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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국악] 2016 공연예술 창작산실 전통예술(1) ‘해미오와 금이에’

발행일 : 2017-02-21 17:12:14

해금연구회의 ‘해미오와 금이에’가 2월 18일과 1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201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우수신작 전통예술 분야의 첫 번째 작품이자, 2014년 ‘해금,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Ⅰ <한 여름밤의 꿈>’에 이어지는 작품이다.

‘해미오와 금이에’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해미오와 금이에’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누가 울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누가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한 소리를 내는 해금

‘해미오와 금이에’는 첫 곡 ‘절화(折花)’부터 ‘꽃이 피다’까지 일곱 곡의 연주 동안 연극적인 진행을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첫 번째 곡 연주 후 해금에 대한 설명이 관객들에게 전달됐는데, 두 줄밖에 없는 악기이고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명주실로 만들었고 활이 두 줄 사이에 끼어 있어 바깥쪽 줄은 밀면서 소리를 내고, 안쪽 줄은 잡아당기면서 연주한다는 것이었다.

걸으면서 말 타면서 연주하기 위해 활이 줄 사이에 배치돼 활이 떨어지지 않게 만들어졌다는 설명이 덧붙였는데, 말 타면서 연주하지는 않더라도 걸으면서 연주하는 예를 잠깐만이라도 보여줬으면 훨씬 호기심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생각됐다.

‘해미오와 금이에’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해미오와 금이에’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해금의 소리가 주는 이미지는 똑같지는 않지만 하회탈을 연상하게 만들었는데, 하회탈도 울고 있는 듯 웃고 있는 듯 보는 사람에 따라 표정이 다르게 인지되고, 또한 무대에서 현재 표현하고 있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전달된다.

우리 고유의 정서가 가진 이중적 느낌이 해금과 하회탈의 공통점이라고도 생각됐는데, 해금은 중국에서 들어왔지만 현재는 우리나라에만 남아있는 악기이기 때문에 악기가 개량되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가 녹아들어 갔다고 볼 수 있다.

‘해미오와 금이에’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해미오와 금이에’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곡에 따라 연주자와 의상의 변화, 스토리텔링에 따라 콘셉트를 부여한 선곡

‘해미오와 금이에’는 연주자와 의상이 바뀌면서 스토리텔링에 따라 곡마다 콘셉트가 부여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해금 24대를 위한 프렐류드 ‘다른 이름의 장미’는 흰색 옷을 입은 해금 연주자 8명의 연주가 검은색 의상을 입은 지휘자 서홍준의 지휘로 시작됐고, 4명의 배우, 4명의 무용수와 함께 등장한 16명의 또 다른 해금 연주자가 연주에 합류했다.

‘달빛에 취한 여인들’은 연주자들이 가면을 쓰고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흰색 가면에 빨간색 스카프를 공통으로 착용하고 검은색 또는 흰색 옷으로 변형을 줬다는 점에 주목됐다. 천정에서 내려온 조명은 밤하늘의 별을 연상하도록 했는데, 연주자뿐만 아닌 무용수들의 가면은 사랑을 숨기듯 자신의 얼굴을 숨긴다는 이미지도 전달하면서, 가면무도회 같은 축제 연상하게 만들었다.

‘해미오와 금이에’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해미오와 금이에’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해금은 조연으로 사라지고, ‘로미오와 줄리엣’만 깊이 남은 아쉬움

‘해미오와 금이에’는 작곡가 김태근, 서홍준, 양승환의 작곡과 편곡으로 이뤄진 공연으로, 해금 솔로 천지윤, 권새별, 강지은을 비롯한 해금 연주자들이 만드는 해금 소리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해미오와 금이에’는 해금 연주 공연이면서 해금 홍보 공연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여겨졌는데, 해금만의 연주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 공연은 ‘서울시향의 음악극장’의 해금 버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연극적 요소가 강화됐는데, ‘서울시향의 음악극장’의 후반부는 연기를 제외하고 클래식 연주로만 이뤄지는데, ‘해미오와 금이에’는 끝까지 연극적 요소와 함께 했다.

‘해미오와 금이에’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해미오와 금이에’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공연적 전달에서 해금의 역사를 설명할 때 팩트와 픽션이 섞여 있었는데, 만약 관객들이 해금의 역사를 잘 알고 있다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실제로 해금이라는 악기 자체도 잘 몰랐던 관객들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혼용은 해금을 잘 알린다는 취지에서 보면 아쉬움을 남긴다.

공연적 요소를 제외하고, 피아노와 타악기의 연주도 제외하고, 마이크도 사용하지 않고 오롯이 해금의 생음악만 자연음향으로 들을 수 있는 곡이 한 곡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해미오와 금이에’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해미오와 금이에’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4명의 연주자가 함께 하는 해금은 그 자체로 감동이지만, 관객석은 별로 흥분하지 않았다. 다른 악기와의 조율을 해야만 하는 국악관현악도 아니었는데 굳이 마이크를 사용했어야 하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은 해금 연주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 관객들도 많았을 것이다.

서양 클래식의 대중화로 인해 일반 관객들이 라이브로 음악을 듣는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국악 연주자와 관계자들은 잘 모르거나 알아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해미오와 금이에’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해미오와 금이에’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해금과 셰익스피어가 만난다는 취지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지만, ‘로미오와 줄리엣’는 관객들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해미오와 금이에’의 스토리가 크게 와 닿지 않았을 수 있다.

‘해미오와 금이에’를 셰익스피어 시리즈만 본다면 전혀 문제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창작산실 전통예술답게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도 해금이 주연이었으면 더욱 감명 깊은 시간이 됐을 수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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