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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부끄럽지만’(감독 엄하늘) 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19)

발행일 : 2017-02-04 14:44:09

엄하늘 감독의 ‘부끄럽지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비디오 시대의 영화와 음악을 통해 감정과 정서를 전달하는 이 영화는, 여러 가지 부끄러움을 표현하는 채서진의 표정 연기에 감탄하게 되는 작품이다.

감독은 지나간 영화와 음악을 통해 현재의 서정성을 부각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복고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는 설정을 통해 과거가 아닌 현재를 표현한 것은, 우리가 복고라고 말하는 시대 또한 크게 멀지 않은 과거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부끄럽지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부끄럽지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 셀레는 마음이 부끄럽지만, 음란한 마음을 들킬까 부끄럽지만

‘부끄럽지만’에서 유미(채서진 분)는 지환(최시형 분)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들킬까 부끄럽고, 음란한 비디오를 보고 싶었던 마음을 들킬까 부끄럽다. 지환은 대사가 없다는 점은 유미의 대사 속 감정을 더욱 부각한다.

‘부끄럽지만’은 영화와 음악을 통해 감정과 정서의 전달한다. 영화 초반 삽입 음악인 오동식 작사, 작곡의 이정희의 ‘그대여’는 아직 부끄러운 유미와 지환의 감정과 정서를 노래를 통해 세팅한다.

‘부끄럽지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부끄럽지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우상의 눈물’ 비디오를 같이 보는 유미와 지환의 모습은 노래와 함께 뮤직비디오처럼 이어진다. 우리나라 관객들은 음악과 음악영화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음악으로 관객을 끌고 들어가는 ‘부끄럽지만’은 영화 초반부터 관객들을 무장해제해 어느새 감정이입하도록 만든다.

◇ 부끄러움을 표현한 채서진의 아이솔레이션된 표정 연기

‘부끄럽지만’에서 채서진은 셀레는 마음, 부끄러움을 들켰을 때의 민망함, 호기심과 기대감에 찬 모습을 표정 연기로 보여주는데, 망설임과 용기를 같이 표현하기도 한다.

‘부끄럽지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부끄럽지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부끄럽지만’에서 유미의 부끄러움이 여러 가지인 것처럼 채서진의 표정 연기도 여러 가지이다. 비디오를 보고 감동받아 눈시울이 촉촉해지면서도, 혼자 본 것에 대한 아쉬움을 얼굴에 드러낸다.

채서진은 눈과 입술이 같이 웃을 때도 있지만, 입술을 웃지만 눈빛은 약간 슬픈 표정을 짓거나, 눈은 기대에 차 있지만 입술은 불만을 표현하고 있는 표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부끄럽지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부끄럽지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춤을 출 때 손, 발, 팔, 다리, 몸통, 얼굴을 별도로 움직이는 안무를 펼치는 것을 아이솔레이션(isolation)이라고 하는데, 아이솔레이션을 잘하는 무용수는 훌륭한 무용수로 평가받는다.

배우들의 경우에도 표정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은 표정의 아이솔레이션을 구사한다, 웃는 얼굴, 우는 얼굴, 찡그리는 얼굴, 무서운 얼굴, 화난 얼굴 등 얼굴 전체를 통한 표정 연기 변신을 하는 것도 훌륭한 연기력이지만, 눈, 코, 귀, 입 등 얼굴의 부위를 나눠 아이솔레이션된 표정 연기를 하는 배우는 특급 배우이거나 특급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이 많은 배우이다.

‘부끄럽지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부끄럽지만’ 스틸사진. 사진=제19회 한예종 졸업영화제 제공>

‘부끄럽지만’에서 채서진의 아이솔레이션된 표정 연기는 채서진의 가능성에 큰 기대를 갖도록 만들고 있다. 필자가 이전의 리뷰에서 표정의 아이솔레이션에 관심을 가졌던 배우는 김고은과 박소담이었는데, 또 한 명의 라이징 스타를 ‘부끄럽지만’을 보면서 기대하게 됐다.

왼쪽 눈이 잘 안 보이는 유미는 손으로 왼쪽 눈을 가리고 오른쪽 눈으로만 바라보기도 하는데, ‘부끄럽지만’에는 잘 보이는 오른쪽 눈이 머리카락으로 덮여있는 장면이 있다.

칼라 영상과 흑백 영상을 교차한 ‘부끄럽지만’은 바라보는 시야와 보이는 시야의 차이에도 관심을 갖는다. 서정성을 잘 살린 작품을 만든 엄하늘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음악과 감성 가득한 행복한 시간을 영화관에서 즐기고 싶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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