인다. 이 점은 추후 연식 변경이나 마이너 체인지 때 개선되면 좋겠다.
기아 쏘렌토보다 넓은 레그룸을 갖춘 뒷좌석은 착좌감이 좋고 충분히 넓게 설계됐다. 다만 뒷좌석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는 리크라이닝 기능이 없는 게 흠이다. 장거리 여행 때 유용한 기능이므로 추후 적용되길 기대한다.
이 차에 얹은 2.0ℓ 177마력 디젤 엔진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새로 개발해 QM6에 가장 먼저 적용했다. 변속기는 일본 자트코의 무단변속기(CVT). 이 새로운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은 이번 시승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이틀간 진행된 시승회에서 전날 시승한 일부 기자들은 파워가 조금 부족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직접 시승해본 결과 그 의견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듯하다. 이유는 변속기의 활용에 있다.
르노-닛산이 즐겨 쓰는 무단변속기는 구조적인 특성상 변속이 밋밋하다. QM6에 적용된 CVT는 바로 이 점을 개선했다. ‘D-스텝 모드’로 불리는 신기술로 일반 자동변속기처럼 각 기어단수마다 변속이 되는 느낌을 주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자동변속기 다루듯이 운전하면 변속이 무디고 힘이 없는 듯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수동모드의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D 모드에서 수동모드로 조작해보니 훨씬 다이내믹한 변속감각이 느껴지고 파워를 충분히 활용하는 느낌이다. 시승 중에 패들 시프트의 부재(不在)가 아쉬웠던 건 그만큼 수동모드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었다.
다섯 가지로 바꿀 수 있는 엠비언트 컬러 선택 기능은 소소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해준다. SM6에 있는 멀티 센스는 적용되지 않았는데, 르노삼성 관계자는 “4륜구동을 넣어야 하는 기술적인 차이점 때문에 이 차에는 달지 못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서스펜션 조절은 할 수 없지만 기본적인 세팅이 매우 탄탄하게 설계된 점이 인상적이다. 무게 중심이 매우 낮게 설정돼 있고, 서스펜션이 안정적이어서 코너링 때 차의 쏠림이 크지 않다.
QM6에서 가장 연비가 좋은 모델은 2륜구동에 17인치 또는 18인치 휠을 적용한 모델로 복합연비가 12.8㎞/ℓ이고, 이번 시승에 나온 4륜구동 19인치 모델은 11.7㎞/ℓ다. 기아 쏘렌토 2.0 4륜구동 19인치 모델과 비교하면 복합연비는 똑같고 도심은 QM6가, 고속도로는 쏘렌토의 연비가 우월하다.
QM6의 기본 가격은 2740만원이고 풀 옵션 모델은 3820만원이다. 기아 쏘렌토는 풀 옵션 모델이 3895만원, 현대 싼타페는 4205만원이니 QM6가 가격 경쟁력에서 다소 앞선다.
르노삼성 마케팅 담당 방실 이사는 QM6 발표회에서 기존 국산 SUV 외에도 폭스바겐 티구안을 경쟁상대로 지목한 바 있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태로 티구안의 힘이 빠진 지금은 강력한 경쟁자가 하나 없어진 셈이다. 여기에 최근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의 엔진오일 결함까지 터져 시장 상황은 르노삼성에 매우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르노삼성은 과연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현명한 소비자들은 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엔진/미션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