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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2016 공연예술 창작산실 연극(7)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제1부) 유리창과 거울, 투과와 반영

발행일 : 2017-03-14 01:26:23

극단 피악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3월 4일부터 1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2016 공연예술창작산실 연극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 2016 공연예술창작산실 연극 시범공연지원 선정작으로, 도스토옙스키 원작, 나진환 연출로 만들어졌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제1부와 제2부의 독립된 2개의 공연이 총 7시간 동안 무대를 꾸민다. 원작은 ‘악령’, ‘죄와 벌’을 잇는 도스토옙스키의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시리즈로,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총 3권의 장편소설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씨어터 댄스를 꾸준히 선보인 극단 피악의 인물 표현법

극단 피악은 씨어터 댄스(Theater-Dance)라는 스타일을 무대에서 꾸준히 선보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씨어터 댄스는 대사와 연기를 배우들의 움직임과 안무로 확장해 구현하는 방법이다.

무용 공연에서 주가 되는 움직임과 안무를 무용수들은 최근에 연기적인 모습으로 소화하는 경향이 많다. 무용에 스토리텔링을 넣기도 하지만, 안무 동작 자체를 연기로 소화하는 것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씨어터 댄스는 이런 무용 공연의 트렌드를 반대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사와 연기를 움직임과 무용으로 확대해 시각적인 면, 무대 공연적인 면을 부각한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무대미술, 조명, 음악이 대사, 연기와 밀접하게 작용한다.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씨어터 댄스는 연극을 뮤지컬과 무용에 가깝게 가도록 시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는 원작부터 철학적인 깊이, 대화를 통한 갈등의 전개가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씨어터 댄스 기법은 대사 위주로 흐를 수 있는 긴 공연 시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유리창과 거울을 오가는 무대장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무대에는 유리창과 거울을 오가는 구조물이 사용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유리창과 거울은 각각 투과와 반영을 의미할 수 있다. 같은 구조물이 유리창이 될 것인가, 거울이 될 것인가는 외부에서의 조명의 위치에 따라 달라졌다.

조명이 앞에서 비추면 거울의 역할을 하고, 조명이 뒤에서 비추면 유리창이 된다. 조명의 위치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볼 수도 있고, 뒤에 서 있는 다름 사람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도스토옙스키가 표현한 인간 내면도 비슷한 톤일 수 있다. 등장인물의 내적 심리나 행동의 투과와 반영이 무대에서 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체가 변하지 않아도 본질이 변하지 않아도, 외부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 외부에서 어떤 환경을 만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 직선적으로 표현한 내면, 감정에 솔직할 수 없는 마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등장인물의 내면이 직선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감정에 솔직하지 않은 마음도 전달된다. 알료사(이다일 분)의 작은형 이반(지현준 분)을 사랑하면서도 큰형 드미트리(김태훈 분)를 사랑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카체리나(이승비 분)는, 드미트리의 피해자이면서도 이반과 알료사에게는 심리적 가해자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감정에 솔직하지 않은 카체리나와 감정에 너무 솔직해 변화무쌍한 자신의 감정을 모두 표현하는 그루센카(정수영 분)와 대비된다. 표도르(박윤희 분)의 아들들과 사생아 스메르자코프(이기돈 분)의 네 형제와 카체리나, 그루센카의 갈등은 표도르가 돈이 많지 않았으면 이런 갈등이 생겼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작가 도스토옙스키 역을 맡은 정동환이 작품을 설명하는, 기본적으로 극 중 극 구도를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반이 쓴 이야기가 다시 펼쳐지는데, 극 중 극 중 극이라는 재미있는 구도도 만날 수 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공연사진.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제1부를 먼저 관람하고 다른 날 제2부를 관람하려면 드라마의 다음 회 방송을 기다리는 것처럼 궁금증에 쌓여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고, 제1부와 제2부가 동시에 공연되는 날 관람하면 장장 7시간을 소화해야 할 수도 있다.

7시간이란 긴 시간 동안 어떻게 연극을 볼 수 있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 긴 시간 동안 모든 대사를 외워 무대에 서는 배우도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제2부 관람의 커튼콜 때는 더욱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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