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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행복을 주는 사랑의 주크박스 ‘오!캐롤’

발행일 : 2016-11-28 16:08:53

쇼미디어그룹이 제작한 ‘오!캐롤’의 국내 초연이 11월 17일부터 내년 2월 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중이다. 박영석 프로듀서, 한진섭 연출의 이 작품은,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오리지널 뮤직을 뮤지컬 넘버로 활용한, 전미흥행 히트팝 뮤지컬이다.

‘오!캐롤’은 해외 라이선스 작품이지만 음악과 기본적인 대본만 구입해 재창조한 일종의 스몰 라이선스 형식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닐 세다카의 음악을 우리나라의 정서로 연결했다는 점은 이 작품이 재창조의 벤치마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캐롤’ 공연사진.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오!캐롤’ 공연사진.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 음악으로 행복을 주는 주크박스 뮤지컬

‘오!캐롤’은 음악이 먼저 시작한다.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 음악으로 공연이 먼저 시작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오!캐롤’ 공연과 공연 속 파라다이스 리조트의 공연이 같이 시작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파라다이스 쇼의 사회자는 ‘오!캐롤’ 공연의 사회자 역할도 하게 된다.

무대 위 2층에서 라이브 연주가 현장감과 박진감을 높이는데, 파라다이스 쇼가 펼쳐지는 시간에는 밴드를 숨기지 않고 무대 위에 노출하며, 밴드를 하이라이트 시키는 별도의 시간도 있다.

‘오!캐롤’은 쇼의 형식을 차용한 주크박스(Jukebox) 뮤지컬이다. 주크박스는 음악상자를 뜻하며, 왕년의 인기를 누린 대중음악을 뮤지컬의 노래인 뮤지컬 넘버로 재활용하여 만든 뮤지컬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한다.

‘오!캐롤’ 공연사진.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오!캐롤’ 공연사진.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기존의 닐 세다카의 노래를 뮤지컬 넘버로 자연스럽게 사용해,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 전혀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개사한 가사도 마찬가지인데, 원곡을 살리고 뮤지컬 내에서도 잘 살리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장면의 연결, 노래의 연결이 자연스러운 것은 창작의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디테일을 살려 재창조했기 때문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특징은 아는 노래이거나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어서 친숙한 노래가 들리기 때문에 관객들은 노래도 잘 들리고 더욱 즐겁다는 것이다. ‘Oh! Carol’, ‘You mean everything to me’, ‘One way ticket’ 등의 노래를 뮤지컬의 노래인 뮤지컬 넘버로 들을 수 있다.

◇ 꽉 채워서 사용하는 무대, 일곱 커플 앙상블의 힘

‘오!캐롤’에는 11커플이 등장한다. 3커플 아니면 4커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주인공 커플들 이외의 7쌍의 앙상블 커플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7쌍의 앙상블 커플은 군무와 커플무를 통해 무대를 꽉 채워서 안무와 노래를 소화한다.

‘오!캐롤’ 공연사진.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오!캐롤’ 공연사진.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지나가는 행인, 바의 테이블에 앉은 손님 등 무대 위에서 공간을 채워서 단조로움을 피하게 한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표정 연기는 주연배우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

앙상블 커플의 안무는 웃음을 유발하는 동작도 많이 포함돼 있는데, 업바운스의 춤이 주는 경쾌함은 보는 즐거움을 높인다. 노래마다 대형을 다르게 하며, 큰 동작으로 역동적인 춤과 코믹한 커플무를 소화하는 앙상블은 주크박스 뮤지컬을 다같이 즐기는 분위기로 만든다.

그들은 칼 군무에 지나치게 집착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자신감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동작은 마치 프랑스 뮤지컬의 안무를 보는 느낌을 줬다.

‘오!캐롤’ 공연사진.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오!캐롤’ 공연사진.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야자수와 야자수 형상의 구조물의 조화는 전체적인 무대의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철재 구조물에 조명효과가 들어가면 완전 자연과 인공적인 구조물의 이중적 느낌을 줬다. 바는 목재 느낌을 줬는데, 바는 실내일 수도 있고 실외일 수도 있게 느껴졌다.

마지(임강희, 정단영 분)와 로이스(안유진, 오진영, 이유리 분), 무대에 두 명만 있을 때는 측면 조명이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무용 공연에서의 측면 조명은 동작을 도드라지게 보이도록 하는데 활용되는데, ‘오!캐롤’에서는 천정 조명으로 그림자가 생기는 것을 측면조명이 상쇄하여, 관객석 어떤 곳에서도 주인공들이 잘 보이게 만들었다.

◇ 실력파 뮤지컬 전문배우들이 만든 멋진 노래와 연기

‘오!캐롤’에는 마지와 로이스 외에도 파라다이스 리조트 쇼의 베테랑 MC 허비(남경주, 서영주, 서범석 분), 유명한 클럽 가수 출신의 파라다이스 리조트 오너 에스더(전수경, 김선경, 임진아 분), 파라다이스 리조트의 간판스타 델(정상윤, 서경수 분), 소심하고 수줍음 많은 리조트 직원 게이브(허규, 성두섭 분), 델보다 열다섯 살 많은 미망인 여자친구 스텔라(진수현, 주아 분)와 수잔(장서현 분), 레오나드(최종선 분)가 등장한다.

‘오!캐롤’ 공연사진.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오!캐롤’ 공연사진.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브라운관과 무대를 오가는 톱 캐스팅으로 이번 공연은 주목받고 있는데, 필자가 직접 관람한 회차에 출연한 배우들을 살펴보려 한다. 델 역의 서경수는 능청스러운 동작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는데, 진지하면서 웃기는 동작으로 본인은 웃지 않으면서 관객들을 웃겼다는 점이 흥미롭다.

좋은 의미로 허세 작렬한 캐릭터가 인기를 얻는 시대적 분위기와 맞물려 서경수는 관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는데, 그가 등장하면 또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까 기대가 됐다. 뛰어난 노래 실력은 그의 허세 작렬함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에스더 역 임진아는 시원스럽게 넘버를 불러 뮤지컬을 보는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고백하는 듯한 가사를 마음을 털어놓는 창법으로 부른 독창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분위기 있는 저음에서 시원시원하게 올라가는 고음까지, 다양성을 소화한 그녀의 넘버는 관객에게 행복감을 줬다.

‘오!캐롤’ 공연사진.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오!캐롤’ 공연사진.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허비 역 서범석은 경쾌한 뮤지컬 넘버와 달달한 넘버를 모두 소화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부른 넘버는, 개사한 가사의 내용과 운율 모두 감동적으로 전달됐다. 서범석의 목소리는 전문 MC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는데, 극 중 공연의 사회가 아닌 실제 사회자로 활동해도 훌륭할 것으로 여겨졌다.

게이브 역 허규는 극 중에서 사람에게 있는 향기, 영혼의 향기를 말하는데, 그의 달달한 넘버는 낭만적인 분위기에 깊게 빠지게 했다. 부채춤을 연상시키는 우산춤 장면에서 비 오는 모습이 가느다란 조명으로 표출된 점 또한 허규의 넘버와 어울렸다.

‘오!캐롤’은 각자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어렵지 않은 스토리로 갈등을 복잡하게 섞지 않고 만들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진심은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이어진 커튼콜은 뮤지컬 공연장을 콘서트장으로 만들었는데,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음악이 아름답게 들리는 때, 가장 행복했던 때는 사랑하고 있을 때라는 여운은 커튼콜 후에도 이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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