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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그리스 고전에 대한 정면돌파 ‘헤카베’

발행일 : 2017-03-19 12:27:18

창작집단 LAS 제작, 이기쁨 연출의 ‘헤카베’가 3월 15일부터 26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 중이다. 2017 산울림 고전극장 ‘그리스고전, 연극으로 읽다’의 네 작품 중 마지막 공연으로 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주최/주관으로 진행된 공연이다.

10년간의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 연합군의 귀향길을 막은 ‘사건번호 17-0315’에 대한 재판이 연합군 총사령관 아가멤논(김정훈 분)의 법정에 자신이 무고하다고 주장하는 헤카베(곽지숙 분)와 피해자 폴뤼메스토르(윤성원 분)가 선다.

‘헤카베’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헤카베’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 그리스 고전에 대한 정면 돌파

‘헤카베’는 한 어머니의 처절한 복수를 담고 있는 이야기이다. 창작집단 LAS는 작년 2016 산울림 고전극장에서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를 무대에 올렸는데, 이번 ‘헤카베’는 에우리피데스의 원작에 더욱 충실한 작품이다.

그리스 고전은 방대하고 복잡한 이야기가 얽혀있고 에브로피(이새롬 분), 폴릭세네(조하나 분), 탈튀비오스(조용경 분) 등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이번 ‘헤카베’처럼 원작에 충실한 공연의 경우 ‘알고 봐야 하는가? 모르고 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예비 관객은 가질 수 있다.

‘헤카베’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헤카베’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헤카베’는 사전에 내용 모르고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물론 초반에는 어떤 이야기인지 헛갈릴 수도 있다. 그런데, 같은 사건에 대해 헤카베와 폴뤼메스토르의 시야로 반복돼 표현하면서 어느새 처음부터 알고 있던 내용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모토는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관람해야 한다’이다. 설령 공연이 끝날 때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더라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관람해야 나만이 발견하고 느끼는 재미를 더욱 느낄 수 있다. 공연 관람은 숙제가 아니라 문화예술의 향유이다.

‘헤카베’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헤카베’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헤카베’는 특히 휴정 후 법정싸움에서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앙코르 산울림 고전극장에 ‘헤카베’가 선정된다면, 극 초반부터 관객들이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긴장감을 추가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스 고전에 정면 돌파를 시도한 만큼 의상도 고전에 더욱 가깝게 간다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의상만으로도 고전이라는 것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연 팸플릿에는 ‘헤카베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몇 가지’가 쓰여 있는데, 공연 시작 안내 방송 전 약 3분 정도 슬라이드식 영상과 함께 내레이션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도 있다.

‘헤카베’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헤카베’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 무대 위 두 개의 무대, 간단한 장치로 소극장에서의 입체감을 살린 무대 디자인

‘헤카베’는 무대 위에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무대 2개가 별도로 설치됐다. 큰 정사각형, 상대적으로 작은 직사각형의 무대 상부는 나무 판으로 제작됐는데, 간단한 무대 장치로 다양한 입체감을 살리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헤카베’는 법정 이야기와 회상의 장면으로 구성됐다. 큰 정사각형의 무대는 법정에서는 테이블의 역할을 하고, 회상의 장면에서는 무대의 역할을 했다. 마치 관련 영상을 위에 띄우듯 설치된 무대 위에서 회상의 장면이 표현됐는데, 관객석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역할과 함께 지금 이 장면이 회상의 장면인지 법정 장면인지 명확하게 구분하는 역할을 했다.

‘헤카베’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헤카베’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 투박하게 표현한 탭댄스, 소리를 만드는 안무

‘헤카베’ 설치 무대의 상판이 나무로 된 이유는 움직임을 소리로 전환하기 위해서였다. 나무판 무대 위에서의 투박한 탭댄스는 극의 분위기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플라멩코의 경우에도 원래의 집시 플라멩코와 발전해 화려하게 만든 스페인 플라멩코가 있다. 우리가 아름답게 생각하는 플라멩코는 세비야 플라멩코라고 불리기도 하는 스페인 플라멩코이다. 오페라 ‘카르멘’에서 카르멘이 추는 춤은 집시 플라멩코라는 것을 떠올리면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헤카베’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헤카베’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헤카베’에서의 탭댄스도 우리가 종종 접할 수 있었던 화려한 탭댄스가 아닌 다운 바운스의 투박한 탭댄스이다. 땅을 박차고 오르는 게 아니라 땅과 부딪히며 그 울림을 발에 그대로 여운으로 남겨둔다. 이런 안무는 분노를 표현하기에 적절하기에, ‘헤카베’의 탭댄스는 ‘분노의 탭댄스’라고 불릴 수도 있을 것이다.

공연 마지막에는 손으로 하는 탭댄스 또한 볼 수 있는데, 타악적인 리듬을 강조한 것이다. 타악의 리듬이 심장 박동수와 조화를 이루면 강하게 흥분할 수 있는데, 등장인물들 사이의 신발 종류와 의상의 톤이 일치했으면 더욱 진한 여운을 남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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