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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좋은 디자인은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발행일 : 2016-12-07 13:36:26
[인터뷰]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좋은 디자인은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재규어의 수석 디자이너인 이안 칼럼이 또다시 한국을 찾았다. 재규어 코리아가 마련한 ‘제 1회 재규어 디자인 어워드’ 심사를 위해서다. 이번 어워드의 주제는 ‘재규어 디자인 헤리티지를 재해석하라(Reinterpret JAGUAR Design Heritage)’였다.

이안 칼럼은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수업 시간 중에 선생님에게 “저는 카디자이너 되고 싶어요”라고 했더니 “응, 알았으니 그냥 앉아”라고 했다.(웃음)”

어릴 적 꿈을 키워가던 그는 영국 글래스고 예술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1979년부터 1990년까지 포드자동차 디자인 스튜디오에 근무했다. 영국을 비롯해 일본, 이탈리아, 호주 등에서 일하며 여러 나라의 다양한 디자인 트렌드를 접하고 이끌었다. 애스턴마틴이 포드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드 자회사인 ‘프리미어 오토모티브 그룹(PAG)' 산하에 있던 시절에는 DB7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이안 칼럼은 “운 좋게 DB7 디자인할 수 있었다. 지금도 내 시그니처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터뷰]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좋은 디자인은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그러던 그는 1999년 그토록 좋아하던 재규어에 디자인 총괄 디렉터로 임명됐다.

“1960년대는 재규어가 정말 쿨(cool)한 브랜드였다. 록스타, 축구선수 등이 타는 차였다. 그런데 18년 전에 재규어 왔더니 예전의 차를 만들고 있었다. 속된 말로 ‘할아버지 차’ 브랜드였다. 아름답긴 했지만 현대적이진 않았다.”

그는 재규어에 오고 나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뜯어고쳤다.

“XF 1세대는 뒷좌석이 좁다는 지적이 있어서 신형 XF는 이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 플래그십 모델인 XJ를 교체하면서 중요한 시기를 겪었다. 전 세대 XJ의 개성이 워낙 강했는데, 재규어의 본질을 담은 디자인을 만들면서도 변화를 줬다. 특히 테일램프가 아이코닉하다고 생각한다. F타입 만들 때는 테일이 높은 게 유행이었는데, 나는 일부러 살짝 떨어뜨렸다. 그 과정에서 재규어는 어느덧 요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인터뷰]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좋은 디자인은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그는 F-PACE를 만들 때의 소회도 밝혔다.

“오래 전에 회사에서 SUV를 만드는 게 어떠냐고 물었을 때는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 후에 또 한 번 물었을 때도 내 대답은 똑같았다. 5년 전쯤에 또 물었을 때는 “만들자”고 했다. ‘세상이 원하는 게 SUV이구나’하고 그 때 느꼈다.”

디자인에 관한 그의 철학은 확고했다.

“디자이너는 혼돈 속에서 아이디어를 만든다. 결과물은 의도의 명확성이 필요하다. 설명하지 않아도 좋은지 알 수 있어야 한다. 형태와 기능은 관련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밴은 실용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각형을 주로 쓴다. 반면에 스포츠카는 스타일을 우선해 아름답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러한 즐거움이 없이 디자인된 건 매력적이지 않다.”

[인터뷰]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좋은 디자인은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그는 다른 카 디자이너들에 대한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요즘 디자이너들은 자꾸 뭔가를 덧붙이는 경향 있어서 복잡한 게 트렌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심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재규어는 깨끗하고 순수한 면을 강조한다. 디자이너들에게는 1㎜까지 바꿔가며 최적의 비율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이안 칼럼은 향후 디자인 트렌드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앞으로는 인테리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나는 모두 디지털화 되는 건 반대한다. 시속 100㎞로 달리면서 터치스크린을 보고 조작하는 건 힘들다. 손으로 만져 조작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트렌드는 스크린이 커지는 추세가 될 것이다.”

[인터뷰]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좋은 디자인은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이안 칼럼은 자율주행차 개발이 두 세 단계로 나눠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안전성 강화와 교통사고 예방이 이뤄지는 1단계, 자율주행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 2단계, 대시보드 등을 갖추긴 하지만 필요 없을 때 밀어 넣는 완전한 자율주행차의 3단계가 그것이다.

그는 “자율주행차는 특정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거실의 개념이 될 텐데, 그래서 안전개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재규어의 콘셉트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안 칼럼이 요즘 가장 마음에 드는 차는 전기차 콘셉트인 ‘I-PACE’다. 차체 앞부분을 줄이고 승객 공간을 넓힌 캡포워드 디자인이 적용됐고, 새로운 디자인 요소가 적용됐다. 그는 “앞으로 1년 반 안에 이 차를 양산차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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