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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국악]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10월 공연 ‘김미나의 적벽가_박봉술제’

발행일 : 2016-11-03 18:57:48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10월 공연 <김미나의 적벽가_박봉술제>(이하 <적벽가>)가 지난 10월 29일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공연됐다. 이번 공연은 김미나 명창이 송원조 명고수, 윤호세 명고수와 함께 만든 무대로, 군산대학교 국문학과 최동현 교수의 사회와 해설로 진행됐다.

◇ 중국 고전 스토리, 우리나라 정서 디테일 살아있는 <적벽가>

<적벽가>는 내용도 다른 여러 종류의 ‘적벽가’ 중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작품으로, 또렷하고 굵은 저음이 특징인 전형적인 고제 동편제 소리의 특징을 순수하게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와 과정을 잘 모를 경우 <적벽가>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판소리로 잘못 생각할 수도 있다. <적벽가>는 중국의 고전에서 전체적인 스토리를 가져왔으나, 우리나라의 정서로 대화를 비롯한 디테일을 만든 작품이다.

‘김미나의 적벽가_박봉술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김미나의 적벽가_박봉술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진나라의 학자 진수가 3세기에 편찬한 <삼국지>는 중국의 위 ·촉 ·오 3국의 정사(正史)를 담고 있는데, 14세기에 나관중이 <삼국지연의>라는 장편 역사소설로 만들었다. <삼국지연의> 중 적벽대전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가져와서, 우리나라에서 <적벽가>로 재창조한 것이다.

조조의 군사들이 전투를 앞둔 전날 밤 슬프게 울며 부르는 ‘군사설움타령’도 <삼국지연의>에는 없으며, 조조의 대화나 조조가 도망가는 장면에서의 디테일한 묘사도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조조의 도망 장면에서 관객들은 크게 웃었는데, 디테일한 묘사의 힘이기도 하지만 시대를 거치면서 녹아든 우리나라의 정서와 시야가 스며들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해학을 대본에서만 찾지 않는 진정한 소리꾼 김미나 명창

<적벽가>의 제1부에서 김미나 명창은 화사하고 밝은 노란색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김명창의 맑은 목소리는 판소리를 많이 들은 적이 없는 관객도 자막 없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김미나의 적벽가_박봉술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김미나의 적벽가_박봉술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적벽가>는 고어, 사자성어를 포함하여 쉽지 않은 가사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강한 탁성의 판소리였다면 작품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은 대본이나 자막이 없으면 알아듣기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생소한 가사가 많고, 고음도 많으며, 풍부한 성량 필요하기에 판소리 다섯 마당 중 가창의 난도가 가장 높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적벽가>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소리꾼의 실력을 판가름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통성, 호령조가 많고 자진모리장단이 10분 이상 이어지기도 하였는데, 관객들의 추임새 속에, 여류명창이 들려주는 영웅호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판소리는 북을 치는 고수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창자 한 명이 모든 것을 소화하는 극한의 예술이다. 1인 다역에 사설까지 한 명의 창자가 모두 맡는데, 판소리의 사설은 서사적 특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창자는 모든 감정의 점핑을 극복해야 하고, 빠른 장단에서 감정이 고조된 상태를 일정기간 지속하여 소화해야 한다.

‘김미나의 적벽가_박봉술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김미나의 적벽가_박봉술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첫 장부터 음을 너무 높게 잡았고, 바짝 긴장되었다고 김명창은 관객들에게 말했다. 명창이 긴장하고 있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은 돋보였는데, 그냥 기술적으로 판소리를 부르는게 아니라 감정이 무척 들어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관객들에게는 생생하게 부르는 판소리와 만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김명창은 완급조절이 뛰어났는데, 가사전달력을 높여주고, 관객들이 감정이입하여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관객들과 농담도 주고 받는 김명창은 해학을 대본에서만 찾지 않는 진정한 소리꾼으로 느껴졌다. 김명창은 홍대 버스킹하는 판소리 명창으로도 유명한데, 지난 5월부터 홍익대학교 인근 걷고 싶은 거리에서 매월 셋째 주 금요일마다 판소리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다. 김명창의 이러한 행보는 국립극장 무대에서도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고 소통하는 공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리나 이야기의 감정을 표현하는 몸짓인 발림에서도 김명창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리듬감을 살렸는데, 관객들의 박수에 웃으며 화답하고 직접 대화를 하기도 하였다. 관객들을 무뎌지지 않게 만들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하게 할 줄 아는 김명창은 긴장과 해소의 반복에도 능숙하였다. 관객들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적벽가>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는 점은 특히 돋보였다.

‘김미나의 적벽가_박봉술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김미나의 적벽가_박봉술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조조가 도망가는 장면, 김명창 눈물 흘린 이유는?

김미나 명창은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것도 눈에 띄었는데, 조조가 도망가는 장면에서 감정이입하여 눈물을 닦으면서 소리를 펼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적벽가>는 조조의 병사들과 조조의 내면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김명창이 조조가 불쌍하게 된 시점에서 눈물을 흘린 이유가 궁금해졌다.

<적벽가>는 관객도 집중해야 하는 판소리인데,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조조의 몰락은 김명창과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줬을 수도 있다. 실제 조조가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후대에 우리나라에서 판소리로 만들어지면서 추가된 디테일인 조조의 대사와 대화는, 더 많은 시간이 지난 현재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김미나의 적벽가_박봉술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김미나의 적벽가_박봉술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제1부에 고수로 참여한 송원조 명고수는 힘과 절도있는 장단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무대를 만들었고, 김명창이 빛나도록 호흡을 잘 맞추었다. 다른 사람들이 고수에서 은퇴할 때 본격적인 고수의 길로 접어든 송원조 명고수는 2014년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제2부는 한국예술예술종합학교에서 타악을 가르치고 있는 윤호세 명고수가 함께 하였는데, 추임새를 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제2부에서 김미나 명창은 파란 옷고름이 있는 노란색 상의에 금박의 검은색 치마를 입었는데, 반짝이는 치마는 불화살로 번쩍이는 전투 연상시키기도 했다.

<적벽가> 공연이 끝난 후, 처음 완창판소리를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로부터 재미있다, 대단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판소리 특히 완창판소리가 아직 관객으로 입문 전인 사람들에게도 예상보다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됐다. 국립극장의 완창판소리 공연을 통하여 명창의 판소리, 명고수의 북소리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다양하고 재미있는 추임새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을 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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