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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발레] 2016 공연예술 창작산실 무용(1) ‘시집가는 날’

발행일 : 2016-11-18 11:54:50

2016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신작 릴레이 공연 첫 작품인 ‘시집가는 날’이 11월 17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무용을 시작으로 연극, 창작 뮤지컬, 전통예술이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

서울발레시어터 제임스 전 예술감독이 안무한 ‘시집가는 날’은 오영진 원작의 희곡 ‘맹진사댁 경사’(1943)가 모던 발레로 새롭게 탄생한 작품이다. 라이브 연주 퓨전 국악과 만나, 제임스 전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독창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집가는 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시집가는 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창작 모던 발레의 선구자 제임스 전, 이번엔 국악과 만나다

창작산실 개막작인 ‘시집가는 날’은 반가림막 뒤에서의 안무로 시작한다. 연주자들은 오케스트라 피트가 아닌 무대 위로 올라와 라이브로 연주했다. 연주자가 무대 위로 직접 올라온 것은 소리의 변화도 수반하지만, 시각적인 변화가 더 크게 작용한다.

연주자들이 무대 뒤편에 전체적으로 자리 잡은 연주 공간은 공연이 이뤄진 마을의 뒤 배경처럼 보였다. 전체적으로 밝은 톤의 안무와 음악이 펼쳐진 이번 공연에서, 강한 타악 리듬이 강조된 부분에서는 역동적인 연주가 시각적 역동성을 높여줬다.

‘시집가는 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시집가는 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관객석 뒤에서 검은색 의상을 입은 소리꾼 김미나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하는데, 김미나는 관객과 대화를 하며 연극적인 구성으로 이끌었다. 판소리가 관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장르라는 것을 생각하면, 김미나가 관객과 주고받는 대화는 무대와 관객석의 심리적 간격을 좁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소윤 음악감독의 협업으로도 주목받는 이번 공연에는, 결혼식 장면에서 결혼행진곡의 일부를 전통 리듬과 어울리게 연주했는데, 결혼식 장면의 귀여운 안무는 해학적인 정서와 같은 선상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시집가는 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시집가는 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시집가는 날’은 캐릭터 별로 특징을 특화시킨 안무가 펼쳐졌으며, 무용수는 의성어를 통해 표현력을 높였다. 특정 캐릭터의 움직임과 전통 악기의 1:1 매칭도 돋보였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에서는 특정 창자(소리꾼)과 전통 악기가 1:1 매칭했다. 이런 구성들은, 창자 1인과 북을 치는 고수 1명이 만든 판소리 고유의 매칭을 따라가는, 전통의 기본에 충실하려는 모습이다.

◇ 능동적인 여인으로 탈바꿈함 이쁜이, 시대상을 반영한 캐릭터 변화

‘시집가는 날’은 맹진사(김치훈 분)와 그의 딸 갑분이(이미리 분)가 원작에서부터 가진 욕망뿐만 아니라, 미언(강석원 분)의 재치로 대신 결혼 상대가 되는 이쁜이(장지현 분)의 결혼에 대한 욕망도 담고 있다. 수동적으로 사랑을 받는 여인이 아닌,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모략도 서슴지 않는 능동적인 여성상으로 변화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시집가는 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시집가는 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제임스 전은 월하노인으로 직접 출연했다. 예술감독이 공연에 직접 무용수로 출연하는 것은 안무를 할 때 제3자가 아닌 당사자의 직접적인 감성을 적용시킨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주연 외의 등장인물인 갑분이의 친구들과 일가친척들도, 시기심과 이익 때문에 욕망을 분출하는데, 전체적으로 극한 감정으로 치닫기보다는 재미있는 동작으로 해학적으로 풀어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시집가는 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시집가는 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무용수의 안무적 연기, 배우적 움직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은 제임스 전 안무의 특징 중 하나이다. 그는 ‘현존(Being)’ 등 뮤지컬적인 발레 안무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발휘했다. 이번 ‘시집가는 날’은 원작 희곡을 기반으로 스토리가 더욱 강조된 공연으로, 발레 공연의 느낌과 함께 뮤지컬 안무의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무용수로서의 안무적 연기뿐만 아니라 배우적 움직임도 있는데, 추상적인 움직임이 아닌 구체적인 움직임은 스토리텔링을 강화시킨다. 안개 효과와 측면 조명은 스토리텔링에 판타지적 요소를 첨가한다.

‘시집가는 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시집가는 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시집가는 날’은 관객들이 무용수들의 동작을 따라 하는 시간이 있다. 관객석에 불이 모두 켜지면서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안무가 펼쳐지는데, 라인댄스처럼 반복되는 리듬과 안무에 관객들은 함께하며 축제 분위기에 동참하게 된다.

인연이라는 것은 옆에 있는 사람을 오래 만나다보면 천생연분이 될 수 있다는 교훈도 이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여러 장르로 만들어진 원작을 바탕으로 창작된 ‘시집가는 날’을 보면서, 창작산실의 다른 창작 작품들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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