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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신비한 거울 효과, 매력적인 이미지 ‘라 트라비아타’

발행일 : 2016-11-08 22:58:42

세종문화회관과 한국오페라단이 주최한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드레스 리허설이 11월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전막 시연 프레스콜에는, 서울시교육청과 세종문화회관이 함께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코자 하는 행복교육 복지 프로그램인 ‘용기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약 1,000명의 청소년이 기자들과 함께 드레스 리허설을 관람했다. 8일부터 13일까지 본 공연이 진행된다.

◇ 거울 효과, 인상적인 이미지로 새로운 공간 창출

‘라 트라비아타’는 그냥 무대 위 막이 오르며 무대장치가 나타나는게 아니라, 무대 막이 올라갈 때 거대한 유리가 천천히 올라가면서 각도의 변화에 따라 무대 바닥의 그림을 거울에 반영하는 신비함을 보여줬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관객은 무대와 등장인물을 직접 보면서, 동시에 거울을 통해 볼 수 있었다. 1층 앞좌석에서 관람해도 3층에서 관람한 시야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무대의 모습을 찍은 영상을 실시간으로 무대 뒷면에서 상영하는 느낌이었다.

연출을 맡은 헤닝 브룩하우스의 독특한 스타일은 무대를 입체적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오페라에서 보통 주인공이 움직일 때 무대 위 다른 사람들은 움직임 없이 주인공에 집중하기도 한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그러나, 브룩하우스 스타일의 거울 효과는, 주인공이 움직일 때 무대 위 다른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들고 있다. 대인원이 무대에 올라 움직이는 모습이 거울로 반영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인원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거울 효과는 인상적인 이미지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내는데, 시각적 효과와 함께 청각적 효과도 만들어낸다는 점이 흥미롭다. 성악가가 뒤돌아서 아리아를 부를 때도 거울이 소리를 반사시키기 때문에, 더욱 또렷하게 들린다는 특징을 보여줬다. 제3막에서의 측면 조명도 거울을 통해 확인한 것도 작은 재미를 추가시켰다.

◇ 거울 효과, 무대 바닥 천의 그림으로 무대 장치 구현

‘라 트라비아타’는 무대 바닥 천의 화려한 그림이 거울에 비치면서 무대 장치의 효과를 낸다는 점이 주목됐다. 별도로 설치된 구조물 없이 표현한 것인데, 영상을 이용했을 때보다 훨씬 더 실제적인 느낌을 줬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바닥 천의 그림 변화로, 비올레타의 멋진 집이 자연의 모습으로 바뀌는 장면에서 거울을 보면 집이 윗부분부터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다. 비올레타의 경제적 몰락과 오묘하게 연결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시간이었다.

많은 무대 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무대 회전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무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는 점은 무척 중요하다.

◇ 거울 효과, 내면을 표현하는 거울

‘라 트라비아타’에서 거울은 내면을 반영하는 느낌을 줬다. 있는 그대로를 다시 조명하고 있다고 생각됐다. 관객이 무대를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본다고 가정하면, 거울에 비친 무대는 제3자적 입장에서 전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무대 위 큰 거울은 전체가 한 판이 아닌 조각을 연결한 것이 오히려 입체감을 더욱 살리고 있다는 점이 주목됐다. 거울판의 연결 부분은 지나친 반사를 방지하면서, 약간의 굴곡과 리듬의 느낌을 더했다.

‘라 트라비아타’는 파리 사교계의 꽃 비올레타의 내면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영혼이 외로움에 사무친 그녀는, 꿈꿔왔던 사람을 만나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사랑한다. 비올레타 역은 소프라노 루치아노 간치와 알리다 베르티가 맡았는데, 필자가 관람한 공연에서 큰 무대에 혼자 남아 열연을 펼치는 베르티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베르티가 누워서 아리아를 부르는 광경은 정말 놀라웠다. 아예 누워서 노래를 시작부터 끝까지 부르는 것이 아니라, 서서 노래를 부르면서 눕기도 하고, 누워서 노래를 부르다가 일어나는 점이 신기하게 생각됐다.

서 있으면서 노래 부를 때와 누워 있으면서 노래 부를 때의 차이를 경험해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음향으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성악가가 노래 부르는 방향에 따라서도 관객석에는 무척 다른 소리로 전달된다는 점에서도, 아리아를 부르는 도중에 자세를 바꾸면서 일정 범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감동적이었다. 알프레도 역의 테너 이승묵도 눕거나 엎드려서 아리아를 불렀다.

◇ 거울 효과, 관객 참여와 오래도록 남는 여운

이번 공연은 세바스티아노 데 필리티의 지휘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했고,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이 합창으로 함께 하였다. 지휘자는 큰 동작으로 명확하게 신호를 주었는데, 작은 소리로 아리아를 같이 부르면서 지휘했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피트의 지휘석에 서 있지만, 그의 마음은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만큼 무대에 초점을 맞춘 지휘를 하고 있다고 생각됐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공연 마지막 부분에 객석까지 조명을 비춰 밝게 만든 시간이 있었다. 무대 거울에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모습뿐만 아니라 조명으로 밝아진 관객석까지 모두 보였다.

무대를 더욱 어둡게 만들어 죽음을 앞둔 비올레타의 심경을 표현할 것 같은 순간에, 관객석까지 밝게 만든 조명은 의미하는 바가 있었다. 마치 카메라가 관객석을 비춘 영상을 무대 정면에 상영한 느낌을 줬는데, 신비로운 거울 연출의 대미는 관객 참여와 공감 유도였다.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인 루치아노 간치, 글로디스 로시, 알리다 베르티, 카를로 구엘피와 우리나라의 수준급 성악가들이 만든 ‘라 트라비아타’ 무대는 거대한 거울을 통한 이미지 구현으로  마법 같은 영감과 여운을 남겼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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