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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클래식] 2016 세종 체임버 시리즈 ‘Homage to Mozart’ Ⅲ ‘봄소리가 연주하는 가을소리’

발행일 : 2016-11-01 19:42:03

2016 세종 체임버 시리즈 ‘Homage to Mozart’ Ⅲ ‘봄소리가 연주하는 가을소리’가 지난 10월 30일에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공연됐다. 모차르트 탄생 260주년 기념으로 열린 이번 공연은, 2016년 상주음악가 마에스트로 임헌정의 지휘로 세종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협연하였다.

세종 체임버 시리즈는 해마다 대표 아티스트를 상주음악가(Artist in Residence)로 선정해 다양한 편성의 실내악을 선보이는 세종문화회관의 정통 클래식 프로그램이다. 올해의 상주음악가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지휘전공 임헌정 교수로, 현재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Divertimento No.3 (K.138) in F Major

‘봄소리가 연주하는 가을소리’의 첫 곡은 ‘Divertimento No.3 (K.138) in F Major’(이하 ‘디베르티멘토 제3번’)였다. 디베르티멘토는 18세기 중⋅후반에 유행한 기악 모음곡의 일종으로, 희유곡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궁정 또는 귀족의 저택에서 열리는 행사나 연회에서 분위기를 돋우거나 부드럽게 하기 위해 연주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극장에서의 교향곡 지휘가 아닌, 중극장에서의 실내악 지휘로 임헌정을 만난다는 것은 흥미롭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일이다. 지휘 단상에 올라가지 않고 연주자들과 같은 높이에 위치한 임헌정은 제1악장에서 포인트를 짚어주는 지휘를 했고, 제2악장에서는 부드럽지만 매듭이 있는 지휘를 보여줬다. 서정성을 현악이 주는 떨림을 통해 표현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지휘자 임헌정.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지휘자 임헌정.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디베르티멘토 제3번’의 제3악장은 빠르게 들어갔다가 나오는 리듬을 포함하고 있는데, 대극장에서 지휘를 할 때 완급조절에서 탁월함을 보여주었던 임헌정의 모습도 살짝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전주의 음악의 유희적인 성격을 현악기만으로 표현한다는 점이 주목되었다. 임헌정이 연주를 마치고 퇴장할 때 세종페스티벌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어깨를 쳐주며 응원해주는 모습은 훈훈하게 느껴졌다.

◇ Violin Concerto No.1(K.207) in B♭ Major

‘Violin Concerto No.1(K.207) in B♭ Major’(이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은 기존의 현악기 연주자 15명에 관악기 연주자 4명이 함께 하였고,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협연하였다.

김봄소리와 임헌정은 계속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연주하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시야에 들어오는 각도에서 신호를 주고 받으며 시간과 리듬을 맞춘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바이올린 신동과 국내 클래식을 대표하는 지휘자의 호흡을 가까운 거리에서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봄소리가 연주하는 가을소리’ 리허설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봄소리가 연주하는 가을소리’ 리허설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좌우의 움직임은 있어도 상하의 움직임은 현저하게 적게 사용하였던 연주자로 필자에게 기억되고 있는 김봄소리는,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을 더욱 역동적으로 연주하여 놀라움을 안겨줬는데, 자세히 김봄소리의 움직임을 따라가니 상하로 움직일 때에 다른 연주자들처럼 허리를 숙이기보다는, 무릎을 약간 굽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리와 척추를 꼿꼿이 세우고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인 김봄소리는 연주할 때의 프레임을 최대한 유지시키면서도 감정적인 몰입의 부분에서 역동감과 입체감을 주기 위한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소리를 유지시키면서 감정은 더 깊게 파고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무척 돋보였다.

김봄소리는 바이올린과 함께 연주하는 연주자이다. 연주하는 동안 호흡을 참고 새로운 마디의 연주 시작 전에만 호흡을 한다. 관악기 연주자, 성악가가 아니기 때문에 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김봄소리는 음악과 연주자의 일체감을 만들어, 활시위의 움직임이 아닌 다른 어떤 요인에 의한 미세한 음의 변화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다.

‘봄소리가 연주하는 가을소리’ 리허설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봄소리가 연주하는 가을소리’ 리허설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의 제2악장은 굵고 진한 음색으로 시작했다. 관악기의 연주와 함께 바이올린 파트 연주의 강도도 높아졌는데, 밝고 경쾌하면서도 실내악이 가지는 서정성이 충분히 연주에 포함시키고 있었다.

역동적으로 연주된 제3악장 후 땀을 닦는 임헌정 지휘자의 모습은 얼마나 몰입하고 집중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김봄소리는 이번 '봄소리가 연주하는 가을소리' 연주를 위하여 외국 공연 3개를 취소하고 귀국하였는데, 같은 연주회에서 협연곡을 두 곡 연주할 때의 체력적 에너지와 감정적 소모가 관객들에게 멋진 감동으로 승화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됐다.

◇ Violin Concerto No.5(K.219) in A Major

인터미션 후에 이어진 ‘Violin Concerto No.5(K.219) in A Major’(이하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에서도 김봄소리가 협연했다.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과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은 레퍼토리가 많은 연주자로 알려진 김봄소리가 자신있게 연주하는 대표 레퍼토리이다.

배우가 다양한 역할의 연기를 할 경우 연기의 폭이 넓은 배우라고 칭찬하는데, 클래식 연주자의 경우 모든 클래식 영역을 소화하여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한다는 것은 기술적 능력, 연습하는 노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정과 감수성의 축적과 발산, 소모와 재축적을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관객이 곡에 몰입하게 된다는 것은, 곡 자체에 대한 몰입일 수도 있지만, 연주자의 감수성에 공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사진=김봄소리 페이스북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사진=김봄소리 페이스북>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은 ‘잘츠부르크 협주곡’이라고 불리는 제1번에서 제5번 협주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 모차르트 다운 젊음과 맑음, 업바운스적인 감성이 살아 있는 곡이다.

춤에는 바닥을 꾹꾹 누르는 느낌의 다운 바운스의 춤이 있고, 중력을 벗어나려는 듯 하늘로 튀어오르는 업 바운스의 춤이 있다.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음악은 모두 웅장함을 가지고 있는데, 춤으로 비유하자면 베토벤의 음악은 다운 바운스적인 웅장함이 있고, 모차르트의 음악은 업 바우스적인 웅장함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협연자의 연주 파트가 많은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에서 프레임을 유지하는 연주자세를 고수하면서, 상하 움직임에서도 허리를 가능한 숙이지 않아 바이올린의 소리가 울려퍼지는 방향을 바꾸지 않는 김봄소리의 집중력과 디테일이 돋보이는 연주는, 모차르트의 업 바운스적인 리듬을 표현하는데 무척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봄소리가 연주하는 가을소리'의 앙코르곡은 마스네의 명상곡이었다. 김봄소리는 협연으로 연주한 곡들보다 상대적으로 느린 곡을 미세하게 표현하면서 공연을 마무리했다. 집중적인 레퍼토리 이후의 완연한 부드러움은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과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의 여운을 더욱 오래 지속시키는 정서를 만들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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