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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2016 공연예술 창작산실 무용(3) ‘당신의 바닥’

발행일 : 2016-11-29 18:10:21

인간의 신체를 공간구성의 도구로 사용하는 PDPC(Physical Design Performance Company)의 ‘당신의 바닥(Bottom Ground)’이 2016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신작 릴레이 공연 무용분야 공연작으로 무대에 올랐다.

안무가 안영준은 계급주의 사회에서의 우리의 위치를 신체가 가진 한계성을 뛰어넘는 추상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하면서, 일상의 오브제를 친숙하게 연결했다.

‘당신의 바닥’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당신의 바닥’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계급주의 사회에서의 우리의 위치

필자는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다는 농담을 종종 했는데, ‘당신의 바닥’에서 안영준은 나의 바닥이 누군가의 천정이라고 이야기한다. 내 입장에서 바라볼 때와 다른 사람의 시야에서 바라볼 때의 차이점을 안무가는 작품에서 표현하고 있다.

공연은 쓰레기통 앞에서 신문지를 덮고 자고 있는 여인의 움직임으로 시작된다. 무용수 진다운은 공연 초반에 일상생활에서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현실을 안무로 처음부터 승화하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움직임을 보여줌으로써 추후에 이어지는 추상적인 움직임을 맞이할 준비 시간을 관객들에게 준다. 초반의 이러한 모습은 이 공연이 퍼포먼스 공연인지 본격적인 무용 공연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당신의 바닥’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당신의 바닥’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당신의 바닥’은 연극적, 코믹한 구성을 통해 이질적인 교차와 공존을 만든다. 마치 영화에서 다른 장면을 교차 편집하거나, 혹은 화면을 분리하여 두 가지 모습을 같이 보여주는 것을 연상시킨다.

무대에는 두 가지 삶, 두 가지 세계가 공존한다. 진다운은 바닥에서 처절하게 구르는 삶의 빠듯함을 표현하고, 김유정은 비치 의자 위에서 세상의 걱정과는 단절된 듯 편하게 쉬는 모습을 보여준다. 파도 소리, 윙윙거리는 소리, 서스펜스를 자극하는 음악은, 계급사회에서 혼재된 사람들의 무관심과 불안을 동시에 전달한다.

‘당신의 바닥’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당신의 바닥’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신체가 가진 한계성을 뛰어넘으려는 안무

‘당신의 바닥’은 공연 제목처럼 바닥에 붙어서 하는 안무가 인상적이다. 유연성과 힘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동작은 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디테일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데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남성 무용수의 상체와 여성 무용수의 하체가 한 몸인 것처럼 연출하기도 하고, 두 여성 무용수가 각각 상체와 하체를 이용해 한 몸인 것 같은 안무를 펼친다. 이런 착시는 동작의 아이솔레이션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인형의 움직임을 연출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안무가가 보이는 것이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당신의 바닥’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당신의 바닥’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여성 무용수 진다운의 몸의 움직임은 마술쇼를 연상시켰다. 몸의 마술쇼를 보는 느낌은 서커스, 요가의 동작을 떠오르게 했다. 요가 중 난이도 높은 동작들을 무대에서 펼치는 동작은 관절마다 회전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움직임으로 보였다. 따라 하려면 절대 쉽지 않은, 일반인들은 불가능한 동작들이 안무에 포함돼 있다.

김유정은 의상을 변경하며 퍼포먼스를 선뵀는데, 현재의 의상 위에 두 개의 의상을 차례로 입고 다시 차례로 벗으며 움직임을 보여줬다. 옷이 사람의 이미지를 얼마나 변화시키는지를 눈앞에서 실감한 시간이었다.

◇ 우리 다시 밑바닥에서 굴러보자

‘당신의 바닥’에서 안무의 추상화는 낯설게하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추상적인 면으로만 직진하지는 않는다. 공연은 연극적 요소가 강하지만, 무용수들만큼 몸을 사용할 줄 모른다면 연극배우가 절대로 표현할 수 없는 작품이다.

‘당신의 바닥’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당신의 바닥’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김관지, 김유정, 진다운의 3명이 만드는 유연한 동작은 안영준까지 합류해 4명이 만드는 유연한 동작으로 전개시켰는데, 직접 보고 있으면서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떨어지지 않고 몸의 한 곳은 커넥션 돼 있었는데, 엉켜서 만드는 동작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감탄하게 된다.

‘당신의 바닥’에서 여러 명이 함께 보여주는 관계성의 안무는 즉흥적인 동작이 거의 불가능한 안무이다. 많은 연습을 통해 합을 맞추어야 가능한 안무인지 실제 공연을 관람하면 느낄 수 있다.

‘당신의 바닥’은 안무가의 정신세계를 모른 채 관람해도 무용수들의 움직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공연이다. 안무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생각하면, 확고한 메시지의 전달을 정말 예술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을 알게 돼 더욱 감동적인 여운을 남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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