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미니시리즈 ‘미씽나인’ 제15회는 김법래(장도팔 역)가 단독범행을 했고 최태준(최태호 역)은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행동했다는 이유로 최태호가 풀려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나름 큰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원스러운 전개를 원했던 시청자들에게는 또다시 반복되는 답답한 진행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마지막 회의 결말에 따라 제15회 방송을 소급해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 꾸준히 부활하는 최태호, 끝까지 열연을 펼치는 최태준
‘미씽나인’에서 최태호는 웬만해서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제15회 방송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죽음의 시간에서도 불사조처럼 살아 돌아온 최태호는 법으로도 쉽게 구속할 수 없는 존재였다.
계속 살아나는 최태호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최태준의 연기의 디테일이 달라진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전 방송에서 최태준은 등장만으로도 공포스러운 연기를 펼쳤다면, 제15회 방송에서는 차분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공포를 간직한 인물을 표현했다.
악역은 매력적이려면 악역 캐릭터가 입체적이어야 한다. 잔인무도하지만 인간적인 고뇌를 하고, 준엄하지만 때로는 허당기를 발휘할 때 악역이 가진 공포감이 더 높아진다. 동일한 공포보다는 강약조절, 완급조절이 이뤄진 공포가 더 공포스러운 것이다.
‘미씽나인’에서 최태준은 가끔 반성하는 듯한 모습, 갈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워낙 강력한 질주에 가려 시청자들에게 크게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웬만한 슈퍼 히어로 이상의 생존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인간적인 매력을 최태호 캐릭터에서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최태호 캐릭터가 빛나는 이유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보다는 최태준의 연기력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전부 무서운 것 같아도 최태준은 상황에 따라 그 무서움의 강도를 변화했다. 최태준은 디테일의 변화를 통해 김법래보다 훨씬 순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더 철저하게 잔인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중국 병원에서의 어설픈 조폭 등이 만든 드라마의 뉘앙스는, 만약 최태준의 명품 악역 연기가 없었더라면 ‘미씽나인’을 시트콤처럼 느끼게 만들었을 수 있다. 최태호 캐릭터가 살아날 때 개연성이 더 확보됐으면, 최태준의 연기는 더욱 돋보였을 수 있다.
◇ 시청자들이 ‘미씽나인’을 버리지 못했던 이유
종방을 앞둔 ‘미씽나인’에 대해 열혈 시청자들이 지속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최태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전체적으로 고른 연기력을 보여줬다.
백진희(라봉희 역), 이선빈(하지아 역) 등 여배우들이 멋진 연기를 통해 사랑스러운 여자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점 또한 놓칠 수 없다. 정경호(서준호 역)을 끝까지 지키는 백진희와, 오정세(정기준 역)에게 자신감과 자존감을 불어넣는 이선빈의 모습을 보며 내 주변에도 그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 시청자들도 많을 것이다.
‘미씽나인’은 개연성, 과정에 연연하지 않으면 큰 그림은 재미있는 점이 많은 작품이다. 개연성이 떨어지게 다시 살아나는 모습은 자주 반복되니 휴머니즘으로 느껴질 수 있다.
당초에 무인도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죽고 생존한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라고 많은 시청자들이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살아서 돌아왔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린 면이 있지만, 생명 경시를 하는 작품이 워낙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미씽나인’의 이런 특징을 장점으로 꼽을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