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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갤러리] 갤러리밈 Young Cube Project 김봄 개인전 ‘어떤, 그 곳’

발행일 : 2016-12-13 20:42:37

김봄 개인전 ‘어떤, 그 곳(Somewhere, There)’이 12월 7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갤러리밈 제2전시장에서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의 가치를 탐구하며 자유로운 실험의 영역에서 그 실천을 고민하는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갤러리밈의 프로그램인 ‘영큐브 프로젝트(Young Cube Project)’로 진행되고 있다.

◇ 2209 E,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194cm, 2016

‘2209 E,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194cm, 2016’(이하 ‘2209 E’)을 처음 마주하면 화사한 동화의 세계에 와있는 느낌을 받는다. 한 가지 동화가 아닌 여러 가지 동화가 연작으로 이어진 세계이거나, 만약 하나의 동화라면 다채로운 이야기와 여러 반전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은 세계로 생각된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초록의 편안함을 주는데, 각각의 객체를 콜라주 해서 붙였거나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팝아트도 연상하게 만든다. 캔버스에 아크릴릭으로 작업된 작품인데, 오려서 붙인 종이의 재배치 같은 느낌도 준다. 이 작품을 멀리서 보면 인쇄된 그림 같다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2209 E’는 실제 모습일 수 있지만 다분히 재창조된 세계일 수도 있다고 추측 가능하다. 원근법을 따르고 있는 것 같은 부분도 있지만, 원근법을 무시한 변형도 보인다.

2209 E,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194cm, 2016. 사진=갤러리밈 제공 <2209 E,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194cm, 2016. 사진=갤러리밈 제공>

작품 속 세계가 거인과 소인이 섞여 사는 세계가 아니라면, 집의 크기는 실제 크기 비례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많은 변형이 가해진 것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마음의 크기에 따라 각각의 집 크기는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집은 각도와 색이 다양한데, 실제 모습이라기보다는 개념적 조감도, 테마파트 안내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품 속에서 색의 흐름과 구도의 흐름이 하나가 아니라 다양하다는 점도 이런 느낌을 뒷받침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만들면서, 하나의 생각이 정리되기 전에 다음 생각이 계속 튀어나오는 상상력을 승화했기 때문에, 이 작품을 하나의 톤으로만 표현할 수는 없었을 수도 있다. 작품 속 사람이 눈, 코, 귀가 없이 하나로 통합된 얼굴을 가졌다는 점은 흥미롭다.

◇ 2701 L, 캔버스에 아크릴릭, 61×61cm, 2015

‘2701 L, 캔버스에 아크릴릭, 61×61cm, 2015’(이하 ‘2701 L’)는 나무의 느낌 때문일 수도 있는데, 건물이 약간 뒤로 기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앙상하게 가지를 드러낸 나무는, 식물이 아니라 정지 자세를 취하고 있는 동물처럼 보인다. 그런 시야로 바라본다면 건물도 움직일 것 같이 느낄 두 있다.

‘2701 L’은 그림자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그림자의 방향을 보면, 빛이 한 방향에서 단순하게 비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대 벽화에서 사람의 몸은 정면을 바라보는데 얼굴을 측면을 바라보도록 재배치한 것처럼, 이 작품에서 작가는 빛을 원하는 대로 재배치했다고 보인다. 그림의 정면을 초점으로 해 태양을 반원형으로 만든 것처럼 볼 수도 있다.

2701 L, 캔버스에 아크릴릭, 61×61cm, 2015. 사진=갤러리밈 제공 <2701 L, 캔버스에 아크릴릭, 61×61cm, 2015. 사진=갤러리밈 제공>

다른 측면에서 보면 작가는 순간을 포착해 그림에 담은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달라진 그림자의 방향을 선택적으로 그린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순간이 아닌 흐름이 작품 속에 담겨 있는 것인데, 어떤 시간의 히스토리를 작가는 이미지적으로 담으려 했는지 궁금해진다.

‘2701 L’의 앙상한 나뭇가지는 겨울이라고 추측하게 한다. 그렇지만 공중에 떠 있는 10개의 초록은 무엇일까? 작가의 상상 또는 마음의 바람 일수도 있고, 초록이 만개했을 때 그림 그리는 작업을 완료했거나, 작품을 만드는 기간 중 초록이 만개했을 때 느낌을 같이 표현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 pm 17:58, 캔버스에 아크릴릭, 40×61cm, 2016

‘pm 17:58, 캔버스에 아크릴릭, 40×61cm, 2016’(이하 ‘pm 17:58’)은 그림 제목이 시각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흘러가는 물, 지나가는 구름, 움직이는 시간 속에서 작가는 단 한순간의 시각에 집중해 순간의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다.

pm 17:58, 캔버스에 아크릴릭, 40×61cm, 2016. 사진=갤러리밈 제공 <pm 17:58, 캔버스에 아크릴릭, 40×61cm, 2016. 사진=갤러리밈 제공>

작가는 보이는 순간을 포착해 제목을 붙였는데, 그 이전에 계속 바라보며 축적된 감정이 그림에 내포됐을 것이다. 작품을 보면 구체적 형상이라기보다는 아른거리는 느낌이 더 강하게 표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크릴릭 물감을 사용해 만든 작품에서 수채화적인 정서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pm 17:58’을 비롯한 김봄 작가의 작품은 사인이 그림 정면 위에 있지 않고, 그림 틀의 오른쪽 옆면 밑부분에 있다. 나의 이름조차 내 그림의 흐름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의도처럼 생각된다. 갤러리밈의 ‘영큐브 프로젝트’에 선정된 젊은 작가 김봄의 계속되는 작품 활동이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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