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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세 명의 용의자, 모두와 케미 돋는 하지원의 ‘목숨 건 연애’

발행일 : 2016-12-08 18:47:42

‘목숨 건 연애(Life Risking Romance)’는 연쇄살인범도 잡고,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로 거듭나기 위한 한제인(하지원 분)의 기상천외한 수사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이다.

일편단심 한제인, 이태원 지킴이 순경 설록환 역 천정명과 외모, 지성을 모두 갖춘 FBI 프로파일러 제이슨 역 진백림, 독특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조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영화다.

‘목숨 건 연애’ 스틸사진.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목숨 건 연애’ 스틸사진.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로맨틱 코미디 배경음악이 스릴러?

‘목숨 건 연애’는 포스터를 보면 로맨틱 코미디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그런데, 영화를 직접 보면 로코가 전부가 아닌 독특한 장르의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는 음향효과로 긴장감을 주는데, 달달한 로코 시퀀스에서 스릴러를 연상시키는 배경음악이 나온다.

반대로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서 조사를 할 때는 로맨틱한 배경음악이 나온다. 이런 역설적 설정은 관객의 성향에 따라 장르적 교차인 믹스매치로 느껴질 수도 있고, 몰입을 방해하는 미스매치로 느껴질 수도 있다.

‘목숨 건 연애’ 스틸사진.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목숨 건 연애’ 스틸사진.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긴장감과 코믹함을 동시에 주는 설정은 만화 같기도 하고, 시트콤같이 생각되기도 한다. ‘목숨 건 연애’는 장르를 섞은 로코라고 볼 수 있는데,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드라마였다면 더욱더 잘 어울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제작진의 의도대로 가볍게 본다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지만, 영화적 몰입도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감정선이 흐트러진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스릴러의 형성은 연쇄 살인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 불편해할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정치적 범죄로 사회를 무력하게 만드는 시기가 아닌, 연쇄 살인을 비롯한 혐오적 범죄가 판치는 시기였다면 영화에 대한 평은 더욱 혹독했을 수도 있다.

송민규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는 감정의 디테일 싸움인데, 다른 측면, 다른 느낌의 로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다. 잔혹한 범죄가 희화화된 것에 대한 거부감과 영화적 환상에 대한 너그러운 포용, 그 둘 중 관객들은 어떤 것을 선택할지 궁금해진다.

‘목숨 건 연애’ 스틸사진.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목숨 건 연애’ 스틸사진.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독특한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들

‘목숨 건 연애’는 영화의 장르와 소재처럼 캐릭터들도 독특하다. 악당이 잔혹하지 않고 멋있고 인간적인 면을 포함한 것으로 표현한 것은 애니메이션에서 선택하는 설정과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에서 악당이 지나치게 잔혹할 경우 동심에 너무 큰 상처를 주기 때문에, 애니의 악당은 인간적인 면도 있고 망가질 때는 코믹하거나 무기력하게 망가진다.

‘목숨 건 연애’에서 악당의 캐릭터를 이중적으로 둔 것은 범인을 숨겨둬 스릴러를 살리려는 측면에서는 좋은 선택이다. 다만, 감정이입한 관객에게 배신의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더 큰 문제점은 배신의 상처가 강하면 큰 카타르시스를 가져올 수 있는데, 배신의 상처 또한 무디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긴 호흡으로 시청자들과 시간을 두고 교감하는 드라마였다면 더 어울렸다고 생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목숨 건 연애’ 스틸사진.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목숨 건 연애’ 스틸사진.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허정구 역 오정세는 자신의 캐릭터 해석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영화를 직접 보면 알 수 있고, 본인이 그런 면을 피력하기도 했다. 오정세는 언제든 웃길 수 있다는 표정과 언제든 무서운 살인 용의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표정을 동시에 머금고 있다.

헤어스타일 등 좀도둑이 아닌 비주얼을 보여주면서도, 프로페셔널한 대도는 아닌 것 같은 반전도 보여준다.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을 일반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코믹하거나 위협감, 긴장감을 주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목숨 건 연애’ 스틸사진.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목숨 건 연애’ 스틸사진.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박 경장 역의 김원해는 허당기 있으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영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는 윤소희가 맡은 정유미일 수도 있다. 정유미는 경찰이나 FBI나 도둑놈이나 다 똑같은 남자로 여긴다. 사람은 스펙이 아닌, 마음 씀씀이를 보고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록환과 제이슨 사이의 감정을 모두 즐기는 한제인에게 노골적인 일침을 가하기도 하고, 사랑 앞에 서투른 설록환에게는 심리적으로, 실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돋보이는 ‘목숨 건 연애’에서, 단 한 명을 데려와 내 주변 사람으로 둘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정유미를 선택할 것이다. 이런 정유미를 미스테리함이라는 액세서리를 사용해 표현한 윤소희는, 주연 못지않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목숨 건 연애’ 스틸사진.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목숨 건 연애’ 스틸사진.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세 명의 용의자와 케미를 맞춘 하지원

‘목숨 건 연애’는 한제인이 바라보는 세상이다. 그녀의 의심병이 도질 때는 동네 사람 모두가 범인이고, 그녀가 사랑할 때는 세상이 모두 핑크빛으로 된다. 핑크색 형광펜, 핑크색 집게는 그런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편집의 문제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명확하게 영화에서 나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제인 역의 하지원은 어색할 수 있는 디테일의 시간을 뛰어난 연기력으로 소화한다. 천정명과 진백림, 두 남자와의 로맨스는 물론이고 오정세와의 케미도 돋보인다.

‘목숨 건 연애’ 스틸사진.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목숨 건 연애’ 스틸사진.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보통 다른 배우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배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영화에서 하지원은 로코와 스릴러가 결합되면서 생긴 빈자리와 어긋남을 채우고 연결해 영화를 결정적으로 살린다는 점이 주목된다.

‘목숨 건 연애’의 엔딩크레딧에는 추가 영상이 있다. 그간의 하지원의 모습을 요약해서 정리한다고 볼 수 있다. 가볍게 만든 영화를 가볍게 볼 것인가, 가볍게 만들었지만 무겁고 불편한 내용을 간과하며 볼 수는 없을 것인가? 연말이 다가오면서 일반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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