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올해 판매 증가율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판매량은 전년 대비 16.6% 증가하면서 수입차 시장에서 드디어 1위로 올라섰다.

올해 판매 상승의 비결 중 하나는 SUV 라인업의 판매 호조다. GLA와 GLC, GLE, G바겐, 새롭게 가세한 GLS와 GLE 쿠페 등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7454대 팔리면서 BMW SUV 라인업이 기록한 6235대를 앞서고 있다.

4륜구동 모델 판매경쟁은 승용 라인업도 마찬가지다. BMW의 X드라이브 승용 모델은 9644대가 팔렸는데, 벤츠의 4매틱 승용 모델은 1만2854대로 SUV 라인업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4륜구동 모델의 상승세에 자신감을 얻은 벤츠는 지난 10월에 최근 GLS와 GLE 쿠페를 동시에 선보였다. GLS는 ‘SUV 라인업의 S클래스’로 불리는 모델로, 풀 사이즈 7인승 SUV다. 차체길이 5130㎜에 이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차는 당초 미국시장을 위해 개발된 모델이다. 국내에는 V6 3.0 디젤이 먼저 선보였고 연내에 가솔린 모델인 500 4매틱이 추가될 예정이다.

지난주 용인에서 만난 GLS는 역시 덩치가 컸다. 랜드로버의 플래그십인 레인지로버 일반형 모델(4999㎜)보다도 차체가 길어 외관에서 느껴지는 압도감이 상당하다.

반면 실내 내장재나 마감처리는 레인지로버와 비교하기에 여러 면에서 부족하다. 고급스러운 가죽내장재로 마감된 레인지로버에 비해 GLS는 다소 평범해 보인다. 1억6780만원부터 시작하는 레인지로버와 1억2500만원짜리 GLS가 같은 급이 아니기에 비교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258마력의 3.0 디젤 엔진은 이미 벤츠의 다른 모델에서 경험한 바 있다. 이 엔진이 덩치 큰 GLS에 얹히니 아무래도 민첩성은 떨어진다. 게다가 시승코스였던 용인 에버랜드 인근 국도는 좌우 코너가 연이어 등장하는 와인딩 로드여서 GLS가 휘젓고 다니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은 같은 출력을 가진 레인지로버 3.0 모델의 경우 몸놀림이 한층 가볍기 때문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차체 중량이다. GLS 350d는 2655㎏인 반면, 레인지로버 3.0 디젤은 2455㎏다. 성인 세 명이 더 타고 있다고 생각하면 200㎏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같은 엔진이라도 GLE 쿠페에서는 느낌이 달랐다. 앞 275.45R21, 뒤 315/40R21 사이즈의 타이어를 달아 고속주행에서 안정감이 더 높다. 다만 차체가 너무 껑충하게 보이는 게 흠이다. 차체 높이가 1725㎜로 경쟁차인 BMW X6(1702㎜)보다 높을뿐더러, 뒷모습이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쿠페형 SUV의 선구자인 X6의 뒤를 따른 추종자의 숙명적인 한계다.

GLS와 GLE 쿠페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건 플라스틱 재질의 아쉬움이다. 사실 이 문제는 두 모델뿐 아니라 벤츠 라인업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브랜드 밸류에 어울리지 않게 싸구려 느낌이 나는 플라스틱 재질은 수많은 벤츠 오너들이 재기하는 불만사항 중 하나다. 1년 전 무주에서 열린 벤츠 시승회에서 여러 기자가 그 부분을 지적했을 때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 코리아 사장은 “동의할 수 없다”고 했었다.

GLS의 경쟁상대는 딱히 꼽기 힘들다. 레인지로버 스포츠(1억2130만원) 정도가 가격 면에서 비슷하지만 차의 콘셉트에서 차이가 있다. 게다가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71.4㎏‧m로 한층 강력한 엔진을 얹고 있다.

GLE 쿠페의 가격은 1억600만원으로 경쟁차인 BMW X6 30d(1억120만원)보다 약간 비싸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연내에 고성능 가솔린 모델인 GLE 쿠페 63 S 4매틱을 추가할 예정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