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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모차르트의 풍자와 해학 ‘돈 지오반니’

발행일 : 2017-02-28 00:36:10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 오페라)로 제작된 모차르트의 ‘돈 지오반니’ 실황 영상이 메가박스에서 상영 중이다. 시즌 2017의 첫 번째 작품인 ‘돈 지오반니’는 모차르트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바람둥이의 대명사로 불리는 ‘돈 후안’을 다룬 작품으로, 모차르트 예술의 절정으로 알려졌는데, ‘돈 지오반니’가 이끌고 가는 집중력과 긴장은 모차르트가 바람둥이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

‘돈 지오반니’ @ The Met. 사진=메가박스 제공 <‘돈 지오반니’ @ The Met. 사진=메가박스 제공>

◇ 영화 캐스팅, 뮤지컬 캐스팅과는 다른 오페라 캐스팅

‘돈 지오반니’에서 돈 지오반니 역을 맡은 사이먼 킨리사이드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을 어쩌면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젊은 바람둥이의 역할에는 그의 나이로 인한 외모가 거슬린다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많을 것이다.

영화 캐스팅, 뮤지컬 캐스팅에는 연기력, 가창력도 무척 중요하지만, 캐릭터와의 외모적 싱크로율, 이미지적 연관성 또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역을 할 경우 관객들은 감정이입해 몰입하기 힘들기 때문에, 특수분장을 통해 실제 나이 든 역할의 외모를 만든다.

‘돈 지오반니’ @ The Met. 사진=메가박스 제공 <‘돈 지오반니’ @ The Met. 사진=메가박스 제공>

영화의 등장인물을 배우라고 하고, 뮤지컬 또한 배우인데, 오페라의 등장인물은 배우라고 하지 않고 가수라고 한다. 오페라는 장르상 연기보다는 노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오페라에서는 그 역의 아리아를 잘 소화할 수 있는 실력을 위주로 캐스팅되는 경향이 있고, 그 결과 관객들은 감정이입에 매우 불편함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돈 지오반니’ @ The Met. 사진=메가박스 제공 <‘돈 지오반니’ @ The Met. 사진=메가박스 제공>

외모 지상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오페라는 실력 위주로 캐스팅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은 무척 긍정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캐릭터와 성악가의 외적인 싱크로율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다.

◇ 젊은 바람둥이를 테너가 아닌 바리톤으로 선택한 모차르트

‘돈 지오반니’에서 주인공인 돈 지오반니가 테너가 아니라는 점은 일반적인 오페라의 남자 주인공이 대부분 테너라는 점과 비교된다. 게다가 돈 지오반니는 중년의 완숙한 바람둥이가 아닌, 원작에서는 27세인 무척 젊은 바람둥이이기 때문에 테너가 아닌 바리톤이라는 점이 더욱 흥미롭다.

‘돈 지오반니’ @ The Met. 사진=메가박스 제공 <‘돈 지오반니’ @ The Met. 사진=메가박스 제공>

테너가 훨씬 다채로운 바람둥이를 표현하는데 적합할 것이라고 흔히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모차르트는 돈 지오반니를 바리톤으로 설정한 것도 모자라, 절절한 아리아를 부르게 만들지도 않았다. 주인공 캐릭터를 이렇게 만든 것은, 어쩌면 모차르트가 바람둥이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돈 지오반니’에서 돈 지오반니의 아리아는 상대방에 따라 스타일이 변한다는 특징을 직접 관람하면 느낄 수 있다. 상대방이 자신을 따라오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자신이 상대방에게 맞추어 어떤 누구의 마음도 빼앗을 수 있다는 바람둥이의 모습을 모차르트는 음악적으로 명확한 콘셉트를 잡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돈 지오반니’ @ The Met. 사진=메가박스 제공 <‘돈 지오반니’ @ The Met. 사진=메가박스 제공>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과 하나 안쪽으로 들어가 보는 것, 그리고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은 무척 다른데, 모차르트는 캐릭터의 성향을 분석할 때 표면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것을 돈 지오반니의 아리아를 보면 알 수 있다.

모차르트의 디테일에 입각해 본다면, 모차르트가 의도한 아리아를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실력은 기본이고 외모와 이미지 또한 캐릭터와 부합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모차르트가 살아 돌아온다면 ‘돈 지오반니’를 위해 어떤 스타일의 캐스팅을 실제로 할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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