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기자는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소속으로 ‘올해의 차’ 선정에 참여했다. 이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최종 후보를 대상으로 현장 시승평가를 도입한 점이었다. 매번 업체가 마련한 시승회에 참여하다가 직접 시승코스를 짜고 참여 기자들에게 안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현장 시승평가에는 업체 관계자들도 많이 참석했는데, BMW 뉴 7시리즈를 후보에 올린 BMW 관계자들도 진지한 모습으로 현장을 둘러봤다. 반면 박주혜 상무가 퇴임을 결정한 메르세데스-벤츠 홍보팀의 경우는 출발지에 잠시 들러 대조를 보였다.
BMW 측의 대응이 훨씬 성의가 있었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참석한 기자들은 올해의 수입차로 메르세데스-마이바흐를 선정했고, 뉴 7시리즈는 밀려났다.
1년여가 흐른 올해 2월, BMW 코리아는 뉴 5시리즈를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옆에 새로 지은 파르나스 타워를 발표회장으로 꾸미고, 차를 분해해서 39층에 올려 다시 조립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S클래스에 밀린 뉴 7시리즈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였다.
행사에 참석한 김효준 대표는 “5시리즈는 단종을 앞둔 지난해에도 단일 모델로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면서 “한국이 BMW 글로벌 판매 톱5에 들어가는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모든 라인업에 1000만원 상당의 M 스포츠 패키지를 기본 장착했다”고 강조했다.
실물로 마주한 뉴 5시리즈는 사진보다 훨씬 잘생겼다. 새로운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비슷한 스타일의 뉴 7시리즈가 다소 어색했던 반면, 뉴 5시리즈는 한결 안정돼 보인다. 특히 라이트를 켰을 때 더욱 멋지다. 측면 라인은 스포티한 5시리즈의 성격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외관보다 더 많이 달라진 건 인테리어다. 뉴 7시리즈에 적용했던 것과 유사한 대시보드에 질감 좋은 가죽과 소재를 듬뿍 썼다.
함께 시승한 로드테스트 안민희 기자가 선택한 모델은 ‘530i X드라이브’다. 직렬 4기통 2.0 가솔린 엔진과 4륜구동이 결합된 차다. 구형에서 가장 인기가 있던 520d도 있었지만 가솔린 모델의 성능이 더 궁금했기에 속으로 잘됐다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530i의 성능은 놀라웠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의 반응은 즉각적이었고, 차체 몸놀림은 가뿐했다. 직선도로에서는 우샤인 볼트처럼 질주했고 커브에서는 민첩하게 방향을 바꾸는 치타처럼 움직였다. 이게 직렬 4기통 엔진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시승에 참가한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BMW의 직렬 6기통 엔진조차 생각이 안 날 정도”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주행부문에서 구형과의 차이점 중 하나는 부분자율주행 기능이다.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고 멈췄다 출발하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시속 60㎞ 이하에서 보행자를 감지해 차를 멈추는 ‘라이트 시티 브레이크’, 시속 70㎞ 이상에서 차로를 유지하게 도와주는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차선을 넘어갈 경우 원래 차로로 복귀시켜주는 ‘차선 유지 및 액티브 측면 충돌 보호 시스템’ 등이 합쳐져 부분 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한다.
이번 시승에서는 전체적으로 잘 작동했으나 차선 유지 기능은 덜 민감해보였다. 유사한 기능을 갖춘 경쟁 차종의 경우 차선을 물고 달리기 전에 바로 복귀했었는데, 뉴 5시리즈는 한쪽 바퀴가 차선을 넘어가는 걸 인식할 때 복귀하는 모습이었다.
반환점은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 이곳에서 본격적인 트랙 테스트가 시작됐다. 선도차 바로 뒤에서 출발한 우리 시승차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와중에서도 시속 200㎞로 직선 주로를 질주했다. 체감 속도는 시속 12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차체 안정감이 뛰어났다. 특히 코너에서의 한계 속도가 높아진 게 인상적이었다.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벤츠 E클래스에 비하면 뉴 5시리즈의 주행안정감이 높은데, 운전 재미는 E클래스가 조금 우월하다”고 평했다.
주행모드는 컴포트, 스포츠, 에코 프로를 선택할 수 있다. E클래스는 커맨드 컨트롤로 들어가야 이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데, 뉴 5시리즈는 기어 레버 바로 옆 버튼으로 즉각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다양한 주행모드를 즐기기에는 뉴 5시리즈가 더 편리하다는 얘기다.
BMW는 뉴 5시리즈로 레이싱카와 럭셔리카의 경계를 허물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또, 2021년까지는 완전자율주행차도 선보인다고 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한들, 5시리즈는 직접 몰았을 때 가장 즐거운 차다. 가격은 520d가 6630만~7120만원, 530i는 6990만~7480만원, 530d는 8790만원이다.
플래그십인 7시리즈가 S클래스에 무참히 밀리고 있을 때 BMW는 칼을 갈았을 것이다. 뉴 5시리즈에서는 BMW 개발진의 비장한 각오가, 이번 시승회에서는 BMW 코리아의 절치부심이 느껴졌다. 뉴 5시리즈는 최고 인기 모델 E클래스를 누를 수 있을까. 국내 고객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엔진/미션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