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영화

[ET-ENT 영화] ‘싸리도깨비’(감독 길이지) 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4)

발행일 : 2017-02-01 12:24:14

길이지 감독의 ‘싸리도깨비’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현재 도깨비를 소재로 한 문화예술 작품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싸리도깨비’는 제목만으로도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싸리도깨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싸리도깨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싸리도깨비’는 도깨비의 욕망과 인간의 욕망, 그리고 또 다른 귀신의 해학적이면서도 잔인한 내기 근성이 결합된 작품이다. 싸리빗자루는 마녀가 타고 다니는 빗자루라는 이미지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을 이 작품에서의 싸리 이미지와 연결해 생각하는 것도 새로운 재미를 준다.

◇ 어둠 속에서 소리로 시작한 영화, 무대 공연과 영화의 만남

‘싸리도깨비’는 어둠 속에서 소리로 먼저 영화를 시작한다. 무대 공연에서 막이 오르기 전에 연주가 시작되거나, 암전이 유지된 상태에서 음악이 울려 퍼지는 상황처럼, ‘싸리도깨비’도 관객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준다.

‘싸리도깨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싸리도깨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가면귀신(장해솔 분)은 자신이 한 발은 이승, 한 발은 저승에 머문 귀신이라고 밝히며, 삶과 죽음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많다고 말한다. ‘싸리도깨비’는 탈춤을 추는 무대 공연에서 싸리도깨비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들려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장르를 넘나드는 연출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귀신과 도깨비의 이미지와도 연결된다. 영화의 메인 이야기는 자하(박민정 분)와 싸리(강영 분), 두 명이 진행하고 예술극장, 교회, 도서관의 세 장소에서만 이뤄지기에, 마치 2인극의 연극처럼 볼 수도 있다는 점은 장르적 결합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요소로 자리 잡는다.

‘싸리도깨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싸리도깨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도깨비의 욕망과 인간의 욕망, 도깨비의 개념에 대한 재해석

자하를 찾아온 도깨비 싸리는 인간이 되기 위해 ‘귀자록(鬼自錄)’이라는 책을 찾아달라고 요청하고, 처음에 거절했던 자하는 도깨비의 다른 이름이 재물신이라는 말에 도깨비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싸리도깨비’는 도깨비의 욕망과 인간의 욕망, 가면귀신의 장난기 넘치면서도 잔인한 모습을 담고 있다.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도깨비를 보면서 와 닿지 않는 관객들도 많을 것이다. 관객들은 세상 살기 녹녹치 않은 시대에 사람이 되기보다 도깨비로 사는 것이 더 편할 것이라는 판타지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싸리도깨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싸리도깨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일반적으로 도깨비는 무섭기만 한 귀신이 아니라, 인간의 속임수에 넘어가기도 하는 친근한 캐릭터이다. 그런 도깨비 이미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최근 이뤄지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는 선풍적인 인기 속에 드라마의 OST가 음원 올킬하고 있고, OST와는 별개로 걸그룹 CLC는 타이틀곡이 ‘도깨비’인 신곡 미니앨범을 출시하면서 멤버들이 각각의 도깨비 콘셉트를 취하고 있다.

‘싸리도깨비’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가면귀신의 춤과 만날 수 있는데, 본격적으로 길게 보여줬으면 더욱 긴 여운을 남겼을 것이다. 이 작품은 소재만으로도 관람 후 많은 이야기가 오갈 것이다.

‘싸리도깨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싸리도깨비’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싸리도깨비'는 도깨비와 인간의 내면보다는 가면귀신의 내면이 더욱 도드라지게 표현된 작품이다. 같은 이야기로 한 번은 도깨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한 번은 인간의 내면 깊숙한 이야기를 꺼낸다면 영화의 느낌은 어떻게 달라질까 상상해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