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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10년 전에 제시된 국립무용단의 현재 ‘Soul, 해바라기’

발행일 : 2016-11-17 19:06:08

‘Soul, 해바라기’는 2006년 초연돼 오늘날 국립무용단의 파격을 견인한 작품이다. 우리 고유의 정서인 ‘한’과 유럽 재즈의 ‘Soul'이 춤과 음악으로 만났으며, 안무 배정혜, 음악 살타첼로, 무대 이태섭, 조명 미키 쿤투 등 최고의 제작진이 함께 한 작품이다.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초연 10주년 기념 공연이 펼쳐진다.

◇ 춤과 음악의 만남, 우리 고유의 정서 ‘한’과 유럽 재즈 ‘Soul'의 만남

‘Soul, 해바라기’의 막이 오르면 바이올린 연주자가 연주를 하며 무대로 올라간다. 첼로, 더블베이스, 색소폰, 드럼 등 연주자들은 무대에 미리 자리 잡고 있는데, 제1막에서는 한 곳에 모여 있지 않고 각각 따로 있었다. 연주 구역이 별도로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악기별로 연주 구역이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Soul, 해바라기’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Soul, 해바라기’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과 독일 5인조 재즈 그룹 살타첼로의 만남으로 초연 당시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재즈와 한국춤은 서로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공통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다. 현재 재즈 연주자들과 국악 연주자들의 협업 공연이 자주 무대에 오른다는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Soul, 해바라기’는 기본적으로 무용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는데, 악기 연주 소리를 통해 관객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바이올린이 무대 중앙에서 연주하는 시간이 있다.

‘Soul, 해바라기’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Soul, 해바라기’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새타령’, ‘진도아리랑’ 등 우리 전통 선율을 재즈로 재해석됐는데, 완급을 조절하는 안무에 쉼 없이 연주하는 음악은, 재즈가 가진 연속성 속에서 우리의 정서를 표현하는데 효과적이다.

제1막과 달라진 제2막의 악기 배치는 소리의 조합을 달리 만들어냈다. 제1막에서 무용수들은 흰색의 풍성해 보이는 의상을 입고 연주자들은 현악 위주의 연주를 했다면, 제2막에서는 검은색의 슬림해 보이는 의상에 타악에 초점을 맞춘 전체적인 연주가 펼쳐졌다. 무용수들도 춤을 추면서 타악 리듬을 만들었는데, 재즈가 주는 연속성의 감성에, 강한 강조점을 계속 찍는 느낌이었다.

‘Soul, 해바라기’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Soul, 해바라기’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제1막 현대적인 살풀이춤, 제2막 해학적으로 풀어낸 무속춤

‘Soul, 해바라기’의 제1막은 살아있는 자의 그리움이 현대적인 살풀이춤으로 재해석됐고, 제2막에서는 무속적인 요소들이 해학적으로 표현됐다. 제1막에서는 발레처럼 팔을 길게 사용하는 등 동작을 크게 표현했는데, 정지동작도 큰 동작 위주로 이뤄졌다. 커플무인데 홀딩이나 커넥션이 거의 없는 동작도 인상적이다.

제2막은 혼령, 제사, 천도 등 주술성을 연상시키는 동작이 펼쳐지는데, 무겁고 진지하기보다는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상모놀이는 마치 인도의 무용수가 상모놀이를 하는 느낌을 줬는데, 상모놀이를 하면서 웨이브 동작을 하는 현대적 느낌은 재미있게 여겨졌다.

‘Soul, 해바라기’ 콘셉트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Soul, 해바라기’ 콘셉트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제1막의 안무가 동작을 크게 했다면, 제2막은 경쾌하고 앙증맞은 동작도 많았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손뼉춤’, ‘아박춤’, ‘북어춤’, ‘방울춤’ 등 유머를 녹여낸 군무가 흥을 돋운다.

꽃송이, 눈송이가 날리는 듯한 연출은 아이디어가 돋보인 시간이다. 제2막은 연극적인 스토리가 부각되는데, 마지막 곡에서 벌써 커튼콜의 느낌을 주기도 하고, 무용수들은 관객석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Soul, 해바라기’는 국립무용단이 다양한 종류의 춤을 파격적으로 소화한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Soul, 해바라기’ 콘셉트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Soul, 해바라기’ 콘셉트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해바라기를 해체, 재구성한 조명, 콜라주로 겹겹이 붙여놓은 느낌

‘Soul, 해바라기’는 조명으로 해바라기를 해체, 재구성하여 표현했다. 조명은 같은 크기의 무대 장치를 겹겹이 붙여놓은 느낌을 준다. 이런 느낌은 해체된 해바라기 조각 하나하나가 조명으로 콜라주 된 것처럼 여겨진다. 콜라주는 근대 미술의 기법으로 유화의 한 부분에 신문지나 인쇄물을 붙여 표면감에 입체감을 주는 기법이다.

조명 효과로 인해 제1막에서 첼로는 공중에 떠서 연주하는 것처럼 보였다. 제2막은 조명이 켜진 상태에서 음악이 먼저 시작했고, 조명이 꺼진 후 막이 올랐다. 심장을 두드리는 강한 타악 리듬은 밝음과 어둠이 반복되면서 더욱 강하게 들렸다.

‘Soul, 해바라기’ 콘셉트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Soul, 해바라기’ 콘셉트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Soul, 해바라기’의 무대 장치 중에는 1층 관객석까지 이어지면서 2층 관객석에 무척 가까이 다가가는 구조물이 눈에 띈다. 11명의 남성무용수는 무대에서 나와 2층 관객들의 바로 앞까지 다가간다. 무대를 바라봤을 때 2층 왼쪽 좌석의 관객들에게는 깜짝 선물의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은 무용이 난해하다고 생각한다. 무용 전공자만이 리뷰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기에, 무용 공연을 보고 아무리 많은 감동을 받았어도 일반 관객들은 감상평을 쓰는 것에 대해 주저한다.

‘Soul, 해바라기’ 콘셉트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Soul, 해바라기’ 콘셉트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필자의 개인적인 기준으로 볼 때, 사람들이 무용에 대해 난해한지 아닌지를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안무의 역동성이다. 역동적인 움직임의 작품에 대해서는, 그 작품이 가진 취지와 메시지를 이해했는지를 생각하기 전에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다. 움직임이 무척 정적인 작품은 보이는 것 이외에 생각하고 파악해야 한다고 느끼는 강도가 강해지기 때문에, 난해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른 장르의 예술도 마찬가지이지만, 무용의 경우 창작의 단계에서는 안무자의 것이고, 무대에 오를 때는 무용수들과 제작진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공연이 펼쳐지기 시작하면 누구의 것일까? 당연히 관객의 것이고, 관객의 몫이다.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고민하지 말고, 그냥 느끼는 대로 즐긴다면 무용 공연이 더욱 재미있어질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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