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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열쇠’(감독 구소정) 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15)

발행일 : 2017-02-03 16:36:24

구소정 감독의 ‘열쇠(spare key)’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이 영화는 한국어 제목과 영어 제목의 뉘앙스가 다른데, 영화를 관람하고 나면 그 뉘앙스의 차이가 핵심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 훔쳐보는 사람을 훔쳐보기, 훔쳐봤던 행동을 따라하기

훔쳐보는 사람을 훔쳐보기, 훔쳐봤던 행동을 따라하기, 욕망의 깊은 곳을 건드리기. 치정 멜로극을 연상하는 이런 표현들은 ‘열쇠’에서 야릇한 상상과 함께 재미있게 펼쳐진다.

아파트 단지에서 키스하던 여고생(조희은 분), 남고생(윤종석 분) 커플을 쳐다보던 남편 준필(나철 분)의 아내(권귀빈 분)는 엄마의 간병을 위해 집을 비운다. 아내가 없을 때 앞 동 906호 사는 사람의 택배가 택배기사(정호 분)에 의해 잘못 배달된다.

‘열쇠’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열쇠’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앞 동 906호에 사는 현주(최희서 분)는 준필의 집안으로 들어와 준필을 깨우고, 준필의 이름 또한 알고 있다. 나만 누군가를 지켜본 게 아니라 누군가도 날 지켜보고 있다는 섬뜩한 설정은 ‘열쇠’가 스릴러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복도남(임용현 분) 또한 누군가를 훔쳐보고 있고, 현주의 딸 유빈(김채영 분) 또한 무언가 알고 있는 수상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 도움을 요청하는 것일까? 함정에 빠지게 만드는 것일까?

도움을 요청하는 현주의 전화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인지, 함정에 빠지게 만드는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실제로는 함정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도 많고, 사회 분위기도 마찬가지이다.

‘열쇠’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열쇠’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도움보다는 함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은 단순한 호기심 유발을 넘어, ‘열쇠’가 장편영화가 아닌 단편영화이기 때문에 더욱 긴장감을 만든다. 짧은 호흡으로 주어진 시간 내 지금의 긴장감을 어떻게 격발하고 해소할 것인지 집중하게 된다.

‘열쇠’의 미스터리는 공포, 스릴러, 야릇함을 넘나드는데, 모두 사람 심리에서 중요한 요소로 심리적 공포감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열쇠’는 영화를 보는 도중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궁금하고, 장르가 어떻게 펼쳐질지도 궁금한 작품이다.

◇ 프리퀄 단편영화와 시퀄 단편영화가 나올 수도 있는 작품

‘열쇠’는 본 편 이전 이야기를 다루는 프리퀄과 후속편의 역할을 하는 시퀄이 나올 수도 있는 작품으로 생각된다. 감독의 머릿속에는 이미 앞뒤 이야기가 들어 있을 수 있다. 남고생과 여고생을 몰래 쳐다보는 첫 장면 이전의 전사도 충분히 흥미롭고, 열린 결말로 볼 수도 있는 마무리 또한 그렇다.

‘열쇠’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열쇠’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쩌면 감독은 장편 시나리오로 기획했는데, 특정 부분을 뽑아서 단편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다. 장편영화와 단편영화는 영화라는 큰 범주 안에 들어있지만 사실상 다른 장르이다. 기획을 하다가 길어지면 장편이 되고 짧으면 단편으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고 시작하면 탄탄한 구성이 나오지 않는다.

단편영화는 처음부터 기획 자체가 달라지는 게 맞다. 만약 ‘열쇠’가 처음에는 장편으로 기획했는데 그 전체 시나리오 중 일부만으로 단편영화를 만든 것이 맞는다면 전체를 알고 있는 감독이 부분만 뽑아서 공유되는 긴장감을 준다는 것 또한 무척 훌륭하게 생각된다. 디테일과 연결력의 힘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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