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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스테이지]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2) 김창기 밴드

발행일 : 2017-02-28 00:10:32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은 제1부 ‘그 여름, 동물원’의 출연진의 공연 후 제2부 김창기 밴드의 공연으로 이어졌다. 도곡동 김창기 소아 청소년 발달센터 지하(김창기 밴드 연습실)은 신구세대가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김창기 밴드의 공연만으로도 벅찬 시간이 됐을 수 있는데, 젊은 후배들, 그중에서도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에 출연하면서 김창기, 김창기 밴드와 인연을 맺은 후배들이 같은 무대에 섰다는 점이 더욱 의미 있다.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 공연사진. 사진=큐리어스 뮤직 피플 제공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 공연사진. 사진=큐리어스 뮤직 피플 제공>

◇ 친근한 노래로 시작한 김창기 밴드

김창기 밴드는 최원혁(드럼), 권무성(베이스), 장소영(건반), 한국인(일렉기타)와 김창기(보컬), 박상욱(보컬)으로 이뤄진 밴드로 2월 25일 공연은 김창기의 단독 보컬로 진행됐다.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 제2부의 첫 곡은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로 시작했는데, 아는 노래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어진 곡은 ‘그날들’이었는데, 김창기는 노래에 앞서 “그 여자가 그리워요”라는 멘트를 던져 관객들이 웃을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이어지는 뮤지컬적 연출의 일환으로 보이기도 했고, 어쩌면 진심이 아니었을까 생각되기도 했다.

‘그날들’을 부르며 김창기는 뮤지컬 배우처럼 연기도 같이 했는데 가사에 따른 액션은 인상적이어서 관객들의 리액션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어쩌면 김창기는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의 창기 역을 직접 소화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을 관객들이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은 맥주를 마시면서 즐기는 공연으로, 고급 파티에 아티스트를 초청해 라이브 연주를 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관객들은 일단 특별한 공간에 초대된 특별한 손님이라는 느낌과 범 가족 같은 느낌을 같이 갖게 된다.

관객들은 일반적으로 무대 공연을 보며 노래를 같이 부르고 싶은 마음, 지휘를 따라고 싶은 마음, 연기 동작을 똑같이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도 억눌러야 한다. 관객들이 가장 크게 무대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박수와 환호인데, 그것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방법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 공연사진. 사진=큐리어스 뮤직 피플 제공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 공연사진. 사진=큐리어스 뮤직 피플 제공>

그런 면에서 보면,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은 관객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주고 있는 독특한 공연이다. 음식물의 반입이 자유롭고 맥주와 안주 등은 주최 측에서 최대한 부족하지 않게 제공한다.

김창기 밴드와 대형 공연장에서 공연한 뮤지컬팀의 공연에 대해 마음껏 촬영할 수 있고, 언제든 환호하며 심지어는 관객석에서 일어나 춤을 춰도 뭐라고 하는 아티스트와 관객들이 없다.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박수를 보낸다.

무척 가까운 곳에서 공연을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으며, 같이 노래 부르고 싶을 때 노래 부를 수 있다. 음악영화를 볼 때 관객들이 같이 부를 수 있는 싱얼롱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제공한, 노래를 같이 부를 수 있는 자유는 파격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공연 중에 기침이 나오려고 하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억지로 참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자그마한 움직임에도 주변 사람들을 방해할까 봐 긴장해야 한다. 그런데,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의 관객들은 맥주를 꺼내려 냉장고에 가거나 화장실을 갈 때도 자유롭게 드나든다.

공연장에 와서 무대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아닌, 집 안에서 영화를 틀어놓고 보다가 맥주를 더 가지러 가기 위해 냉장고를 찾는 사람들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인데,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 관객석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찍어서 전달한다면, 실제가 아니라 설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아티스트들은 보통 공연의 주인은 관객이라고 말하면서도 입장료까지 지불한 주인의 행동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억압하는데,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은 최대한의 자유를 제공하고, 관객들은 그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질서를 지킨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 공연사진. 사진=큐리어스 뮤직 피플 제공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 공연사진. 사진=큐리어스 뮤직 피플 제공>

◇ 본인이 하고 싶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이날 김창기는 ‘그 여름, 동물원’팀이 기본적인 노래를 많이 불러줘서 본인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다며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아티스트가 무대에서 본인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개인의 경우에도 노래방을 갔을 때 스스로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기도 하기만, 분위기에 맞춰 선곡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회식이나 접대의 자리에서는 마치 시험 보듯이 노래를 선곡하고 불러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하고 싶은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의 큰 장점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산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면서 아티스트는 하고 싶은 것을 직업으로 택했으니 행복하겠다고 막연하게 추측하는데, 실제로는 아티스트들이 하고 싶은 것을 더 못 할 수도 있는 것이다.

◇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른 김창기! 슬픔의 절규인가? 분노의 표현인가?

더 이상 눈이 오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에 마지막으로 부르는 노래라며 김창기는 ‘눈사람’을 불렀는데, 고해성사 하는 듯한 진실한 절규가 느껴졌다. 김창기는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는데, 이 노래가 전달하는 정서는 슬픔의 절규인지, 분노의 표현인지 궁금했다.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은 김창기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시간이면서, 김창기가 사용한 에너지로 생긴 빈 공간을 효율적으로 채우는 시간이라고 생각된다. 아들을 위한 노래를 부르고, 아버지를 위한 노래를 부른 김창기는 관객들에게 진한 카타르시스와 여운을 남기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창기네 먹고 마시는 공연’은 4월 2일에 특별한 게스트를 초청해 이어진다고 큐리어스 뮤직 피플의 강승우는 밝혔다. 2월 공연의 마지막 앙코르곡은 ‘혜화동’이었는데,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라는 가사가 멀리 떠나간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게 아니라 4월에 공연장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의 전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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