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문화재단이 제작한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이하 ‘당아시’)은 1960년대 초반 에스캄 시티로 불린 부평에서 대중음악의 성장을 이끌었던 음악인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 창작음악극이다.
김정숙 원작, 이시원 극본으로, 쇼앤라이프 대표이자 극단 모시는사람들 상임연출인 권호성이 연출을 맡았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11월 26일부터 30일까지,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12월 8일부터 11일까지 공연됐다. 본지는 ‘당아시’를 2회에 걸쳐 독자들과 공유한다.
◇ 부평을 소재로, 지역의 특수한 콘텐츠를 개발하다
‘당아시’는 부평이라는 지역적 분위기를 높인 영상으로 시작한다. 영상은 지하철 외부에서 시작해, 눈 내리는 세상에 연주자들이 있는 모습으로 바뀐다. 부평이라는 지역, 아름답고 환상적이면서도 마음을 포근하게 만드는 이야기, 음악극이라는 공연의 특징을 영상은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본 무대가 시작되기 전, 영상과 함께 무대에 등장한 어르신은, 회상이라고 직접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만들어줬다. ‘당아시’는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잊힐 만큼 오래된 과거도 아니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지난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추억이라는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타 시군에 대한 비하, 배척으로 배타적이지는 않으며, 지나친 미화와 왜곡만 없으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소재는 훌륭한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당아시’는 ‘대중음악 60년의 뿌리, 찬란한 음악도시 부평’이라는 콘셉트를 추구한다. 실제에 근거해 만들어졌고, 과잉 일반화와 배타적인 지역 찬양을 배제한 점은 훌륭한 선택으로 생각된다.
지역의 이야기가 한국적 정서로, 더 나아가 세계적 공감으로 연결되려면 재공연을 통해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당아시’는 2014년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 초연 후, 2015년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2016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으로 공연 규모를 확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초연 때 가족 중심의 스토리라인이 가족과 음악 중심을 거쳐 음악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공연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단지 지역이 배경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지역이 문화 콘텐츠가 되는 과정은 재공연을 통해 이뤄졌다.
출연진의 수도 늘어났고, 음악은 초연 때 MR 연주에서, 전문 연주자들의 라이브 연주를 거쳐, 녹음과 라이브 연주가 병행된 형태로 발전했다. 음악적 현장감을 강조함과 동시에 콘서트보다는 뮤지컬에 초점을 맞춘 음악극으로 발전하면서 지속가능한 공연의 틀을 갖췄다는 점이 돋보인다.
‘당아시’는 지역을 소재로 했지만 부평에 관계되지 않은 관객도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으로 제작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소재의 독창성과 뮤지컬의 보편성의 조화를 추구한 ‘당아시’는, 지역을 소재로 한 작품 제작에 있어서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
◇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주크박스 뮤지컬
영상 후 본격적인 막이 오르면 ‘당아시’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같은 느낌으로 이어진다. 당시 미군 부대가 상주한 부평의 에스캄 일대는 한국에 위치했지만 미국이라는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다. 이 작품은 그런 시대적 분위기를 담고 있다.
‘당아시’는 주크박스(Jukebox) 뮤지컬이다. 주크박스는 음악상자를 뜻하며, 주크박스 뮤지컬은 인기 있었던 대중음악을 뮤지컬 넘버로 활용한 뮤지컬을 뜻한다. 최근에는 뮤지컬뿐만 아니라 오페라도 주크박스가 부각되는데, 기존의 아리아를 활용한 주크박스 오페라가 창작되고 있다.
‘당아시’는 1950년대에서 60년대에 발표돼 지금까지도 리바이벌 혹은 리메이크 되는 곡들을 중심으로 선곡됐다. 관객들은 아는 노래에 더욱 큰 호응을 보내기에 주크박스 뮤지컬은 대체로 인기가 많고, ‘당아시’의 음악은 현재도 불리는 곡들 위주이기 때문에 더욱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특히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마지막 날 공연에서 ‘우리 애인은 올드 미스’, ‘노란 샤스의 사나이’ 등 우리말 노래가 나올 때 스스로 박수를 치며 즐기는 관객들이 많았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뮤지컬의 노래인 뮤지컬 넘버도 익숙할수록 잘 들리고 알수록 재미가 생긴다는 원리로, 주크박스 뮤지컬의 장점이다.
예전에 만들어진 뮤지컬의 넘버는 주요 상황이나 인물별로 테마 넘버가 있어서 뮤지컬을 보는 동안 여러 번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면 처음 관람한 관객도 메인 넘버를 흥얼거릴 수 있었다.
반면에 최근 창작뮤지컬은 넘버를 반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러 곡을 신선하게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복이 주는 몰입과 그로 인한 감정이입은 줄어들 수도 있다.
최근의 창작뮤지컬 중 주크박스 뮤지컬은 이미 널리 알고 있는 노래를 활용하기 때문에 관객이 더 편하게 동참할 수 있다. 용생(정욱진, 박화홍 분)과 연희(이지은 분)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쉽게 친숙하게 여겨지는 것은, 아는 노래를 불러서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