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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소리 없이 강하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발행일 : 2017-02-09 12:02:52
[시승기] “소리 없이 강하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한국GM은 국내 판매 3위 자동차업체지만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고 있다. 이른바 ‘쉐슬람(쉐보레+이슬람)’이라 부르는 쉐보레 팬들이 그들이다.

이러한 고정 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현대차나 기아차를 압도할 만한 모델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시절, 레간자를 내놓고 현대차 쏘나타를 제친 것과 지난해 경차 시장에서 스파크가 기아 모닝에 앞선 게 그나마 내세울 만한 실적이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신형 스파크와 말리부, 카마로, 신형 트랙스가 연이어 히트한 데 이어 이번에는 올 뉴 크루즈가 출격했다.

신차의 진면목은 8일 서울 반얀트리 클럽 & 스파를 출발해 중미산 일대 도로를 달리는 시승회에서 드러났다. 기자에게는 빨간색 ‘파티 레드’ 컬러가 배정됐다. 90년대 ‘쥐 잡아 먹은 입술’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원색이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다.

[시승기] “소리 없이 강하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승객 공간을 최대한 넓히는 캡포워드 디자인은 매끈한 곡선을 자랑한다. 그러나 차체 뒤가 완만히 떨어지는 탓에 뒷좌석에 타고 내릴 때 머리가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대시보드는 빈틈없고 재질감도 좋다. 다만 최고급형임에도 불구하고 운전석만 전동식으로 조절되고 조수석은 수동식이다. 안전벨트 높낮이 조절장치가 없는 것이나 뒷좌석용 에어 벤틸레이션이 없는 점도 의외다. 이 부분은 추후 개선되길 기대한다.

시승의 하이라이트는 엔진과 변속기다. 153마력의 최고출력과 24.5㎏‧m의 최대토크는 엔진과 변속기의 찰떡같은 궁합 덕에 만족스러운 성능을 뽐냈다. 정속 주행 때의 정숙성도 만족스럽다. 터보랙(가속 지체 현상)은 크지 않다. 최대토크는 2400~3600rpm에서 나오는데, 조금 더 저회전에서 시작되도록 설계한다면 좋을 듯하다.

[시승기] “소리 없이 강하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수동 모드로 바꿨을 때의 응답 반응은 매끄럽다. 과거 쉐보레의 모델들은 수동 모드에서 시프트 다운할 경우 경고음이 울리면서 변속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그 정도로 변속 가능한 범위가 매우 좁았다. 그러나 신형 변속기는 토크 허용 범위를 넓혀 꽤 넓은 영역에서 속 시원한 가속을 맛볼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점은 한국GM이 그토록 고집하던 토글 시프트를 버리고 팁트로닉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D 드라이브에서 M 드라이브로 바꾼 뒤 기어 노브에 달린 버튼을 눌러 변속하는 토글 시프트는 어색한 운전자세 때문에 지탄의 대상이 되어 왔다. 지난해 말리부 발표회에서도 기자가 그 문제를 지적했는데, 당시 한국GM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별로 없을뿐더러 수동 모드를 잘 안 쓴다고 한다”고 답했다. 그래서 “안 쓴다면 굳이 그 기능을 넣을 필요가 있느냐”고 대꾸한 적이 있었다. 이는 기자뿐이 아니고 운전을 좀 하는 자동차 담당기자들은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한국GM은 이번에 그 고집을 꺾고 기어 노브를 왼쪽으로 빼서 시프트 업, 시프트 다운을 할 수 있게 했다. 물론 결과는 성공적이다. 많은 기자들이 좋은 선택이라고 칭찬했다.

[시승기] “소리 없이 강하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인증 연비는 17인치 휠 기준으로 리터당 도심 12.1㎞, 고속도로 15.5㎞, 복합 13.5㎞다. 이는 현대 아반떼 1.6 GDi(도심 11.7, 고속도로 15.4, 복합 13.1)와 비교해 모두 우월한 수치다. 아반떼 1.6 T-GDi의 경우는 각각 10.8, 13.7, 12.0으로 역시 크루즈가 우세하다. 크루즈의 차체 중량이 아반떼보다 40~90㎏ 가벼운 것도 좋은 연비를 내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크루즈의 가격은 1890만~2478만원으로 아반떼에 비해 기본 가격이 높다. 하지만 이는 착시 현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16인치 휠이 장착된 모델을 고를 경우 아반떼는 1913만원짜리 스마트 스페셜 모델부터 가능하고 그 이하 모델(15인치 기본 장착)은 아예 선택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올 뉴 크루즈는 15인치 휠이 아예 없고 기본 모델부터 16인치가 장착돼 있다. 반면 17인치 휠 장착 모델을 고른다면 크루즈는 2224만원인데, 아반떼는 2090만원부터 가능하다.

타이어의 경우 아반떼는 넥센, 금호, 한국 제품을 고루 장착하고 있고, 아반떼 터보에는 한국 벤투스 S1 노블2가 장착된다. 반면 올 뉴 크루즈는 16인치는 한국, 17인치는 금호, 18인치는 미쉐린 제품이 장착된다. 이번 시승에 장착된 미쉐린 제품의 성능은 만족스러웠다.

[시승기] “소리 없이 강하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

올 뉴 크루즈는 아반떼가 독주하던 국내 준중형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자격을 갖췄다. 이미 미국에서는 큰 인기를 모으며 그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소리 없이 강하다’를 외쳤던 레간자의 영광을 되찾아줄지 주목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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