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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갤러리] 2016 한국특별전 ‘훈데르트바서의 그린시티’ (1)

발행일 : 2016-12-14 17:45:16

오스트리아 대표 예술가 훈데르트바서 2016 한국특별전 ‘훈데르트바서의 그린시티’가 12월 14일부터 내년 3월 1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제1,2관에서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독창적이고 친환경적인 작품 총 140여 점이 전시되는데, 회화 작품, 건축 모형, 태피스트리, 환경포스터, 건축디자인 스케치 등이 포함된다. 본지는 훈데르트바서의 건축, 태피스트리와 회화 작품, 초상화 등을 3회에 걸쳐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 ARCH 100 블루마우 온천 휴양지

‘훈데르트바서의 그린시티’에는 훈데르트바서 건축 프로젝트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 ‘ARCH 100 블루마우 온천 휴양지’(이하 ‘블루마우’)는 1997년에 제1단계 준공된 시설이다. 건축 모형과 실제 사진을 보면 건물의 옥상, 구조물의 상부 등이 모두 녹색으로 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RCH 100 블루마우 온천 휴양지. 사진=2016 Hundertwasser Archive, Vienna <ARCH 100 블루마우 온천 휴양지. 사진=2016 Hundertwasser Archive, Vienna>

‘블루마우’는 식물들로 가득 차 있다. 내부 통로를 거치지 않고 건물의 맨 위쪽까지 갈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림도 마찬가지인데, 훈데르트바서 건축의 특징은 일정한 톤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구조물과 지형마다 높이 차이가 모두 다르다. ‘블루마우’를 걸어 다닌다면 평평한 평지를 걷는 것이 아니라 낮은 경사의 지형을 걷는 느낌을 준다. 이동시 단조로움을 피하면서 운동효과도 증가시키게 된다. 계단을 통해 높이차를 두지 않고, 높이의 변화도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눈에 띈다.

훈데르트바서 건축은 역시 마찬가지로 직선보다 곡선을 사용한다. 곡선은 정형적인 스타일이 아닌 변형된 모습으로 표현된다. 곡선에서도 훈데르트바서 특유의 감각이 묻어난다.

ARCH 100 블루마우 온천 휴양지. 사진=2016 Hundertwasser Archive, Vienna <ARCH 100 블루마우 온천 휴양지. 사진=2016 Hundertwasser Archive, Vienna>

‘블루마우’가 자연친화적인 시설을 추구하지만, 나무를 너무 빽빽하게 배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전 지역이 태양에 노출된다. 건물은 구조물 자체가 미술작품인데, ‘블루마우’를 하늘에서 부감샷으로 찍으면 온통 초록의 세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루마우’에서 구조물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그런데, 만약 구조 설계와 시공을 하는 입장에서는 난감한 점이 많았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정형화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구조 설계를 통한 안정성 확보에 까다로운 과정을 거쳤을 것이고, 실제 시공 과정, 유지관리와 보수도 일반적인 구조물과 다를 수밖에 없다. 자연친화적인 시설을 만드는데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 주는 아이러니이다.

‘블루마우’ 모형을 보며 우리나라에 이런 테마파트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본다. 작품 자체가 동화이기에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느낌이 들 것이다. 작품의 모형은 분리돼 이동해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 다시 재설치 됐는데, 옮겼다는 느낌보다는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점도 주목된다.

ARCH 100 블루마우 온천 휴양지. 사진=2016 Hundertwasser Archive, Vienna <ARCH 100 블루마우 온천 휴양지. 사진=2016 Hundertwasser Archive, Vienna>

◇ ARCH 62 덜 공격적인 주유소

‘ARCH 62 덜 공격적인 주유소’(이하 ‘덜 공격적인 주유소’)는 제목이 환경친화적 주유소가 아닌, 덜 공격적인 주유소라는 점이 흥미롭다. 환경친화라는 거창한 개념 대신에 공격을 줄인다는 현실적인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악취를 풍기는 자동차들에 대항하는 치료제가 녹색식물이라고 생각한 훈데르트바서는, 환경오염 중 시각적 오염이 가장 주범이라고 여겼다고 전해진다. 토양 오염을 먼저 떠올리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개념을 보유했는데, 공격을 줄인다는 것이 단순히 흥미로운 표현이 아닌 철학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RCH 62 덜 공격적인 주유소. 사진=2016 Hundertwasser Archive, Vienna <ARCH 62 덜 공격적인 주유소. 사진=2016 Hundertwasser Archive, Vienna>

‘덜 공격적인 주유소’는 상대적으로 큰 부지를 필요로 하기에 경제성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삶의 질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온다면, 훈데르트바서의 개념은 특이한 생각이 아닌 일반적인 개념이 될 수도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시대를 앞서가는 건축가인데, 그의 사후인 지금에 봐도 세상을 빨리 앞서간 사람이다. 주유소를 연상하면 세차장 또는 정비소와 붙어있는 것을 먼저 떠올리는 우리들에게 ‘덜 공격적인 주유소’는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덜 공격적인 주유소’ 모형에 모델로 제시된 차량은 각진 모습의 현대적 차량이 아닌, 그나마 곡선을 보유한 전통적 차량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주유소 천장을 봐도 완전 평면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주유소 천장에 공간이 있으면 패스트푸드 점이나 주차장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훈데르트바서는 신선한 자극을 준다.

◇ ARCH 73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

‘ARCH 73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이하 ‘슈피텔라우’)는 기존 구조물이 재건축됐다. 쓰레기 소각장과 굴뚝의 재건축 디자인은, 이전 사진과 비교해 볼 때 더욱 확연하게 느껴진다.

ARCH 73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 사진=2016 Hundertwasser Archive, Vienna <ARCH 73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 사진=2016 Hundertwasser Archive, Vienna>

이제는 우리나라의 주민기피시설도 환경친화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슈피텔라우’가 더욱 와 닿는다. 구리소각장은 구리타워와 운동시설을 겸비한 잘 만들어진 관광시설처럼 변했고, 용인의 하수종말처리장인 레스피아는 체육공원과 포은아트홀로 거듭났다. 경기도 화성의 수원시 하수종말처리장은 체육시설로 탈바꿈했다.

훈데르트바서의 모델을 그대로 차용하지는 않았더라도, 주민기피시설에 대한 환경친화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줬을 것이다. 인위적인 시설의 느낌이 남아있는 ‘슈피텔라우’가 ‘블루마우’나 ‘덜 공격적인 주유소’보다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만큼 우리는 자연에서 멀리 왔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에 훈데르트바서가 있다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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