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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2016 공연예술 창작산실 연극(6) ‘신인류의 백분토론’

발행일 : 2017-02-13 22:31:03

민준호 작/연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신인류의 백분토론’이 2월 10일부터 2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2016 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우수신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기존의 공연 형식을 탈피해 토론이라는 콘셉트를 선택함으로써 리얼리티와 박진감을 높였다.

입장에 따라 다양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고, 한 쪽 방향으로 쉽게 결론이 나기 쉽지 않은, 창조론과 진화론 중 어떤 것이 맞는가에 대한 주제로 관객들의 흥미를 끌면서, 마치 토론 방송을 직접 방청하는 듯한 참여감까지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신인류의 백분토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예예술위원회 제공 <‘신인류의 백분토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예예술위원회 제공>

◇ 생방송 토론회에 방청객으로 와 있는 듯한 재미있는 느낌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의 기존 무대와 관객석의 배치를 마치 방송국처럼 바꾼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등장인물들은 실제 방송에서 토론 프로그램을 하는 것처럼 한 명씩 등장했다.

공연에는 7명이 등장한다. XBS 방송국의 인기 토론 프로그램 ‘백분토론’의 사회자 신석기(차용학, 정재현 분)와 6명의 패널이 함께 한다. 창조론 패널로는 인문학, 철학에 관심이 많은 뇌과학자, 불교인 나대수(양경원, 정순원 분), 분자 생물학 박사. 기독교인 이성혜(정선아, 백은혜 분), 천문학자 겸 수학자, 천주교인 우지현(이지해, 서예화 분)이 참석한다.

‘신인류의 백분토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예예술위원회 제공 <‘신인류의 백분토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예예술위원회 제공>

진화론 패널은 진화 생물학 박사 전진기(진선규, 이강우 분), 독과 기생충, 바이러스 등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기생 전문가 현충희(유연, 홍지희 분), 종교철학 전공의 연예인 육근철(오의식, 김종현 분)이 참여해 뜨거운 토론을 펼친다.

창조론이냐, 진화론이냐의 문제는 시작부터 논란을 일으켜 관객들이 몰입해 참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공연 대본으로 대사 위주의 공연을 하는 리딩 공연, 토론회, 방송 등 다양한 느낌으로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신인류의 백분토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예예술위원회 제공 <‘신인류의 백분토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예예술위원회 제공>

무대에는 8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7대는 7명을 각각 집중해 촬영하며, 1대는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데, 5대의 모니터에 8개의 화면이 분산 또는 중복돼 보인다.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정말 새로운 느낌을 전달하는 공연으로, 주로 앉아서 대사를 위주로 진행되지만 기존 공연 못지않은 현장 연출이 중요한 작품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토론하는 연극, 딕션이 중요하다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토론하는 연극이기 때문에, 배우들의 발음이 무척 중요한 공연이다. 공정한 어투의 신석기, 몰두해 흥분하는 이성혜, 외국 생활로 인해 랩을 하는 것처럼 굴리며 말하는 우지현, 전형적인 박사 같은 나대수, 사투리를 사용하는 전진기, 차분하면서 할 말을 하는 현충희, 웃기면서도 핵심을 꿰뚫는 육근철 등 대사 위주로 진행되는 연극이지만 모든 캐릭터가 겹치지 않고 독자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신인류의 백분토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예예술위원회 제공 <‘신인류의 백분토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예예술위원회 제공>

캐릭터의 성격과 대화 톤의 다양함은 ‘신인류의 백분토론’이 토론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무대 공연인 연극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형식을 차용했지만, 연극의 기본에 충실히 만들었다는 점은 무척 의미 있게 여겨진다.

현재는 토크 콘서트가 일반화된 시대이기 때문에, 토론 연극이 어색하기보다는 친숙하게 느껴진다는 점은 흥미롭다. 작품의 내용만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형식도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다는 것은 창작의 입장에서 한 번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신인류의 백분토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예예술위원회 제공 <‘신인류의 백분토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예예술위원회 제공>

◇ 교육적인 기능, 알고 있던 것을 다시 환기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연극

“총알은 잘못이 없다. 쏜 사람이 잘못이다.”, “시조새가 중간종이 아닐 수도 있다.” 등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생각할 수 있는 많은 화두를 관객들에게 던진다. 방송국 세트 형식으로 만들어진 무대 장치에는 뇌과학, 적색편이, 인지심리학 등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들이 새겨져 있다.

토론 도중에 제시된 관련 영상과 자료는 이미 알고 있었던, 혹은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알지는 못 했던 사실들에 대해 인지하고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신인류의 백분토론’의 교육적 기능은 토론의 형식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신인류의 백분토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예예술위원회 제공 <‘신인류의 백분토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예예술위원회 제공>

◇ 흥분된 무대를 숙연하게 마무리하는 대반전

‘신인류의 백분토론’에서 이성혜 역의 백은혜는 진짜 열불이 터지는 듯 물을 계속 마신다. 설정이 아닌 실제 목이 탄다는 느낌이 진하게 전달되는데, 몰입했을 때 나오는 리얼한 연기가 돋보인다.

토론의 패널들은 깐죽거리기와 흥분하기를 통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부각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논리에 말려들기도 한다. 창조론과 진화론이라는 끝나지 않는 토론 주제는 갈등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신인류의 백분토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예예술위원회 제공 <‘신인류의 백분토론’ 공연사진. 사진=한국문예예술위원회 제공>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를 통해 세상에 인공지능의 파급력이 전파됐기에, 인공지능이 강한 자의식과 강한 의지를 가졌을 때를 가정하는 장면은 단순한 가정이 아닌 전제조건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신인류의 백분토론’이라는 공연 제목이 정말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긴 여운이 남게 만든 공연의 마무리는 인상적이었다. 그냥 토론이 아니라 연극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준 반전 마무리였는데, 관객들의 허를 찌르면서도 수긍하고 인정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특히 돋보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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