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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리딩극과 토론극이 조화를 이룬 ‘카논-안티고네’

발행일 : 2017-03-04 15:55:55

극단 작은신화의 ‘카논-안티고네’가 2월 15일부터 26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됐다. 2017 산울림 고전극장 ‘그리스고전, 연극으로 읽다’의 두 번째 공연으로 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주최/주관으로 진행된 공연이다.

카논은 ‘규칙’, ‘’표준‘을 뜻하는 그리스어로서 음악에서 한 성부가 다른 성부를 모방해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카논-안티고네’에서 ‘카논’은 연극 속 연극인 ‘안티고네’의 연습 과정이 반복되는 것을 뜻하며, 그 반복을 통해 각색까지 담당한 김정민 연출은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카논-안티고네’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카논-안티고네’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 리딩 공연과 실제 연습 과정을 엮은 공연, 리딩극과 토론극의 조화

‘카논-안티고네’의 주요 무대 장치는 의자와 책상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에 등장한 배우들은 공연장 벽에 위치해 있던 의자와 책상을 앞으로 가져와 앉은 후 연극 ‘카논-안티고네’ 속 연극 ‘안티고네’의 대본을 읽기 시작한다.

배우들은 대본 속 각자의 역할을 진지하게 리딩 하기 때문에, 사전 지식이 없이 관람에 참여한 관객들은 정식 공연이 아니라 리딩 공연인지 헛갈릴 수 있다. 명확한 분위기의 리딩 공연이 한참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무대 공연을 기대한 관객들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릴 수도 있었던 공연이다.

‘카논-안티고네’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카논-안티고네’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물론 반전이 주는 재미를 추구했을 수도 있지만, 반전까지 기다리기 전에 완전한 리딩 공연이라고만 생각해 실망한 관객들도 있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초반 리딩 공연 시간을 줄였거나, 혹은 공연 시작 전 리딩 공연조차 극 중 일부라는 것을 알려줬으면 관객들의 불편함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을 수 있다.

관객들과의 공감과 공유에 좀 더 초점을 맞췄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카논-안티고네’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가 나눠진 이유가 내용이나 연기가 아닌, 형식이었다는 점은 작은 디테일이 보완됐다면 관객들의 마음을 더욱 얻을 수 있었다고 추정할 수도 있다.

‘카논-안티고네’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카논-안티고네’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카논-안티고네’에서 카논에 의해 극 중에서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 리딩하고 토론하고 연습하면서 반복되고,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설정은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재료였는데, 사전 지식 없이 관람할 경우 카논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관객들도 있었을 것이다.

◇ 이중 캐릭터 구축, 연극 속 배역 캐릭터와 연기를 하는 배우 캐릭터

‘카논-안티고네’에 출연한 배우들은 연출 역의 장영철을 제외하고는 두 가지 역을 모두 소화했다. ‘카논-안티고네’에서도 장영철은 다른 배우들에게 캐릭터 분석, 각자의 갈등 요인 분석을 숙제로 내주기도 한다.

‘카논-안티고네’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카논-안티고네’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극 중 연극 ‘안티고네’의 배역 캐릭터와 ‘카논-안티고네’의 연극배우의 캐릭터를 배우들은 해소해야 했다. 같은 연극 내의 1인 2역보다 훨씬 어려운 선택이다. 배우가 배우 역을 연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배역에 몰입해 아예 다른 사람이 돼야 하는데, 배우 배역은 그 캐릭터를 해석해 소화할 때 자신의 실제 모습을 반영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개념적 설정과 실제 분리 혹은 적용이 둘 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카논-안티고네’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카논-안티고네’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자기 자신의 이야기면서 자기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기 때문에 아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크레온 역의 김문식의 경우 리딩 연습을 할 때는 크레온을 약간 어색하게 연기했다. 그러면서 극 전체의 마지막에는 정말 크레온 다운 연기를 보여줬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데 연습하는 과정을 연기하면서 일부러 약간 미흡하게 연기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쉬워도 실제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감정선의 흐름상에서 봤을 때도 그렇고, 연기를 잘할 수 있는데 못하는 것처럼 연기해야 하는 것도 내적 갈등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카논-안티고네’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카논-안티고네’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권호조 또한 배우 중 막내 역할로 처음에 어색한 연기를 보여줬다. ‘안티고네’에서 코러스 역, 파수병 역, 예언자 역의 1인 3역을 해야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1인 4역을 수행한 것이다. 코러스, 파수병, 예언자로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면서, 극 중 막내 배우로서는 뭔가 부족한 연기를 리얼하게 전달한 점이 주목된다.

하이몬 역의 오현우는 자신의 분량이 작게 나오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은 연극 속 내용이 아닌 실제 마음처럼 느껴지게 보여줬다. 한자영과 박소아의 극 중 갈등은 이스메네와 안티고네의 갈등 못지않게 중요하게 전달됐다는 점 또한 의미 있다. 카메오로 등장한 조윤수는 카메오가 아닌 뭔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은 호기심을 남겼다는 점은 작은 반전으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카논-안티고네’는 호불호의 갈림길에 서게 했던 극의 형식과 관객들과의 공유, 공감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은 초연 때는 대흥행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지만, 제대로 보완해 재공연 된다면 보편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카논-안티고네’가 재공연될 수 있을까?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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