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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클래식]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발행일 : 2017-03-07 12:55:44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하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가 3월 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됐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음악극장’은 클래식에 연극적 요소를 결합한 독특한 형식의 공연으로, 지난해 처음 선보이며 4번의 공연을 서로 다른 콘셉트로 진행됐다.

이번 공연은 서울시립교향악단, 국립극장이 주최했다.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프로그램은 공연 전반부 오케스트라의 발췌 연주에 맞춰 연기가 펼쳐지며, 후반부에는 전곡 연주가 펼쳐져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특징이 있다.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 니체의 사상과 세계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후기 낭만주의 관현악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서양에서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고전으로 알려져 있다. 간단명료하게 핵심을 파악할 수도 있지만, 내재한 철학적인 깊이와 디테일, 정신세계를 파악하기에는 절대 쉬운 책은 아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교향시 분야에서 사상 최대의 업적을 남긴 작곡가이다. 20세기 후반부부터 슈트라우스에 대한 재평가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그의 교향시 또한 들으면 쉽게 이해되는 곡은 아닐 수도 있다.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의 후반부 전곡 연주가 시작될 때 관객들은 아는 리듬에 대해 무척 반가움을 표현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이 교향시의 도입부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쉽지 않은 공연이었을 수 있다. 니체의 책을 이미 본 관객과 슈트라우스의 음악에 익숙한 관객이 아닌 경우 난해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전반부는 연극적 요소를 통해 쉽게 해석해 전달하는 시간인데, 원작이 워낙 깊이가 있기 때문에 지적 호기심을 추구하는 관객과 편하고 쉬운 음악 감상을 기대했던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발생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 서울시향의 브랜드, 최수열의 브랜드, 이제는 음악극장장으로 취임한 박상원의 브랜드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시리즈는 2016년부터 서울시향의 또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운 형식의 공연인 음악극장의 전담 지휘를 맡은 최수열 지휘자의 브랜드이기도 한데, 이제는 음악극장장으로 취임한 박상원의 브랜드이기도 하다.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의 전반부는 아빠와 아들이 아닌 아빠와 딸의 조합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내레이션을 맡은 박상원과 아역배우 이화진의 대화를 통해 니체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해 이야기했다.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아빠와 아들보다는 이질적이면서도 친밀함이 느껴지는 아빠와 딸이라는 조합, 박상원은 목소리로만 등장하고 이화진은 무대 위에 실제 등장한다는 설정은 무척 신선했다. 다만, 박상원은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니체의 진지함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화진은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지만 지나치게 밝아 공감보다는 이질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화진의 대사는 심도 있고 어른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안무는 지나치게 아동적이었다.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동요처럼 편곡해 공연했으면 어울렸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큰 무대에 혼자 올라 약 80명의 서울시향 오케스트라와 해오름극장의 많은 관객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한 이화진의 앞날에 기대를 갖게 한 시간이었다.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전반부는 일반적인 클래식 공연과는 달리 어두운 무대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연주자의 악보를 올려놓는 보면대에는 보면등이 설치됐다. 보면등은 마치 반짝이는 별처럼 음악과 함께 환상적인 시각적 효과를 만들었다.

무대 뒷면에는 영상이 비쳤는데 달에서 걷는 사람 영상과 오케스트라와 보면등 배치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디테일이 보완됐으면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 상상하게 됐다. 음악극장은 이번에 처음 국립극장에서 공연됐는데, 시각적 장치, 연기에 사용된 마이크와 오케스트라 연주 소리의 크기 등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아직 최적화되지는 않았다는 느낌을 줬다.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 독특한 공연에서 독보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악기, 베이스 차임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에서는 2대의 하프보다 더 눈에 띄는 악기가 있었는데, 베이스 차임(Bass Chime)이었다. 서울시향이 직접 주문 제작한 이 악기는 3미터를 넘는 높이를 가지고 있으며, 연주자는 연주 시간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연주하는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베이스 차임은 과거 말러 교향곡 제9번에서 연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극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상징적 모티브로, 그리고 교향시의 클라이맥스를 통해 연주될 예정입니다. 사실 악보상에는 단순히 '벨(Bell)'으로 적혀있지만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이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더욱 깊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의미는 때가 왔음을 알리는 것일 수도, 깨달음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그리고 차라투스트라가 자신만의 결론을 내렸음을 보여주는 효과일 수도 있겠죠. 감상하는 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다릅니다. 정답은 없지만 관객들이 이를 통해 무언가를 느끼고 돌아간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성공적인 무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2017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은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I’ 공연 전에 페이스북을 통해 최수열 지휘자의 베이스 차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호기심을 자아냈다. 실제 공연에서 베이스 차임의 연주자는 사다리 위로 조심스럽게 올라가 베이스 차임을 연주한 후, 바로 내려오지 않고 오케스트라의 연주 소리가 커진 후에야 내려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서울시향이 전형적인 공연만 진행하지 많고,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창고음악회, 우리동네 음악회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기획하고, 베이스 차임 등 새로운 악기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 서울시향이 앞으로도 더욱 신선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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